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교육비 줄었다" 하지만.. 뚜껑열고 보면 '글쎄?'

류난영 2014. 2. 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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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학 사교육 비중 65%로 여전히 높아…공교육 불신 탓방과후 교육활동비·어학연수비 등 사교육 통계에 포함 안 돼

【세종=뉴시스】류난영 기자 =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사교육비 부담 완화'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줄었지만 학부모들이 자녀 사교육을 위해 실제로 지출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영어와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65.1%나 되는 등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여전했다.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18조6000억원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에 대해 공교육 강화와 방과후 학교 활성화, EBS 활용 등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경제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과 학생수 감소 등을 고려해 보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실제로 학생들 개개인이 사교육비에 지출한 돈을 나타내는 지표인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어났다.

사교육비 총 규모가 줄어드는데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늘어난 것은 매년 25만여명 씩 줄어들고 있는 학생수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수는 2010년 723만6000명, 2011년 698만7000명, 2012년 672만1000명, 2013년 648만1000명으로 매년 24만~26만명씩 줄어들고 있다.

쉽게 말해 사교육비 감소는 정책 효과라기 보다는 학생수 감소에 따른 착시 효과인 셈이다. 또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예전보다 사교육비를 다소 줄인 점도 한 몫한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학교급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더 극명해 진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학교급별로 초등학교에서 5.9% 늘어난 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3.3%와 0.4% 줄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고등학교에서 관련 통계 작성이래 처음으로 줄었지만 입시보다는 취업 위주인 특성화고에서 27.6%가 줄어들었다. 반면 일반고는 1.1% 줄어드는 데 그치는 등 큰 차이가 없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문이 점점 좁아지고 '선취업 후진학' 정책이 정착돼 이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받지 않는 등 사교육을 줄인데 따른 착시효과로 볼 수있다.

중학교도 사교육이 줄기는 했지만 2012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전년대비 5.3% 줄어든데 따른 기저효과로 해석해야 맞다.

반면 1인당 사교육비가 급격히 늘어난 초등학교를 살펴보면 영어와 수학이 각각 5.4%와 7.1% 늘고 예체능도 13.8% 늘었다.전체 사교육비 가운데 영어와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18조5960억원 가운데 영어는 6조3317억원, 수학은 5조7762억원으로 두 과목이 전체 사교육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1%로 매우 높았다.

'학교수업 보충'과 '선행학습'이 사교육의 주요 목적으로 꼽히고 있는 점도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EBS 방송 참여도도 사교육 감소에 큰 영향을 못 미쳤다.

지난해 EBS 방송에 참여한 학생의 사교육비는 연간 278만원으로 EBS 방송 참여를 하지 않은 학생(249만4000원) 보다 28만6000원이나 더 많았다.

교육부는 EBS 수능 70% 연계 등으로 학원에서 EBS 교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EBS 수능연계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던 정부 정책이 전혀 효과를 못 내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조사는 방과후 교육활동비,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어 이를 포함하게 되면 실제 사교육비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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