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침몰]생존자 증언으로 재구성한 '출항서 침몰까지'

배상현 입력 2014. 4. 16. 18:15 수정 2014. 4. 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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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배상현 기자 = 여객선 세월호는 수학여행에 나선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 승무원과 일반승객 등 459명을 싣고 15일 오후 8시30분께 인천항에서 제주도를 향해 떠났다.

기상여건 상 짙은 안개 때문에 출항이 상당시간 지연된 이후였다.

16일 낮 12시께 제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세월호는 평온한 서해를 순항했다.

이상신호가 온 것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승객들은 잠시 배가 기우는 느낌을 받았다. 상당수는 `파도에 배가 흔들린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파도 때문이 아니었다. 10여 분 뒤 선내에는 '침착하게 구명조끼를 입어라. 움직이면 배가 더 기울게 된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는 방송이 퍼졌다.

4층 한 객실에 타고 있던 이란성 쌍둥이 정대진·정복진(17) 형제는 " 그순간 배가 순식간에 옆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와장창'하는 굉음과 함께 객실 안에 있던 옷장이나 집기들이 한쪽 방향으로 쓸려내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슷한 시각 강인환(58)씨 역시 "사고가 났을 때 승객들과 학생들이 우왕좌왕하자 방송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자리에 앉아서 안정을 취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질서가 유지된 상태에서 승무원들이 구명조끼를 나눠줬다"고 말했다.

이어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강씨는 "갑자기 배가 60도 이상 기울어져서 물이 차기 시작했다"고 했다.유씨는"배가 기울기 전에 '쿵' 하는 소리를 들었고 밖에 있던 컨테이너가 쏟아지고 배가 45도 이상 기울면서 사람들이 반대 쪽으로 쏠렸다"면서 "3등실 아래에 있었는데 배가 기울자 물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20여 분만에 물이 찼다. 90도로 기울었을 때는 물에 잠긴 사람이 많았다. 선박 후미에 있던 사람들은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정씨 형제도 "방송에서 알린대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버텼지만 이미 가라앉기 시작한 배 안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왔다"면서 "바닷물은 1층, 2층, 3층을 차례로 집어 삼키더니 이윽고 몸까지 덮쳤다"고 말했다.

객실에 비치된 구명조끼를 입고 어렵게 복도로 나온 정군 형제는 옆으로 기운 선체에 몸을 기댄 채 누웠다.

방송에서 알린대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버텼지만 이미 가라앉기 시작한 배 안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왔다. 바닷물은 1층, 2층, 3층을 차례로 집어 삼키더니 이윽고 정군 형제의 몸까지 덮쳤다.

그때서야 비로소 "움직여야 살겠다"고 정군형제는 배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쳤다. 이미 목까지 차버린 바닷물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물 속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쌍둥이 형제는 출구가 보이는 곳까지 이동하기 위해 숨을 참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숨이 차면 다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깊게 숨을 들여마신 뒤 또 다시 잠수했다.

바다는 차갑고 어둡고 무서웠다. 이들 형제는 출구라고 생각되는 곳까지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쳤다.

결국 두 형제는 10여 분만에 배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들 손을 붙잡아 준 것은 고속 경비정을 타고 구조에 나선 해양 경찰이었다.

정군은 "순식간에 배 안에 바닷물이 찼다"며 "방송에서 알린대로 객실에만 있었던 친구들은 차마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1차 구조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구조됐다"며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고 다행히 저는 로비에 있어서 빨리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praxi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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