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저, 아직도 '안성댁'으로만 보이나요?"(인터뷰)

손효정 2014. 4. 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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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손효정 기자] 배우 박희진 하면, '안성댁'만 떠올린다면 섭섭하다. MBC 일일드라마 '수백향'을 본 이라면, '안성댁'보다도 '여옥'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수백향'에서 여옥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박희진을 최근 만났다. 약 6개월 간 입었던 한복을 벗고 나타난 박희진은 섹시한 40대의 여배우였다. 특히 생각한 것 이상으로 연기 열정이 남달랐다.

◆ '수백향' 새로운 박희진의 발견

박희진은 '수백향'에서 불사조 같은 존재였다. 그는 이례적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꼬막댁' 역으로 10회 출연하고, 이후 주막집을 운영하는 '여옥'으로 재등장했다. 죽은 사람이 전혀 다른 역할로 출연하는 것, 시청자의 반응에 걱정이 앞섰다. 박희진은 고민 끝에 출연을 선택했고, 그와 제작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극에 첫 도전은 아니었는데 조연으로서 끝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마웠어요. 1인 2역을 맡았는데 이례적인 일이었죠. 제가 여옥이로 나오니깐 이재룡 선배를 비롯해서 배우들도 다들 놀라더라고요. 계획된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드라마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다른 역할을 한 적은 처음일 거예요. 그것도 사극에서. 고민이 됐던 것이 대중들이 장난하나 이렇게 보거나 신선하다 이렇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워낙 구성 자체가 재밌으니까 제작진 분들을 믿고 출연했죠."

'수백향'에서 박희진은 똘대(김뢰하), 망구(김민교)와 감초 연기를 톡톡히 했다. 박희진 또한 여옥에 대해 "숨통이 트이는 역할이었다. 아예 이렇게 구성된 이유가 재밌는 구도로 나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재미로만 가기에는 정적이고 진지할 수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감독과 작가가 재밌는 부분은 재밌게, 진지한 부분은 진지하게 하도록 했다. 그것들이 잘 조화를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희진은 이번 드라마에서 똘대와의 러브라인을 펼친 점과 꼬마(최로운)의 엄마가 되어주면서 모성애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전의 연기와 차별화 됐다.

"그동안은 제가 일방적으로 남자를 좋아하고 관심있는 역이었는데요. 이번엔 서로 좋아하고, 키스신도 여태까지 한 것 중에 제일 세게 했죠. 뢰하 오빠 수염을 다 먹었어요.(웃음) 뢰하 오빠가 되게 부인을 의식하시더라고요. 키스신 이후 데면데면해졌어요."

여옥의 모성애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희진은 "이번에 드라마가 끝나고 '진짜 연기를 본 것 같다'며 관계자분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면서 엄마로서의 모습이 새로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백향'에서 아역배우 최로운(꼬마 역)과 연기하면서 "이런 아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이 먼저고,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나이가 고모역, 이모역이 많이 들어오니까 3년 전만 해도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그런데 아침드라마에서 박인환 선생님 동생 역을 한 적이 있어요. 꽤 어울리더라고요. 이번에 여옥이 역할에 대해 저는 '어미새'라고 생각했어요. 궁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갖다주고, 꼬마를 입양해서 엄마가 되고…작가분이 정말 대단한 것이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모습의 여옥이를 잘 녹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신이 나오더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또 로운이가 잘 따라주기도 했고요. 애가 진짜 실제로도 정말 귀엽고 어쩜 그렇게 싹싹한지 모르겠더라고요. '주인공도 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욕심도 많아요."

'수백향'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들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저조했고, 120회로 기획된 드라마는 108회로 조기 종영 됐다. 박희진은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일일시트콤도 너무 어려웠는데 사극은 더 힘들더라고요. 용인, 문경에 딱 박혀가지고 한 신을 찍으면 반나절이 지나고…진짜 힘든 작업이더라고요. 시청률이 잘 나왔다면 힘이 되는 부분이 있었을텐데 아쉽죠. 조기종영 되면서 제일 안 됐던 사람은 작가예요. 다 생각했던 것이 있었을텐데 국수 말 듯이 너무 빨리 진행했어야 하니까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명품드라마라는 평을 듣고,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을 만났다는 것에 만족해요."

◆ 코믹 연기 아직 목마르다

박희진이 배우로서 이름을 알린 작품은 역시 MBC 시트콤 '프란체스카'다. '안성댁' 역을 맡은 그는 익살스러운 코믹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박희진=안성댁'의 공식이 성립될 정도. 박희진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꼬리표 '안성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은 예전에는 안성댁으로 각인되는 것이 싫었어요. 그런데 나이도 먹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니 어떠한 대명사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죠. 이제는 안성댁으로 불러주는 것도 정말 좋아요."

코믹 연기가 되는 박희진은 유독 시트콤과 인연이 깊다. 그는 '프란체스카' 외에 '똑바로 살아라', '선녀가 필요해', '두근 두근 체인지' 등에 출연했다. 박희진은 "시트콤은 아직도 목마르다"면서 시트콤이 더 이상 제작되지 않는 환경에 아쉬워 했다. "시트콤이 부활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쉬워요. 남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것이 더 어렵잖아요. 저도 2년 전부터 극작과 후배와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많이 어렵더라고요. 많이 부족하지만 도전정신으로 하고 있어요."

박희진은 다음에 맡고 싶은 역할을 물으니 "센 코미디, 홈런 한 번 쳐야죠"라고 답했다. 그는 과거에는 코믹한 역할만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는 것이 섭섭했다.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코믹 연기를 해도 '희노애락'을 녹여내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수백향'에서 코믹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듯이 말이다. 박희진이 '코믹 연기의 1인자'로 떠오를 날이 멀지 않은 예감이 든다.

"제가 작년에 데뷔 후 처음으로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어요. 좋은 회사이고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연기 스펙트럼을 더 넓혀 가고 싶어요. 제가 '프란체스카' 이후에 센 코미디를 못했잖아요. 박희진하면 '아 그래 저 친구, 코미디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웃음에 목말랐던 분들에게 갈증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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