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학살' 기술한 교과서는 2종뿐

박세영기자 2014. 4. 4. 11: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행 5종서 더 줄어들어

일본군위안부·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새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이 현행 교과서보다 크게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내용을 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번 2010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문부과학성 검증이 통과된 4종 교과서에서 모두 누락됐다. 문부성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13세 미만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에 적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검정된 2014년 교과서는 2015년부터 일선 초등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며 역사 부분이 들어간 사회과 교과서는 3∼6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역사 문제 중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벌어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내용은 지난 2010년 검정에서 통과된 현행본 총 5종 교과서에서 모두 기술하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4종 교과서 중 2종(동경서적, 광촌도서)에서만 기술하고 나머지 2종에서는 삭제됐다. 현행본과 비교하면 문교출판은 간토대지진 부분을 이번 판에 삭제했고, 교육출판은 간토대지진 기술 내용 중 조선인 학살 부분을 삭제했다. 광촌도서는 교과서에서 조선인 학살 사실 자체를 삭제하지는 않았지만 현행본에서 "수천 명의 조선인들이 살해됐다"고 기술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수의 조선인이 살해됐다"고 고쳐 숫자의 구체성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표현이 퇴보했다.

이 중 동경서적의 교과서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대해 "청일·러일 전쟁이 구미제국에 고통 받는 아시아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미화하는 표현도 들어 있다. 이 출판사의 교과서에는 현재도 이 같은 내용을 싣고 있다.

교과서에는 이 밖에 ▲임진왜란 ▲청일전쟁 및 러일전쟁 ▲강제병합, 식민지 지배, 독립운동 ▲강제동원, 황민화정책(창씨개명·일본어사용 등) 등에 대한 내용은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의 역사 기술 내용과 관련,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1월 근현대사를 다룰 때 정부 견해를 존중하라는 내용으로 검정 기준을 개정해 2014년도 중학교 교과서 검정부터 적용키로 한 바 있다. 문부과학성은 "균형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한 교과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난징(南京) 학살 사건에 대한 기술이 편향돼 있다"는 자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우경화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지난 3월 26일 중의원에서 '고노(河野)담화(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인정)'와 '무라야마(村山)담화(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사과)'가 일본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어 이 같은 교과서의 우경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다음 교과서 검정은 중학교가 2015년, 고등학교는 2016년 이뤄질 예정이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02)3701-5555/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