또 다른 로또? 정부, 복권사업 맛들였나

2014. 4.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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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로또 만든다는데..

정부가 '크리스마스 복권' 등 복권 상품 다양화를 검토 중이다. 복권시장의 로또 쏠림 현상을 완화하면서 저소득층, 장애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쓰이는 복권 수익금 규모도 키우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얘기해놓고 재원 마련이 쉽지 않자 복권사업을 통해 손쉽게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다.

17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크리스마스 복권' 등 특정 시기에만 발행하는 이벤트성 복권, '나눔로또'와는 다른 방식의 온라인 복권 등을 새롭게 만드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복권 시장이 나눔로또에 지나치게 쏠려 '복권=로또=대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의 경우 복권 상품 총 판매액 3조2300여억원 가운데 90%가 넘는 2조9800여억원이 나눔로또였다. 추첨식 연금복권과 즉석식 스피또 등 모두 4종의 인쇄복권은 2100여억원에 그쳤고, 나머지는 메가빙고 등 7가지 전자복권이었다.

정부는 최근 완료된 '복권제도 중장기 발전 방안' 용역보고서 등을 참고해 새로운 복권상품의 방식과 종류를 검토 중이다.

특정 기간에만 발행해 복권 수익을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방식의 이벤트 복권, 숫자를 긁어 수식을 완성해 당첨 여부를 결정하는 복권, 호주나 미국의 '파워볼'을 참고해 숫자 선택 방식을 다양화한 온라인복권 등이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다양한 방식과 목적을 가진 복권이 출시되면 로또 쏠림 현상이 완화돼 사행성보다는 여가·레저성이 높아지고, 복권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복권시장 규모가 커져 수익금이 늘면 소외계층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이 두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권 판매액은 매년 증가해 2008년 2조3900여억원이던 것이 5년 만인 지난해 3조2300여억원으로 8000억원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정부의 복권시장 확대 방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복권 종류가 다양해지면 오히려 복권 구입 열풍과 사행성 조장, 한탕주의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소득층보다는 중산층 이하, 특히 저소득층이 '인생역전'을 노리고 복권을 주로 구입하는 만큼 소득 재분배 효과도 별로 없다. 주로 없는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복권 판매가 꾸준하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어 재원 마련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복권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쓴다고는 하지만 복권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조금씩 더 뜯어내 사업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복지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열심히 일해 돈을 벌게 하는 것이 건전한 자본주의인데 복권은 한탕주의와 연관돼 있다"며 "국가 재원을 마련할 때는 세금 등 공적 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세금을 안 늘린다고 했으니 복권을 새로운 창구로 만들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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