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급'을 아십니까? 분당 225원 받는 노동자들

2014. 1. 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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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다시, 삼성을 묻는다 -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4차 토론회

"'분급'(분 단위로 계산하는 급여)이라고 아십니까? '시급'은 알아도 '분급'은 아마 처음 들어보실 겁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들은 이동시간, 수리 준비시간 등은 다 빼고 제품을 고치는 시간만 계산해 분당 225원의 분급을 받습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다시, 삼성을 묻는다 - 삼성과 한국사회의 선택' 4차 토론회(삼성의 경영방식과 이해 당사자)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조건준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육선전부장은 "삼성의 협력업체 임금이 말도 안된다"며 '분급'을 소개했다.

조 부장은 또 "삼성은 노동자들끼리 임금을 비교하기 어렵다. 비밀주의 때문이다. 자신의 급여도 공개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고 협박까지 한다"고 폭로했다.

삼성의 임원과 직원간 임금 격차는 다른 기업과 견줘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의 인사노무관리 방식-삼성의 근로시간과 임금, 문제는 없는가?'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류성민 경기대 교수(경영학과)는 "2012년 삼성의 임원 평균 연봉은 11억7000만원으로, 삼성 직원 평균 연봉(6400만원)의 17.6배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 평균 연봉은 53억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7000만원)에 견줘 무려 74배 많았다. 이는 2011년 30대 대기업 임원 및 직원 평균 연봉(약 13배)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의 근로 시간은 다른 기업에 견줘 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삼성의 근로 시간이 제대로 공개된 적은 없다. 류성민 교수는 "삼성의 근로시간은 제대로 알 수도 없지만 (공식 통계치는) 통계법 위반이라 공개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2004년 삼성 에스디아이(SDI)의 근로시간 위반에 대해 삼성은 '회사 잔류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소명을 내놨고, 노동부는 이를 받아들여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팀장이 법정 공휴일(2012년 대통령 선거일)에 근무하다가 과로사해 최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는데, 그의 일주일 근로시간은 무려 68시간 이상이었다"고 했다.

금속노조 조건준 부장도 토론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 중엔 하루 17시간을 근무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전 8시~9시, 저녁 6시 이후는 근로 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 '무료 노동'"이라고 개탄했다.

삼성의 하도급 문제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산업경영학부)는 '삼성의 하도급, 과연 상생인가?' 주제 발표에서 삼성의 하도급 문제에 대해 △하도급 업체들을 쥐락펴락하는 하도급 후려치기와 공정거래 위반 △간접고용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위장하도급 문제 △원청은 이득을 보고 하도급 업체는 손해를 보는 기생 관계 등 세가지로 설명했다.

토론자인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은 하청 업체를 꿰뚫고 보면서 이윤 창출 여지를 빼앗아 버린다. 따라서 삼성의 하도급 문제는 기업간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 노동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청(삼성)과 하청이 상생으로 가려면 다단계 하청 관계를 극복하는 노동권과 노동운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승우 동국대 교수, 지주형 경남대 교수, 박준우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는 '삼성 광고의 변천으로 살펴 본 한국사회 지배담론의 변화'에서 삼성이 광고를 통해 '삼성 이데올로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즉,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광고 대사에서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보여주고 있고,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에선 '일등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며, △노트북과 휴대전화 광고에서는 은근히 휴일 근무를 찬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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