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의 파란' WWE 女레슬러 페이지 "나이따윈 상관없어"

뉴스엔 2014. 4. 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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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종효 기자]

프로레슬링 하면 우락부락한 거구의 남성 레슬러들이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런데 최근 예쁘장한 어린 여성 레슬러가 WWE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WWE 디바스 챔피언에 등극한 페이지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레슬링 전문 매체 프로레슬링 뉴스레터(http://wrestlingpaper.com/)는 WWE 산하 NXT 디바인 페이지가 레슬매니아 30이 펼쳐진 다음날인 지난 4월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스무디 킹 센터에서 열린 WWE RAW에서 AJ 리를 꺾고 새로운 WWE 디바스 챔피언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뛰어난 실력으로 이날까지 두 번에 걸쳐 총 295일 동안 WWE 디바스 챔피언을 지켜온 AJ 리는 새파랗게 어린 후배에게 타이틀을 잃는 수모를 겪었다.

◇'베스트 디바 인 더 월드' 꺾은 페이지

이날 WWE RAW에서 페이지는 전날 레슬매니아 30에서 타이틀을 방어한 AJ 리가 자신을 '베스트 디바 인 더 월드'라고 칭하며 자기자랑을 하고 있을 때 AJ 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링에 등장했다. 그러나 AJ 리는 페이지의 축하를 기쁘게 반기기는 커녕 먼저 뺨을 때린 뒤 경기를 요구했다.

노련한 AJ 리는 신예 페이지를 일방적으로 요리했지만 페이지는 AJ 리의 피니셔인 블랙 위도우를 피하고 자신의 피니셔인 페이지 터너를 성공시키며 새로운 WWE 디바스 챔피언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불과 1분 30여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실 페이지가 AJ 리에게 도전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NXT 여성 챔피언인 페이지는 지난 3월 AJ 리와 나탈리아의 디바스 챔피언십 경기를 시청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최고의 경기였다!"고 극찬하면서도 "하지만 AJ에게 경쟁자가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페이지는 WWE 팬들 앞에서 자신의 글이 어떤 의미였는지 증명했다.

◇불과 21세, 1992년생 페이지의 반란

페이지는 이에 따라 역대 최연소 WWE 디바스 챔피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페이지가 WWE 디바스 챔피언에 오른 날은 그녀의 22번째 생일을 4개월여 앞둔 때였다. 정확히는 21세 7개월 21일에 이룬 쾌거였다. 게다가 이 경기는 NXT 디바인 페이지의 WWE 데뷔 경기였다.

페이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WWE 역사상 최연소 디바스 챔피언에 오른 일은 인생 최고의 경험이며 꿈이 현실로 이뤄진 순간"이라고 감격했다. 또 관중석에서 자신을 응원해준 영국 팬들에게도 고마워 했다.

페이지는 "향후 목표는 레슬매니아 31에 출전하는 것과 챔피언으로서 유럽 투어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리플 H가 WWE 산하 단체인 NXT의 지휘봉을 잡은 뒤 NXT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였다. 오히려 경기력 면에선 WWE 로스터를 압도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WWE 역시 WWE 샵을 통해 보 댈러스, 페이지, 어센션 등 NXT 관련 상품을 여러 종류 발매하는 등 NXT 스타들을 WWE 스타 대열까지 올리려 힘썼다.

주목할만한 것은 WWE 샵을 통해 판매된 NXT 슈퍼스타들의 상품 중 페이지의 티셔츠가 샵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WWE 디바 라나는 트위터를 통해 "페이지는 여자들도 남자들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또 불과 1992년생인 페이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 가능성엔 상품성 역시 포함됐다.

◇놀랄만한 일? 집안 살펴보면 끄덕끄덕

페이지는 NXT 역사상 최초의 위민스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WWE 역사상 최연소 디바스 챔피언에 올랐다.

페이지는 NXT 최초의 위민스 챔피언에 오른 사실에 대해 "커다란 영광이었다. 내가 WWE에서 역사를 썼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타이틀을 따냈을 때는 울고 또 울었고, 모두의 성원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눈물이 맺힌다"고 감격했다.

신예가, 그것도 만 21세에 불과한 여성 선수가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분명 놀랄만한 일이다. 하지만 페이지가 레슬러 집안에서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페이지는 그야말로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태어났다. 페이지의 어머니 역시 프로레슬러로, 인디 단체 등에서 여전히 활동 중인 '스위트' 사라야 나이트다. 페이지의 할아버지, 아버지(리키 나이트), 오빠들, 조카 모두 링 위에서 훈련을 받은 '프로레슬러 집안'이다. 사라야 나이트는 임신 7개월째가 돼서야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 즉 그때까지 프로레슬링 무대에 섰던 것이다. 페이지는 "나는 태아 때부터 프로레슬링을 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페이지는 "프로레슬링 시작 전엔 가족들이 부상을 입은 모습 등을 보고 겁도 났지만 가문의 발자취를 따르는 일은 내게 운명과도 같았다"고 떠올렸다.

페이지는 "어느날 아버지가 쇼 도중 나에게 한 여성 레슬러가 막판에 스케줄을 취소해 대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점심 시간 등에 아버지의 훈련 도장에서 오빠와 함께 프로레슬링을 하고 놀았기 때문에 아버지는 내가 이미 절반은 프로레슬러가 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 외에도 7명의 선수가 출전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아버지의 제의를 수락한 뒤 커튼을 걷고 링으로 나가면서 프로레슬러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페이지는 프로레슬링 집안 가족들에 대해 "굉장했다. 전적으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들보다 더 좋은 스승이 어디 있을까?"라면서도 "우리 가족은 팬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싶었고 그러면서 가족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었다"고 자신의 신념이 있었다는 것을 고백했다.

◇쉽지 않았던 WWE-NXT 입성

레슬러 집안 출신이라고 해서 WWE에 입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꿈은 쉽게 실현되지 않는 법이다.

페이지는 WWE 주목을 받기 위해 만 14세 때부터 이력서를 만들어 전세계의 다양한 프로레슬링 단체에 뿌렸다. 하지만 전부 나이가 너무 어리다거나 여성 레슬러는 고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페이지는 "실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영국 단체에서 계속 프로레슬링을 하던 페이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페이지의 아버지를 보기 위해 찾아온 노르웨이의 한 프로모터는 페이지를 고용했고 페이지는 용기를 얻었다. 14세 때부터 페이지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프로레슬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WWE의 스카우터가 페이지에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했다. 페이지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혼성 태그팀 경기를 한 날이었다.

페이지는 2010년 11월 영국에 방문한 WWE에 찾아가 첫 트라이아웃을 했다. 페이지는 "정말 긴장됐다. 다른 디바들처럼 화려한 색상의 경기복을 입고 피부에 스프레이 탠을 뿌린 뒤 다른 응시생과 경기를 했다"며 "그건 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WWE는 경기를 치른 페이지에게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약 5개월 후 열리는 다음 트라이아웃을 기약해달라고 했다.

페이지는 "평범한 디바들의 흉대를 냈지만 먹히지 않았다. 침통했지만 더 굳건히 의지를 다지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심경을 밝혔다.

2011년 4월, 페이지는 다시 한 번 WWE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이번엔 남자들로 가득한 링에 오직 페이지 혼자만 여성 프로레슬러였다. 페이지는 이번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페이지는 "다른 여자들과 똑같아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피어싱, 흑발, 검정색 옷, 창백한 피부를 가진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성공이었다. 경기 후 스카우터가 찾아와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다른 두 명의 선수들과 페이지가 계약을 제의받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준 것이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뭐든 이룰 수 있다"

페이지는 WWE 산하단체인 NXT 입문에 매우 기뻐했다. 페이지는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일부가 되는 일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경험이었다"고 즐거워했다.

이어 "더욱 성숙해지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NXT는 기회의 땅이다. 나는 이 직업을 사랑한다"며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미 어린 나이로 WWE의 여성 디비전을 제패한 페이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이와는 상관없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좇고, 변하지 말길 바란다"고 조안했다. 그리고 "강력한 라이트 훅을 날리는 법도 알아둬야 한다"는 프로레슬러다운 조언 역시 잊지 않았다.

만 21세의 페이지가 보여준 성과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WWE는 홈페이지를 통해 페이지의 WWE 디바스 챔피언 획득을 계기로 그간 WWE에서 각 부문 최연소 챔피언들을 특집 조명했으며 페이지를 헤드라인에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지의 행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페이지는 반짝 스타 대신 내년에도 역시 여성 디비전의 여제로 군림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당장 오는 5월4일 열리는 WWE 스페셜 이벤트인 '익스트림 룰즈'에서 전설적인 '수퍼플라이' 지미 스누카의 딸 타미나 스누카를 상대로 WWE 디바스 챔피언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다. 만일 이 경기에서 패배해 타이틀을 잃더라도 아직 어린 페이지의 앞날은 '여전히' 밝다. (사진=WWE.com, 페이지 트위터)

김종효 phenomd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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