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데렐라' 안시현, "친구들이 '쉰데렐라'라고 놀려요. 하하"

노우래기자 2014. 4. 16. 1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프계의 '신데렐라'가 돌아왔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결혼과 출산으로 2년 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 한 층 성숙된 모습으로 국내 골프팬들 앞에 섰다.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엄마 골퍼' 안시현(30ㆍ골든블루). 그녀는 지난 13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10년 만에 다시 뛰어든 국내 무대에서 '엄마 신데렐라'의 힘을 보여줬다.

성공적인 국내 복귀전을 치른 안시현은 16일 "이제는 신데렐라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면서 "친구들이 '쉰데렐라'라고 놀린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노력형 골퍼

안시현은 천재형 골퍼다. 노력보다는 타고난 감각으로 성적을 내는 스타일이다.

2002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이듬해 제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는 2004년 미국 무대에 진출, 2011년까지 8년 간 LPGA 투어에서 뛰면서 신인상을 받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녀도 2년 간의 공백이 부담스러웠다. 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위해선 땀이 필요했다.

안시현은 지난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9주 동안 훈련을 떠났다.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골프장에서 살았다.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체력 훈련에 돌입했다.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훈련을 했어요. 몇 시간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 종일 골프만 쳤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연습을 가장 많이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점심도 골프장에서 먹고 진짜 골프만 쳤습니다."

안시현은 이제 노력형 골퍼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녀는 "예전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왜 좀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했다"면서 "늦었지만 이제부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할 생각이다. 이제는 노력형 골퍼에 가까운 선수라고 보시면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안시현은 롯데마트 여자오픈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아쉽게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다시 한번 확실하게 알렸다.

안시현은 "저보다 젊은 선수들과 겨뤄서 2등을 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우승을 못했지만 희망과 용기, 가능성을 얻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는 오히려 준우승을 한 것을 반겼다."2등으로 끝난 것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만약 우승을 했다면 자만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첫 대회를 통해 부족한 점을 많이 배웠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엄마의 힘으로

안시현은 지난해 11월 KLPGA 투어 시드전에서 22위를 차지해 2014년 풀시드를 확보했다. 든든한 후원사도 얻었고 이제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안시현의 꿈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딸 그레이시(2)를 위해서 골프도 다시 시작했다. 그레이시는 오는 22일이면 두 돌이 된다. 17일에는 가족끼리 조촐한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다.

안시현은 미국 전훈 때도 그레이스를 데려갔다. 연습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보는 힘든 길을 선택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자신의 전부인 딸과 함께 최고의 자리에 서는 모습을 상상했다.

"지금도 몸은 힘들지만 아이를 보면서 얻는 행복감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레이스 때문에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레이스는 저에겐 너무 큰 선물입니다.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도록 정말 최선을 다할겁니다."

'돌아온 신데렐라'의 무한도전

안시현은 어렵게 필드로 돌아온 만큼 롱런을 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언제까지 선수로 뛸 계획이냐는 질문에 "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를 하고 싶다. 내 능력이 어디까지 인지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골프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름을 잡고 있다. 안시현과 같은 30대 선수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줘야 투어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안시현은 "몸이 아프지 않고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는 골프를 할 것이다"면서 "스스로 판단해서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면 그 때 운동을 접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안시현은 후배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골프 선배로서 따듯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골프를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반 플레이를 하는 동료들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 이 점을 생각하고 플레이를 한다면 더 좋은 투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