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안 보니 사교육에 더 의존"

김소엽 입력 2014. 4. 16. 00:09 수정 2014. 4. 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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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50개 중학교 1학년이 실시중인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서울 지역 중학교 382개 중 절반에 가까운 150개 학교가 올해 진로탐색 집중학년제(자유학기제 연계 중1 집중학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이들 학교에 입학한 중1 학생이라면 1년 동안 중간·기말고사 같은 지필고사 부담 없이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취지는 좋지만 학부모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린다. 이 제도를 마뜩찮아 하는 학부모는 "대학은 물론 고교입시 부담이 전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학교만 1년을 진로탐색 기간으로 정해놓으면 공부에 소홀해져 결국 해당 학교 학생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취지를 공감하는 학부모조차 "중1에 할 수 있는 진로체험의 깊이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선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반응은 어떠한지 알아봤다.

김소엽 기자

서울 중학교 중 절반 가까이 운영

중학교에 막 입학해 새 학교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데, 기존 방식이 아니라 이렇게 전혀 낯선 제도로 운영되는 학교에 들어가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생보다 오히려 학부모가 더 당혹감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공부할 시기인데 학교에선 교과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평소 학업관리를 어떻게 해줘야 할 지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취지나 실제 운영 방식을 잘 모른다는 점도 불안감을 더 부추기는 요소다.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점만 부각되다보니 사교육을 더 시키겠다는 부모도 적지 않다.

학교에선 실제로 진로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을까.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를 실시하는 학교에 다니는 중1은 이번 학기를 진로를 탐색하는 기초 학기로 삼는다. 1단계가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는 것이고, 2단계가 이런 적성 파악 후 다양한 직업 체험을 하는 거다. 체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모든 교과목에서 직업과 연관한 수업을 한다. 예컨대 수학이라면 단순히 문제풀이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부 수업시간엔 수학자에 대해 공부하는 식이다. 또 미술이라면 "자신의 꿈과 관련한 그림을 그려보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보다 더 직접적인 건 창의체험 진로 활동과 동아리 활동이다. 기본 교과를 가르치는 시간 외에 특정 요일 특정 수업 시간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강좌를 한다. 또 각자 적성에 맞는 동아리를 골라 외부로 체험에 나서기도 한다. 교육청은 이런 직업 체험 관련 수업을 주당 10시간 내외로 권하고 있다. 2, 3학년이 중간고사를 보는 기간 동안에는 전일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다양해 보이지만 얼마나 내실이 있는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서울 한 중학교 남학생은 "미술 시간에 진로와 관련된 그림 그리기 과제가 주어졌는데 너무 어려웠다"며 "아직 꿈이 없을 수도 있는데 무작정 꿈을 시간 안에 그리라고 하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글짓기나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기대 반 우려 반

아직은 학부모 반발이 크다.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을 둔 한모(42·서울 도봉구)씨는 "한 학기 정도는 몰라도 1년 내내 진로탐색만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전국 학교가 동시에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왜 우리 아들이 실험 대상이 돼야 하냐"고 말했다. 중1 딸을 둔 김모(41·서울 양천구)씨 역시 "중학교에 제대로 적응하기 전에 진로 교육을 받으면 2학년 때 다시 적응해야하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중1 성적이 고입전형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학습 습관 등에 문제가 생길 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실제로 강남구의 한 사설학원장은 "집중학년제 도입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눈에 띄게 들떠 있다"며 "보통은 중간고사 등 시험기간에 집중해서 공부하는데 이 시험이 없으니 아무래도 긴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모(46·노원구)씨는 "학교에서 시험을 안 보니 애 학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학원을 끊을 수가 없다"며 "사교육만 더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산하 연구정보원 자유학기제 지원단 채일동 혜원여중 교사는 "처음에는 불안감이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막상 해보면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명확한 꿈을 갖고 공부하는 아이와 당장 성적에만 급급한 아이는 시작은 물론 최종 성취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학교에서 중점학년제를 체험한 3학년 학부모인 홍연주(39·서울 중랑구)씨는 "관심 있는 직업을 탐방하는 등 주입식이 아니라 참여형 수업을 하고 난 후부터 아이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이 늘었다"며 "단순한 진로 수업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유용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년 프로그램인 집중학년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외의 지역은 1학기짜리 자유학기제만 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42개 학교가 시범운영했고, 올해는 800개 학교에서 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엔 전국 중학교 가운데 절반 수준인 1500여 개 학교로 늘리고 2016년부터 전면 실시할 방침이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역시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재선되면 2016년까지 서울 모든 중학교에 집중학년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두 학기 실시에 너무 많다는 불만도

중학교 3년 과정 중 1학기만 골라서 하는 자유학기제와 달리 서울 지역 중학교가 하는 진로탐색 중점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가자마자 두 학기를 한다. 진로탐색을 하기엔 너무 어리다거나, 2개 학기를 진로교육만 하는 게 과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또 직업체험 인프라 자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한 학부모(서울 송파구)는 "학교에서 실효성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는 한 불안감과 불만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중학교 교감도 "강남 아이들은 부모 직업을 이어서 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 진로교육 의미가 크지 않다"며 "단순히 여러 직업을 체험하는 게 아이들에게 꼭 도움이 될 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윤여복 장학관은 "서울은 인프라가 많이 구축된 편"이라며 "자치구와 연계해 14개구에 진로직업체험센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김태일 교육연구사도 "농어촌이나 도심 등 각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강남도 영어 토론 등 학습형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로탐색 집중학년제가 최근 문제 되고 있는 중2병에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진로탐색 학년제를 시범 운영해보니 다양한 체험과 목표 설정을 통해 중2병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진로탐색 기간으로 1년을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여복 장학관은 "진로탐색 학년제가 정착하면 중학교 뿐 아니라 고교까지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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