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서울시청 몰수패'가 보여준 여자축구의 씁쓸한 단면

2014. 4. 1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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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 스포츠동아DB

여자축구선수 박은선(서울시청)의 성 정체성에 대해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감독들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거진 사태는 희대의 코미디다. 국정감사 안건으로 등장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특히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해당 감독들이 속한 구단들과 한국여자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단체들에 결정문을 보냈다. 요지는 "감독들은 인권위의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고, 축구협회는 징계를 내리며 성별 논란 등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 뿐이다. 여자연맹과 축구협회는 인권위 권고 이행을 미룰 뿐, 반 년 가까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는 "워낙 민감한 일이라 신중해야 한다"고만 한다. 그토록 민감했으면 진작 해결했어야 했다. 이는 여자연맹도 똑같다.

그랬던 여자연맹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사안이 한 가지 있다. 10일 스포츠토토와 WK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나온 서울시청의 몰수패(0-3)와 관련한 사항이다. 당시 서울시청 서정호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복해 경기 중이던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이들이 필드로 복귀하지 않자 심판은 서울시청의 몰수패를 선언했다. WK리그 규정 제17조(선수, 임원 및 팀 제재) 12항에는 '경기 중 판정 등을 이유로 경기장 이탈, 지연 등 경기 불응 시 운영본부(주최, 경기감독관)로부터 경기 재개 통보를 받은 후 3분 이내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기권으로 간주해 해당 경기를 실격 처리하고 여자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돼 있다. 또 13항에도 '경기 중 벤치 이외 장소에서 팀을 지도한 임원은 3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한다'고 명기됐다. 축구협회도 '경기 중 운동장을 이탈하거나 이탈 교사한 지도자는 자격정지 1년 이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서 감독에 대한 징계는 당연하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4일 오전 11시 열린 여자연맹 상벌위에서 서 감독은 어느 누구에게도 경기 재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직무유기다. 여자연맹 측은 "통보할 틈도 없이 선수단이 팀 버스를 타고 철수했다"고 했다. 기본 사실 관계부터 확실해야 한다.

시기도 애매했다. 서울시청은 14일 오후 4시 강원도 화천에서 전북KSPO와 경기를 했다. 서 감독이 오전 상벌위에 출석한 뒤 화천까지 이동하기에 버거운 시간이었다. 여자연맹이 상벌위를 구성하느라 주말 내내 서둘렀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큰 문제를 덮어놓고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여자연맹과 축구계의 요즘 모습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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