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영혼이 맑은 마이클 혼다 의원

2014. 3. 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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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안부 결의안' 통과 앞장선 일본계 정치인
역사 외면 日 질타도 11월 선거서 8선 도전.. 한인사회 적극 후원을

2012년 7월24일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본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미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위안부 희생자인 김복동(88), 이용수(85) 할머니는 마이클 혼다(72·민주당) 의원을 붙들고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혼다 의원은 연설을 통해 "5년 전 이 할머니들이 의회 증언대에 앉아 '일본은 사과하지 않으려거든 내 젊음을 돌려달라'고 울부짖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애칭 '마이크'로 더 알려진 혼다 의원에 대해 한 인사는 "영혼이 맑은 정치인"이라고 했다. 그의 정치적 행보를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은 없을 것 같다. 그는 일본계 2세 정치인이면서도 누구보다 앞장서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을 질타하고 있다. 부모의 모국인 일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는 일본이 역사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반성할 때만이 진정한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일본계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수용소 생활을 했다. 미국이 부끄러워하는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의 희생자였다. 군 정보부대에서 근무하던 그의 부친도 광기의 회오리를 피하지 못했다. 고향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콜로라도주 수용소에서 1살부터 4살 때까지 지냈다. 역사의 잘못이 개인과 가족 삶에 어떻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지 뼈저리게 직접 경험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의회에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월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2014년 통합세출법안'에 위안부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기도록 하는 데에도 크게 역할을 했다. 법안은 국무부 장관에게 2007년 7월30일 하원의 위안부 결의에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 교육 등을 법안을 통해 거듭 강조한 것이다.

혼다 의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8선에 도전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인 지역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선거를 치른 그가 이번에 복병을 만났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서 2009∼11년 미 상무부 부차관보까지 지낸 신예 로 카나(38)가 지난해 4월 도전장을 내고 표밭을 갈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 중 한 곳인 윌슨 손시니에서 일하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강력한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미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지난해 8월 중간선거에서 주목할 5개 하원 선거구 중 하나로 혼다 의원의 캘리포니아 17선거구를 꼽았다. 애플과 인텔, 야후, 이베이 등 세계적인 IT기업 본사가 있는 실리콘 밸리 핵심지역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 등이 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유권자 10명 중 4명가량이 아시아계인데, 그는 인도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다 의원은 45% 지지율로 26%의 카나 후보를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2012년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제러미 버드와 데이비드 바인더 같은 인물이 카나 후보를 돕고 있다. 혼다 의원은 판세를 금세 뒤집을 수 있는 선거자금에서 한참 열세이다. 현재 수중에 쥔 현금은 62만여달러로 카나 후보의 197만달러에 크게 뒤처져 있다.

혼다 의원과 같은 의원이 미 정계에 있어야 한다. 얼마 전 뉴욕·뉴저지 한인 사회가 혼다 의원 후원 행사를 연 것도 같은 마음에서이리라. 그를 아끼기에 걱정되는 점도 없지 않다. 지역구에서 4000여㎞ 떨어진 곳의 한인 모임에 참석한 그를 유권자들이 곱게만 봐 줄까. 혹시라도 한인 단체 모금활동을 위해 그를 활용하는 것이라면 더욱 걱정이다. 토론을 피한다고 혼다 의원을 공격 중인 카나에게는 호재거리가 될 수 있다.

혼다 의원은 오는 6월3일 예비선거를 꼭 3개월 앞두고 있다. 한인사회가 풀뿌리 유권자 운동으로 혼다 의원을 돕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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