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spec·각종 경력과 자격) 집착 말라며, 토익(TOEIC·실용영어평가) 점수 묻는 기업들

곽수근 기자 2014. 4.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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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졸업을 앞둔 강혜진(가명·24)씨는 요즘 얼굴을 펴고 지내는 날이 드물다. 미국 어학연수 6개월까지 거의 4년간 영어점수와 자격증 취득에 집중해 남부럽지 않은 스펙(spec·각종 경력과 자격을 말함)을 쌓았는데, 지난달부터 인턴 지원에서 줄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토익(TOEIC·실용영어평가) 955점에 말하기 수준도 최상급인 그는 한국사 1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도 부족하다고 여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그램 활용능력에 관한 국제인증자격증(MOS)도 땄다. 강씨는 "재작년 1년간 휴학까지 하면서 스펙을 최대한 끌어올렸는데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회사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과도한 스펙 쌓기 유도

국내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여전히 입사지원서에 학력과 외국어 실력, 자격증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해, 청년들의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100대 기업 및 주요 계열사 중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입 사원을 뽑은 95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6일 밝혔다.

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입사지원서에 외국어 시험 점수를 적도록 요구한 기업은 전체의 90.5%였고, 자격증 취득 여부를 기재하도록 한 기업은 전체의 91.6%였다. 입사지원서에서 학력 기재를 요구한 기업은 전체의 93.7%로 대다수 기업이 지원자들의 학력을 살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적도록 한 기업은 전체의 87.6%였고, 대학 편입 여부를 지원서에 적도록 한 기업은 전체의 28.4%였다.

위원회 '스펙조사팀'에 참여한 김미수(광운대 화학과 4학년)씨는 "출신 고교를 적도록 하는 것은 지원자의 출신 배경을 따지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입사지원서 항목에서 삭제해야 한다"며 "편입과 휴학 여부를 기재하도록 할 경우엔 그 이유를 자기소개서에서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모 항목은 삭제해야"

지난 2월 졸업한 안상현(가명·27)씨는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35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다 떨어졌다. 학점은 3점대 후반이고 토익 점수는 880으로 높은 편이다. 안씨는 기업에서 경영지원이나 홍보 업무를 하고 싶어 학교를 다니면서 광고 마케팅 관련 공모전도 참여하고 광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해외 어학연수를 못 간 것 때문에 스펙에서 밀린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며 "가족 직업을 묻는 입사지원서 항목을 적을 때에도 마음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청년위원회는 기업이 입사지원서에서 부모의 학력과 직위를 적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분석한 95개 기업 중 20개 기업(21.1%)은 가족의 학력을 입사지원서 항목으로 넣었고, 30개 기업(31.6%)은 직장 이름과 직위를 포함한 가족의 직업을 적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7개 기업(17.9%)은 키를, 14개 기업(14.7%)은 몸무게를 지원서에 적도록 요구했다. 지원서에 사진을 담도록 한 71개 기업(74.7%) 중에는 전신 사진을 요구한 곳도 있었다.

스펙조사팀 김경수(인하대 3학년)씨는 "외모와 신체조건을 요구하는 기업들 때문에 수많은 청년이 큰 돈을 들여 취업용 사진을 찍고, 성형수술까지 받는다"며 "직무 연관성이 적은 외모 관련 항목은 입사지원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위원회는 외국어 시험 점수는 일정 기준(커트라인)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꿔 점수 쌓기 경쟁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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