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지름길] 1400원 햇반, 청량리에선 750원.. 땡처리 시장 가보셨나요?

한경진 기자 2014. 4. 1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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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4대 땡처리 시장 집중취재, 10원까지 따져봤습니다] -진짜 이 가격? 눈이 번쩍 라면은 마트와 큰 차이 없지만 스팸·참기름 등 30% 안팎 저렴 하자 없는 멀쩡한 상품들 판매 입소문 나자 알뜰한 주부들 몰려 현금 영수증 일일이 끊어주지만 카드 냈더니 수수료 요구하기도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시장에 위치한 식료품 도매 전문업체인 D유통 앞에 흰색 쏘나타 차량이 멈춰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주부 김정순(62)씨가 트렁크에서 작은 손수레를 꺼내더니 골목을 누볐다. 그는 "햄·즉석밥·생수와 라면을 한 박스씩 사서 결혼한 아이들과 나눌 생각"이라며 "대형마트보다 주차가 불편하긴 하지만, 훨씬 값도 싸고 재미도 있어서 일부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2~3m 높이로 박스째 쌓여 있는 라면·음료수·과자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도매상인들과 흥정을 시작했다.

◇일반 소매점보다 30% 이상 저렴

이곳은 서울 시내의 대표적인 '땡처리 시장'이다.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을 대형마트보다도 10~20%가량 싸게 판매한다. 본지는 14~15일 수도권의 대표적인 땡처리 도매시장 4곳을 찾아가 식료품 값을 조사해봤다. 식품업계에서는 청량리종합도매시장과 영등포시장, 인천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성남 하대원시장 일대를 대표적인 땡처리 시장으로 꼽았다.

기자가 삼다수·신라면·스팸·맥심모카골드마일드·해표 식용유·동원참치·햇반 등 11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표 참조〉했더니, 라면 등은 대형마트와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햄·참기름·식용유·식초 등 대부분의 품목이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했다. 1400원짜리 햇반을 땡처리 시장에선 750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땡처리 시장에선 대부분 비슷한 가격에 물건을 팔지만, 여기서 얼마나 더 깎느냐는 고객에게 달렸다. 15일 성남 하대원시장의 H유통에서는 한 단골고객이 "초코시리얼 10개를 사려고 한다"고 흥정하자, 가게 주인이 개당 3750원씩 받으려 했던 시리얼을 3200원으로 깎아줬다.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행도

서울의 대표적인 땡처리 시장은 청량리와 영등포시장 일대이다. 특히 청량리시장 주변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땡처리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당연히 물건도 많고 가격도 더 싸다. 수퍼마켓이나 식당 업주들이 도매로 물건을 사러 오기 때문에 일반 소매점보다 30% 이상 싸고 대형마트와 견주어도 10~20% 정도 저렴하다. 하자(瑕疵)가 있는 물건은 아닌지, 아니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법도 하지만 모두 멀쩡한 새 제품이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식품업체 대리점이나 영업 사원들이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물건을 넘기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싸다"고 말했다. 영업 사원들이 일단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싼값에 물건을 대량으로 넘기고, 매출 목표를 달성한 뒤 받는 성과급으로 자신의 손해를 메꾼다는 것이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땡처리 시장은 일반인들의 이용이 많지 않았다. 물건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도매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차츰 알뜰 주부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방문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주부 서원정(42)씨는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와 비슷한 금액이지만, 물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고 싶어서 땡처리 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땡처리 시장 풍경도 바뀌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모든 상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준다고 말했고, 신용카드 사용도 가능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카드 결제를 하면 수수료를 붙인다"고 했다. 청량리 강원종합유통의 경순덕(58) 사장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물건 1개를 팔 때에도 똑같은 금액에 주고 있다"며 "요즘에는 지방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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