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의 도시]프라하의 봄

2014. 4. 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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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봄! 요맘때 즈음이면 겨우내 잠들어 있던 방랑벽에 슬슬 신호가 온다. 봄바람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꽃놀이도 좋고, 산도 좋겠다.그러나 올해는 유난히 자주 항공사 웹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날짜를 챙기게 된다. 바로 '프라하의 봄' 때문이다. 그것도 10년에 한 번 오는 '체코 음악의 해'다.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의 추억을 떠올리며 5월 여행의 핑계를 어떻게든 만들어 본다.

자유화 운동 때도 멈추지 않았던 음악회

'프라하의 봄'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1968년 체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민주 자유화 운동을 이르기도 하지만 '스메타나'의 서거일인 5월 12일에 시작해 3주간 열리는 체코의 세계적인 음악 축제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는 70년이 되어가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음악제다. 1946년, 당시 체코필하모니 관현악단 상임 지휘자인 라파엘 쿠벨리크에 의해 시작되어 1968년 체코 자유화 운동이 일어났던 '프라하의 봄' 때도 축제가 중단되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시작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으로 막을 내리는데, 축제기간 이후에도 10월까지 연주회와 문화 행사들이 도시 곳곳에서 이어진다. 매년 '프라하의 봄 음악 축제' 기간에는 마음이 부풀긴 하지만, 요즈음 이 병이 다시 도진 이유는 올해가 세계적인 음악가인 드보르작 서거 110주년, 체코 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 탄생 190주년, 체코 근대 음악을 대표하는 야나체크 탄생 160주년을 맞는 '체코 음악의 해(The Year of Czech Music 2014)'이기 때문이다. 1년 내내 다양한 콘서트와 음악 축제가 전역에서 펼쳐질 예정인데 이 체코 음악의 해는 10년마다 한 번씩만 돌아온다.

프라하 골목에서 위대한 음악가들과의 조우

'프라하의 봄' 하니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프라하의 봄>이다. 1980년대에 국내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사회주의 치하에서 겪어야 했던 지식인의 좌절'이라는 작가의 의도를 소설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원래 소설에 쓰인 대로라면 영화에도 베토벤의 음악이 깔려야 하는게 맞다. 그런데 정작 밀란 쿤데라가 야나체크의 음악을 강력 추천해 영화에는 야나체크의 음악이 쓰였다. 야나체크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현대음악 작곡가로 꼽히는데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첫 머리에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언급되어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스메타나, 드보르작, 야나체크까지 체코 출신의 음악인들 외에도 프라하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대표적 음악가가 있다. 바로 모짜르트다. '돈 조반니'의 작곡을 외뢰 받은 모짜르트는 1787년 10월 아예 프라하의 구시가지에 터를 잡았다. '돈 조반니'를 완성한 집의 건물 외벽에는 그의 얼굴을 부조로 만들어 놓아 프라하가 사랑했고 프라하를 너무나 사랑한 한 음악가를 기념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악기박물관과 함께 유럽의 2대 음악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라하 음악 박물관'에 가도 모짜르트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 내에는 모짜르트가 연주한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피아노는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소품으로 사용되었다. 음악 박물관에서는 각종 현악기, 관악기들의 초창기 형태를 구경할 수도 있어 흥미롭다. 또 다른 음악가 드보르작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바로 드보르작이 36세부터 살았던 지트나 거리 564번지, 평범한 외양의 도시형 아파트 2층 발코니에 그의 흉상이 도보를 향해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대한 작곡가가 한 때 이곳에 살았었다는 표식이다. 드보르작은 이 아파트에 머물며 대작들을 작곡했고 차이코프스키, 브람스, 야나체크 등이 드보르작을 만나기 위해 이 곳에 종종 드나들었다고 한다.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그들이 단골로 들락거렸던 주점도 있다. 크 카를로프 20번지에 위치한 '드보르작 박물관'에는 그의 기념품, 유품들을 전시해 두었다. <아메리카나>가 흐르던 박물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프라하에서 만난 카프카

요즘 계속 프라하 상사병에 시달리다 보니 종종 같은 꿈을 꾼다. 작고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의 예쁜 집들 사이사이를 밤새 들락거리는 꿈이다. 기억의 저편에 남아있던 프라하의 좁은 골목, 바로 카프카의 집이었다. 카프카의 집은 아담한 집 10여 채가 일렬로 늘어서있는 좁다란 골목길, '황금소로' 안에 있다. 1597년부터 형성된 이 거리에는 성에서 일하는 집시, 시종이 모여 살다가 나중에 금박 장인들이 모여 살면서 '황금소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는 이 집들 중 11채가 복원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데, 대부분 기념품 숍들로 개조되어 예술품, 문구류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여행자의 지갑을 유혹한다. '황금소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 카프카의 집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나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가 여러 작품을 집필했던 집, 그 집은 작고 온통 파란색이었다. 41세로 생을 쓸쓸히 마감한 카프카의 잘 생긴 얼굴, 그 흑백 포스터가 내부에 걸려있었고 외벽엔 아직도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그의 집이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집 또한 기념품 숍으로 변신해 있어 작가로서 쓸쓸하게 살았던 그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쓸쓸하게 기억되고 있다.

밤에도 낮에도 아름다운 프라하성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면서 도시를 양분하는 강 볼타바의 서쪽은 신시가지, 동쪽은 주로 12세기에 조성된 구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프라하의 영역은 14세기부터 노베메스토(신시가지)로 확장되었는데 이 지역에는 유난히 뾰족탑이 많아 프라하를 '백탑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가 된다. 그 중 프라하성은 볼타바강 맞은편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강의 동쪽인 구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이른바 '건축 박물관'으로 불리는 프라하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라하성 내의 건축물은 체코를 대표하는 국가적 상징물이면서 여러가지 양식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건축박물관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성비트 성당은 처음 건설될 당시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13세 중엽에 초기 고딕 양식이 첨가되고, 이어 14세기에는 프라하 출신인 카를 4세에 의해 왕궁과 성십자가교회 등이 고딕 양식으로 새로 지어졌다. 이후에 다시 후기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이 도입되어 바로크시대인 1753년부터 1775년 사이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완성될 때까지 900년이나 걸린 대작품이다. 성비트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정교하게 장식된 거대한 스테인글라스가 시선을 잡아 끈다. 체코의 '국민 화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 앞에서 무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도 꺼내어 본다. 프라하성 방문객들의 집결지인 흐라드차리 광장엔 매시 정각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것도 기억하자. 프라하성은 낮에도 밤에도 아름답다. 특히 야경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해 전 세계 사진작가들이 렌즈를 들이대고 상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를 브리지를 건너 구시청 광장으로

구시가와 왕궁은 강을 가로지르는 카를교로 연결된다. 다리지만 차는 다닐 수 없다. 런던에 타워 브리지가 있다면 프라하에는 카를교가 있다 할 정도로 프라하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을 조각한 30여 개 작품이 다리 양편으로 서 있고 거리의 악사들이 관광객들에게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악기를 연주해 준다. 마치 영화 같은 한 장면이다. 사람의 물결을 타고 다리를 건너 구시청 광장에 닿으면 먼저 천문시계를 구경한다. 매시 20초간 진행되는 시계의 쇼는 천문학적인 인파를 끌어 모으는 프라하의 명물이 되었다. 먼저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인형이 움직이며 종을 치고 두 개의 창문에서 12사도가 등장한다. 허영을 상징하는 거울을 보는 자, 지갑을 움켜쥔 유태인, 음악을 연주하는 터키인도 등장한다. 시간뿐 아니라 사계절과 천체의 운행까지 표시하는 이 시계는 가까이에서 한 번 보고,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천문시계를 구경하는 여행객들을 구경한다. 그리고 천문시계 탑의 전망대까지 올라가 내려다 본다. 이 세가지를 다 해 보아야 천문시계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시청 광장에는 종교개혁가 얀 후스의 청동상도 서 있고 14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고딕 양식 건물인 틴 교회의 쌍둥이 탑도 보인다. 이 광경이 심하게 고풍스러우며 엽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광장 북동쪽에 위치하는 푸른 돔의 흰색 건물은 바로크 양식의 니콜라스 교회. 이 곳도 종종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다. 시청 광장 북쪽에는 노점상들, 대장장이들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대장장이들은 옛 방식 그대로 돈을 만들어 팔고 풀무질을 보여준다. 매일 무심하게 열리는 모짜르트, 차이코프스키 연주회들은 도시 곳곳에서 전단지로 포스터로 마주칠 수 있다. 거리의 악사들이 가득한 이런 거리를 걷다 보면 음악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마음속에 음악이 가득 찬다. 행복하다.

프라하에선 피보!

프라하 같은 관광지에선 맛집을 찾는 것보다는 꼭 먹어봐야 할 요리 세 가지 정도 알고 가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먼저 그나마 익숙한 굴라쉬다. 빵 같은 크네들릭에 양파와 할라피뇨를 얹은 고기 요리로 토끼, 오리, 소 등을 고를 수 있다. 쇠고기는 갈비찜과 유사한 맛이 난다. 또 하나는 꼴레노(Koleno), 돼지의 정강이를 통으로 구워 생겨자, 할라피뇨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쇠고기 요리를 하나 더 추천하자면 야채 과일을 넣어 만든 달콤한 소스와 곁들이는 등심, 안심요리인 스비취코바를 추천한다. 접시에 생크림과 잼이 같이 나오는데 고기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 모든 음식들은 체코 와인, 체코 맥주와 환상의 궁합이다. 체코에서는 맥주 값이나 물 값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펍인데, 남자들은 이곳에서 사교를 한다. 맥주를 체코어로 '피보(pivo)'라고 하는데 어느 가정집이나 '피보'를 담는 항아리인 '주반'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릴 적 주전자를 들고 어른들 심부름으로 막걸리 받으러 가곤 했던 것처럼 체코 어린이들도 근처 퍼브에 '주반'을 들고 술을 받으러 간다. 대표적인 피보는 '플젠스키 프라즈드로이', '감브리누스', '라데가스트', '부드바르' 등이 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대의 체코 맥주 수입국이라고 한다. 사실 체코 맥주를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지만 그래도 현지에서 마시는 것만 할까.

생각해 보면 프라하에서 세기의 음악가들, 카프카, 밀란 쿤데라 같은 작가들, 알퐁스 뮈하 같은 거장들의 숨결을 느끼며 참 많이 걸어 다녔었다. 그런데 마음 속에, 언젠가는 '프라하의 봄'을 느끼리라 생각하면서 빈 공간을 두었다. 이번 여름이 그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프라하 가는 길 대한항공(화,수,금,토)과 체코항공(월,목,금,일)이 각각 주 4회씩 체코 프라하까지 직항 노선을 운영한다.

체코 음악의 해 공식 홈페이지(www.yearofczechmusic.cz) 참조.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 '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체코 국민 음악가인 스메타나의 서거일인 5월 12일 기념으로 1946년부터 매년 시민회관(Obecni Dum)의 스메타나 홀 에서 스메타나의 나의조국 중 '몰다우 강' 연주를 시작으로 축제를 시작한다. 도시 곳곳에서 3주 동안 펼쳐지는 유럽대표 국제 음악제인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축제'는 루돌피눔의 드보르자크 홀, 돈 조바니가 초연된 스타 보스케 극장, 모차르트 기념박물관인 베르트람카, 음악가들의 스토리가 있는 생가, 교회와 성당, 수도원, 박물관 등의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문의

디스커버리투어(02-752-6207/www.discovertour.com)에서 체코 음악의 해 'Yean of Music 2014' 과 함께 프라하의 봄, 제69회 '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글 조은영(여행작가·어라운더월드 대표) 사진협조 디스커버리투어( 02-752-6207, www.discovertour.com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22호(14.04.0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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