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박주영의 불통은 대표팀에도 해가 될 뿐이다

조회수 2014. 3. 11. 14: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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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말은 해야 하고 의견은 나눠야 한다. 그래야 오해가 없어지고 이해가 깊어진다. 한쪽이 소통을 거부하면 어떨까. 다른 쪽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게다. 그게 오래되면 결과는 나빠진다. 서로 불통하면 추측이 쌓인다. 추측이 쌓이면 억측을 낳는다. 그리고 억측은 더 깊은 오해를 초래하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대통령도 국민과 소통해야한다. 부모도 자식과 말해야한다. 선생도 학생들과 의견을 나눠야한다. 물론 국민도 소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식도 부모를 향해 마음 문을 열어야 한다. 학생들이 선생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물론 있어야 한다. 양측이 모두 노력해야만 소통은 이뤄진다.

 박주영은 소통을 거부했다.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분명한 소통이다. 언론과 소통은 즉, 축구팬들과의 소통이다. 박주영이 언론과 소통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축구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과 같다. 축구 선수가 운동장에서 플레이로 말하면 되지 무슨 인터뷰냐고? 그렇다면 박지성은 왜 인터뷰를 하고 이청용은 왜 인터뷰를 하겠나. 그리고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우사인 볼트, 마리야 샤라포바는 왜 인터뷰에 응하겠는가.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등 많은 국제대회를 다녀보면 선수들은 제 아무리 유명한 스타라도 해도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믹스트 존에 가보면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자국 기자 한명과 토론하듯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왜 인터뷰를 할까. 언론이 무서워서일까? 언론이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물로 응해준 것일까? 아니다. 그들은 그걸 팬 덕분에 존재하는 스타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팬들과의 소통을 원하기 때문이다. 플레이가 좋았든, 나빴든 그들은 인터뷰에서 자기 의견을 밝힌다. 잘 한 점, 부족한 점, 실수한 점 등을 이야기하면서 소통한다. 그게 이뤄지면 기사와 보도에 그대로 반영된다. 쓸데없는,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란과 논쟁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박주영은 팬들과 소통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팬들을 불러 모으지 않고, 팬들에게 좋은 인상과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하고, 경기력만 좋은 선수는 기량만 뛰어난 아마추어일 뿐이다. 진정한 프로라면 팬들과 소통해야하고 팬들을 빨아 들여야 한다. 그런 인기와 인지도, 좋은 이미지를 통해 소속팀에 도움을 줘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박주영은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기피해왔다. 그렇다고 SNS를 통해서 팬들과 소통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박주영이 보여준 태도는 불통에 가깝다. 그리스전 직후에도 박주영은 그랬다. 기자들과 가벼운 농담까지 주고받은 경기 전 모습은 사라졌다. 골도 못 넣고 실수도 많았고 플레이가 나빴다면 인터뷰 거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골도 넣었고 팀도 이겼다. 인터뷰를 거부할 이유는 별로 없었고 거부할 상황도 아니었다.

 박주영의 인터뷰 거부는 개인적인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들은 회사 돈으로 출장을 왔다. 방송국은 A매치 중계권을 수 십 억 원을 주고 샀다. 그리스전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박주영이다. 홍명보 감독이 아무리 다른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해도 그게 최소한 그리스전에서는 실제로 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박주영은 더욱 입을 열었어야 했다. 자신이 잘 했다고 자랑을 해도 좋다. 반대로 부족한 게 많았다고 말해도 좋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도 좋다.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말을 해도 괜찮은 자리였고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의 선택은 소극적인 소통도 아닌 적극적인 불통이었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인터뷰 거부에 대해 "박주영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에 나서다 보니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건 솔직히 말도 안 된다. 부담이 큰 것은 경기 전이면 전이지, 2-0으로 이긴 경기 후가 아니다. 그리고 이후 몇몇 언론사의 보도는 박주영뿐만 아니라 축구협회, 홍명보 감독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서 축구협회 고위층이 언론사를 찾아가 재발방책을 논의했고 언론사 축구팀장들도 대표팀 소집시 인터뷰 관련 요청사항을 축구협회에 정식으로 전달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스에 취재 간 방송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박주영은 믹스트존 인터뷰뿐만 아니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방송국 플래시 인터뷰까지 거부했다. 이처럼 박주영의 인터뷰 거부로 그리스전 이후 경기장 안팎의 관심이 또 다시 박주영에게 몰리고 말았다. 박주영은 자신이 인터뷰를 하지 않고 다른 선수가 하면 그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대신 받을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박주영의 의도라고 해도 실제는 그것과 정반대로 흘렀다.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일 박주영이 그리스전 이후 인터뷰에 응해 몇 마디 말을 했다면 지금 상황은 어땠을까. 본인에 대한 좋은 기사와 보도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박주영이 동료들 덕분에 조직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면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박주영은 많은 것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경기력 논란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만들어 자신을 뽑아준 홍 감독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한 번 더 표현할 수 있는 찬스를 날렸다. 자신과 함께 뛰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밝힐 수 있는 기회도 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불편한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환경도 스스로 내쳤다. 그리고 좀 거창하게 말해, 13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골을 넣은 소감을 듣고 싶은 팬들의 소망도 무시됐다. 개인적으로 인터뷰가 정말 하기 싫어도, 최소한 팀을 위해서라도 했어야 했다.

 박주영은 AS모나코 시절 인터뷰를 하러 프랑스까지 간 인터넷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셀타 비고 소속으로 첫 골을 넣기 바로 직전 스페인까지 찾아간 방송국 아나운서와 PD의 인터뷰도 거부했다. 데뷔 골을 넣은 날, 그 다음날도 박주영은 끝내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 방송국은 프리메라리가 중계권까지 사서 국내에 중계를 하는 곳이었다. 그것까지 거부한 박주영의 행동은 어리석은 것을 넘어서 비인간적이었다. 그런 게 하나하나 쌓이면서 박주영과 언론의 관계는 점점 나빠졌고 적잖은 팬들과의 불통도 깊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박주영이 계속 불통으로 일관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홍명보 감독, 대표팀, 축구협회에도 손해가 되면 손해가 되지, 득이 될 건 없다. 이걸 알고도 박주영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건 소통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상대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이라도 소통할 의지가 없다면 소통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불통이 오해와 불신만 낳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세상만사 모든 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다. 박주영의 굳게 다문 입은 논란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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