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리치 컬렉터에겐 '워홀 작품' 이 꼭 품어야할 트로피?

2014. 3. 13. 16: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세계의 수퍼리치들이 또다시 앤디 워홀(Andy Warholㆍ1928~1987)을 택했다. 이 '팝아트의 제왕'은 최근 공개된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에서 다시한번 정상을 달리며, 수퍼 컬렉터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국제 미술시장 분석기관인 아트프라이스 닷컴(Artprice.com)이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중국의 폴리옥션 등 각국의 지난해 경매기록을 기반으로 최근 발표한 '2013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워홀 작품은 2013년 한 해 동안 총 3억6741만달러(수수료 불포함)의 낙찰액을 기록하며 2012년에 이어 1위를 기록했다.

애견과 함께 포즈를 취한 생전의 앤디 워홀. Jack Mitchell이 찍은 사진이다.

2위는 피카소(3억6139만달러), 3위는 장다첸(張大千 2억9166만달러)이었다. 이로써 워홀은 지난 2007년이래 경매시장에서 정상권을 달리고 있다. 2010년 피카소에게 한 차례, 2011년 중국 작가(장다첸)에게 한 차례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줄곧 수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필립스 뉴욕 경매에서 3400만달러(수수료 불포함)에 팔린 워홀의 'Four Marilyns'.

▶ '현대미술 마(魔)의 1000만달러 벽'을 깬 것도, 1억달러 돌파한 것도 '워홀'=지난 2005년 초까지만 해도 해외 미술시장에선 '현대미술(컨템포러리 아트)에는 1000만달러 장벽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었다. 피카소 모네 클림트 작품과는 달리 현대미술은 '마(魔)의 1000만달러' 돌파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5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워홀의 'Liz'가 1260만달러에 낙찰되며 그 벽을 깼다. 현대미술품 가격상승의 서곡을 알린 기록이었다.

이듬해(2006년) 크리스티에선 'Mao'가 1740만달러, '오렌지 마릴린'이 1630만달러에 팔렸다. 이후 워홀 작품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펄펄'날았다. 1997년 100이었던 워홀 작품의 가격지수는 2006년 359로 치솟았다. 지수상 9년간 3.6배의 상승을 보였던 것. 그러나 이후 성장세는 더 가팔랐고, 지난해에는 마침내 1억달러의 벽도 깼다.

지난해 11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억500만달러(1125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리며 워홀 작품 중 경매최고가를 경신한 '실버 카 크래시' (1963). 톡톡 튀는 팝아트로 잘 알려진 워홀이 사실은 심오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임을 입증해주는 작품이다.

앤디 워홀하면 '마릴린' '코카콜라' 같은 톡톡 튀는 경쾌한 작품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워홀은 '죽음'이나 '재난'같은 묵직한 주제에도 주목했다. 끔찍한 교통사고의 순간을 다룬 그의 '실버 카 크래시-이중재난'(1963년 작)은 지난해 11월 소더비에서 1억달러(수수료 포함)를 넘어서며 미술시장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작년 11월 크리스티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영국)의 유화 '루시아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가 1억4240만달러(수수료 포함)에 팔리며, 뭉크의 '절규'가 세운 종전 기록을 넘어서며 경매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이는 3점이 하나로 연결된 작품이란 점에서 워홀의 '실버 카 크래시'가 세운 1억달러 돌파는 주목할만한 기록이었다. 10년 전 1000만달러의 벽도, 2013년 1억달러(팝아트 부문)의 기록을 깬 것도 워홀인 것.

워홀의 '코카콜라 3'.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5728만달러에 낙찰됐다.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에는 워홀의 마스터피스를 반드시 손에 넣고자 하는 슈퍼리치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기 때문이다. 아트프라이스는 "아트월드 제왕의 '명성'을 트로피처럼 간직하고 싶어하는 전 세계 수퍼 컬렉터들 때문에 경합이 뜨거웠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그깟 실크스크린이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어!"하고 워홀 작품을 대단찮게 여겼던 이들은 "이렇게 오를 줄 몰랐다. 그때 사둘 걸 그랬다"며 후회하곤 한다. 딜러 출신으로 현재 아트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미국의 리처드 폴스키는 자신의 저서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에서 힘겹게 손에 넣었던 워홀의 '자화상'(일명 '깜짝가발')을 눈부시게 예쁜 새 애인의 종용에 못이겨 지난 2005년 경매를 통해 37만5000달러에 팔아치운 후, 땅을 치고 후회하는 심정을 생생히 토로한 바 있다. 이후 최근까지 워홀의 '깜짝가발'은 가격이 10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억4240만달러(1519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되며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프란시스 베이컨의 '루시안 프로이트에 대한 연구'. 종전기록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세운 1억2000만달러였다.

최근 들어 워홀의 작품은 철저히 파는 자, 즉 'Seller's 마켓'이 되고 있다. 사려는 자들은 줄을 섰지만 메이저 경매의 간판으로 내걸 만한 걸작을 팔겠다는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친숙하다 못해 너무나 흔하게 느껴지는 워홀 작품이 이렇듯 '최우량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미술사적 중요성' 때문이다. 그를 계기로 '팝아트'가 본격적인 예술로 진입했으니 팝아트의 논리를 만들어낸 워홀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는 "워홀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작가다. 내로라하는 수퍼 컬렉터들은 워홀의 주요작을 한두 점씩 보유하고 있다. 현대미술 수집가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아이콘적 작품인 것이다. 그 명성과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미술사적 기여도와 작품량, 가치 측면에서 당분간 워홀을 넘어설 작가는 없을 것이다"고 분석했다.하지만 워홀의 미술사적 위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의외로 드물다. 팝아트의 본질은 비껴간채 '재화용 아이콘'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이 걸출한 작가를 너무 좁은 우리에 가두는 태도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5840만달러(626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조각 '풍선 강아지'.

동유럽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워홀은 남다른 시대적, 예술적 통찰력으로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고유한 예술언어로 구축해냈다. 누구도 그것이 '예술'이 될 거라고 여기지 않았던 수프깡통이며, 세탁세제 박스, 신문에 실린 유명인과 정치인의 초상을 '반복'과 '차용'기법을 통해 보란듯 작품화한 것이다. 실크스크린, 오브제, 퍼포먼스, 사진을 유유히 넘나들었고, 영화도 50편이나 제작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개된 경매시장에서 워홀이 수퍼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이같은 작가적 명성과 풍부한 작품량, 그리고 재화로서의 확실한 가치(앞으로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프라이스는 "워홀 작품은 국제 경매시장에서 10년 주기로 평균 58% 올랐다"며 "작년의 경우 1459점의 총낙찰액은 3억6741만달러(수수료 불포함), 평균낙찰가는 25만2000달러(수수료 불포함)였다"고 밝혔다.

더구나 워홀의 경우 1억달러, 수천만달러를 호가하는 걸작도 있지만 판화, 월페이퍼, 폴라로이드 사진의 경우 3000~5000달러짜리도 수두룩해 일반수집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크리스티 경매가 워홀재단과 손잡고 재단 소장품을 온라인경매로 팔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래저래 워홀은 오늘날까지도 전세계에서 연구와 평가, 그리고 화제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최고의 수퍼스타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5612만달러(수수료 포함)에 낙찰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Woman with Flowered Hat'. 피카소 인물화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바스키아, 리히터, 리히텐슈타인도 주목해야 할 작가=워홀에 이어 '톱10'에 오른 작가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워낙 방대한 작품량을 남긴 파블로 피카소는 작년에 2776점이 거래되며 2위에 올랐다. 요절작가 장-미셸 바스키아는 최근 들어 작품값이 뛰며 3위에 랭크됐고, 그 뒤를 프란시스 베이컨(6위), 게르하르트 리히터(7위), 로이 리히텐슈타인(8위)이 이었다. 또 쩡판즈(21위), 제프 쿤스(25위), 크리스토퍼 울(30위)같은 현존작가 작품에 대한 수집 열기도 뜨거웠다. 단 영국 현대미술의 대표주자인 데미안 허스트는 88위로 순위가 다소 밀렸다.

아트프라이스는 "역사상 이렇게 뜨겁고, 탐욕스러웠던 해는 없었다"며 "2013년 세계 아트마켓은 120억500만달러(수수료 불포함)의 낙찰액을 기록하며 2012년에 비해 13% 올랐다. 전체낙찰액 중 절반이 100명의 유명작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는 아시아, 중동, 러시아의 새로운 슈퍼리치들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전후(戰後) 현대미술과 컨템포러리 아트의 약진이 돋보였고, 크리스티는 247년 역사상 최고액인 35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1만5000명의 작가가 경매를 통해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고 리포트했다.

아트프라이스 닷컴의 2013 아트마켓 리포트 표지.

국가별로는 미술시장의 양대산맥인 중국과 미국이 각각 40억7800만달러ㆍ40억1600만달러로 1ㆍ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13년에 낙찰액이 21% 증가했고, 미국도 20% 상승했다. 양국의 매출은 세계 아트마켓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단 중국 매출은 자국 내 작가에 한정돼 있고, 실제 거래성사액은 낙찰액보다 낮은 것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몇몇의 슈퍼리치 컬렉터들이 아트마켓을 이끄는 영국이 3위(21억달러)를 차지했고, 프랑스(5억4900만달러)와 독일(2억700만달러)이 글로벌 아트마켓에서 각각 4ㆍ5위를 달렸다.

yrlee@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헤럴드경제 BEST 클릭]

엄상미 "속옷 안입고 앞치마만"…야릇"땅파면 1원 하나 나오나"…원고 뛰어넘는 朴의 화법 노림수는?'가시' 조보아 "장혁 격정적 러브신, 부담됐다" 장면보니…뉴발란스가 1190원?…퍼스트빌리지, 브랜드 폭풍세일진주 운석 가격 "하늘의 로또?"…소유권은 최초 발견자'300 제국의 부활' 에바그린, 과격 정사신 "온 몸에 멍이…"골프, 10타 줄여주는 스윙기 등장'연아열애' 에 락앤락 웃다'밀회' 김혜은 "앞엔 글래머, 뒤엔 아무것도?" 미시 파격노출野 기초단체장 무공천 시뮬레이션 충격적…與 '싹쓸이' 가능성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