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 | 남도 백패킹 ② 강진 남도유배길

글 사진 월간 캠핑 2014. 4.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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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꽃도 한 생애도 부질없어라

정약용의 길이다. 18, 19세기를 산 조선의 리얼리스트였고 실학자로서 거중기 등을 설계했으며 < 목민심서 > < 경세유표 > 등 유배 18년의 세월 동안 600여권의 저술을 남긴 인물. 숨 가쁜 일정으로 천재의 유배 세월에 덧씌워진 그늘과 들이비친 빛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혜장선사, 황상, 초의, 윤단 가족, 이학래 등 그가 18년 강진 유배 동안 만난 숱한 이들과 함께 걸었을 길. 그 길에서 느꼈을 지난함은 간 데 없이 4월 싱그러움 속, 길은 푸르다. 동백만 툭, 툭, 밟을 수도 없이 떨어져 있다. 길은 푸름 속에서 깊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다산오솔길은 걸을수록 아름다운 길이다.

길의 절정을 보여주는 다산오솔길

남도유배길은 총 4개 코스다. 주작산과 이어지는 주작산 휴양림길, 다산수련원에서 사의재까지 사색과 명상의 다산오솔길, 김영랑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시인의 마을길, 10만평 녹차밭 사이길인 그리움 짙은 녹색향기길. 모든 길이 13km 이상 거리이므로, 마음에 드는 코스를 선택해 일부를 걷는 것이 좋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이 길만 모두 걸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진의 풍경은 아름답다.

백련사에서 다산수련원 가는 길.

남도유배길은 총 4개 코스로 모든 길이 13km가 넘는다.

다산수련원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남도유배길 제2구간 다산오솔길은 길의 절정을 보여주는 곳이다. 걷는 내내 눈과 코가 시원해진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사람을 취하게 하지는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맑아질 뿐이다.

19세기가 시작하자마자 정조가 죽고 황사영 백서의 배후로 지목된 정약용은 정세의 희생물로 타향살이를 시작한다. 경상도 장기현에서 한양으로 잡혀온 뒤 강진으로 유배와 동문 매반가 사의재가 정약용의 강진 생활 출발점이었다.

강진만이 보이는 백련사.

다산오솔길의 코스이기도 한 사의재는, 지금으로 따지면 식당 곁방 정도 되는 곳이다. 제 한 몸 누이면 방이 들어차 아들 학연이 왔을 때는 함께 지낼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 그는 '생각은 마땅히 담백해야 하니 담백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맑게 해야 하고, 외모는 마땅히 장엄해야 하니 장엄하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단정히 해야 하고, 말은 마땅히 적어야 하니 적지 않은 바가 있으면 빨리 그쳐야 하고, 움직임은 마땅히 무거워야 하니 무겁지 않음이 있으면 빨리 더디게 해야 한다'라는 견딤의 글귀를 붙인다. 사의재에 붙은 네 가지 뜻이야말로 그의 이후 생을 일축해 보여주는 곳이다.

다산초당의 천일각.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에 드러난 소나무 뿌리.

사의재에서 4년, 보은산방에서 2년, 제자 이학래의 집에서 2년을 떠돌이 생활하며 곤궁함과 허기 속에서 자신을 다지던 정약용은 조선 후기의 내로라할만한 제자를 길러내고 벗과 교류하며 학문을 놓지 않는다. 이후 1810년 윤단 가족이 손자들 교육을 맡기며 다산초당을 내줘 다산의 유배 일화는 절정을 맞는다.

그러나 이야기의 겉껍질을 한 꺼풀 벗겨내면,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가르친 근검, 제자 황상에게 가르친 온 힘을 기울여 노력함이 그의 유배생활의 근기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산오솔길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그 뜻을 되새기며 걷는 길이다. 그리하여 길을 걸음은 곧 삶의 태도를, 마음을 견지하는 일임을 깨닫는 길이다.

싱그러운 4월의 길은 푸르다.

동백꽃이 봄이면 툭, 툭 떨어지며 생을 자극한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다산의 정신을 되새기며 걷는 길.

걸음마다 되새겨보는 다산 정신

다산오솔길은 아름다운 길이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동백꽃이 봄이면 툭, 툭 떨어지며 생을 자극한다. 대숲은 시원한 절경을 자랑한다. 뿌리의 길에서 다시 생은 또 저 뿌리인가 몸통인가 줄기인가 내 심지와 표면을 돌아보게 하는 길. 마음을 떠나 눈만으로도 다산오솔길은 아름답다.

마음을 떠나 눈만으로도 다산오솔길은 아름답다.

여기 다산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나그네 생활 끝에 정착한 다산초당이 좋아 경탄에 사로잡혀 시를 지었다니, 그곳에서 제자들과 저술활동을 벌이고 가르침이 꽃피고 연애 같은 우정을 쌓아가며 타지의 설움을 이겨내며 뜻을 이루려 했다니, 다산과 그의 벗이나 제자와의 만남에 대한 책만도 여러 권이니, 이곳은 우거진 숲만큼이나 사람으로 풍성한 곳이기도 하다.

다산이 이루어낸 모든 업적은 언어로 남았다. 그가 다시 그의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수레에 실은 책이 3천여 권이었다니, 우리가 다산을 알고 그를 통해 어떤 줄기를 찾고자 길을 떠나는 것도 다 언어에서 비롯됨이다.

때로 자연인가 인간인가 언어인가 무엇이? 라는 마음이 든다. 나이 들수록 질문만 늘어간다며 책을 뒤적이고 길을 걸으며 자연에 적셔보고 사람을 만나 교감하려 한다. 질문들이 가득한 이 속에 걸음 도중 답이 잠깐 왔다 갔다. 자연도, 인간도, 언어도 모두 무성하게 살아있으며, 그 무성함 속을 걷고 있다고.

강진터미널 부근 홍진식당의 한정식.

TIP강진 맛집과 주작산 자연휴양림

강진터미널 근처에 정약용이 유배 생활 초기 2년을 보낸 동문 매반가 주막 사의재가 있다.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부근의 흥진식당은 한정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다와 산이 모두 있는 강진의 한정식은 산해진미에 시골 나물까지 맛볼 수 있는 진수성찬이다. 가격은 2만원부터다.

주작산 자연휴양림에는 야영 데크 10개가 설치돼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바위와 진달래로 유명한 주작산 풍경이 두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데크의 이용요금은 성수기 1만2천원, 주말 1만원, 평일 7천원이며, 3개월 전부터 홈페이지( www.jujaksan.com)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야영 데크에서 50분가량 걸어가면 주작산 전망대가 있고, 15분 정도 걸어가면 주작산의 자랑거리인 흔들바위를 볼 수 있다.

글 사진 월간 캠핑 / webmaste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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