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부친이 들려주는 '아들의 레버쿠젠 생활'

이진영 기자 2013. 12.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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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으로 옮긴 뒤 더욱 혹독하게 했다."

손흥민(21·레버쿠젠)의 아버지 손웅정씨(47)는 '호랑이 아빠'로 불린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그는 아들이 걸음마를 내디딜 때부터 축구공을 장난감 삼아 놀게 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게 하면서 개인교사를 자청했다. 그 때부터 손흥민은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축구만 했다.

독일로 건너가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1군팀에서 뛸 때도 아버지는 혹독하게 조련했다. 설날 아침에도 떡국 한 그릇만 먹으면 어김없이 훈련장으로 향했고, 크리스마스 때도 아버지와 손흥민 단 둘만이 훈련장을 지키곤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한 스포츠용품 행사장에 손웅정씨가 손흥민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손흥민이 국가대표 동료인 구자철, 정성룡, 박종우, 홍정호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아 팬서비스 이벤트를 했는데 그도 동행한 것이다. 손씨는 베일에 가려있던 손흥민의 레버쿠젠 생활을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날카로운 입담으로 들려줬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은 하늘과 땅 차이다. 흥민이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처음 2~3일간 훈련하고는 '아빠, 장난아닌데요'라고 하더라"고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중하위팀인 함부르크와 톱3에 속하는 레버쿠젠은 훈련장 분위기부터 달랐다는 얘기다. "언젠가 직접 훈련장을 가봤다. 선수들이 웃질 않더라. 서로간 경쟁의식도 대단했고, 훈련도 실전처럼 집중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명문팀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손씨는 아들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어물어물 하다간 레버쿠젠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때문이었다.

"채 피지도 못한 꽃들이 얼마나 많은가. 잠깐 한눈 팔아서 실패한 선수들이 많다. 흥민이는 이제 봉우리를 맺었다. 옆에서 꽉 잡아주려고 한다."

아버지는 손흥민이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개인훈련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 강도가 얼마나 센지 손흥민은 한때 "입에서 단내가 난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버지가 함께 훈련을 소화한다는 것이다. "내가 의자에 앉아서 이것저것 지시만 해봐라. 훈련할 맛이 나겠는가. 같이 하니까 흥민이도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라는 손씨는 "레버쿠젠에 와서 훈련량을 더 늘렸다"고 했다. 팔팔한 21살 아들과 같이 호흡하기 위해 아들이 팀훈련을 갈 땐 따로 근력훈련을 한다는 그는 곧 50줄에 들어선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채찍만 들진 않는다. 레버쿠젠 개막전에서 손흥민이 환상적인 골을 넣고 무려 석 달간 침묵했을 때가 그랬다.

"늘 씩씩하고 밝았는데 그땐 흥민이도 마음고생을 했는지 말수가 줄더라.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땐 풀어주는 게 상책이다. 나도 그땐 속으로 많이 울었다."

손씨는 손흥민에게 "서두르지 마라. 너는 분명 골을 넣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12라운드 함부르크전에서 빛을 발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손흥민은 프로데뷔 첫 해트트릭 기염을 토했다.

한국선수들이 외국 생활을 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어머니 길은자씨가 독일에서 함께 살고, 어릴 적부터 양식에 길들인터라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일부러 태어날 때부터 아침식사는 빵과 우유, 과일을 먹였다. 처음부터 해외에서 선수를 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경험상 아침은 부담없이 먹는 것이 좋았다"는 손씨는 "흥민이는 보양식도 따로 없다. 다만 아침은 양식, 점심과 저녁은 한식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연말에 아버지로부터 특별휴가를 받았다. 레버쿠젠으로 옮긴 뒤 첫 휴가인데, 무려 6일이나 된다. 나름 파격이다. 함부르크 시절 한 시즌에 34경기를 뛰었는데 올해는 전반기에만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30경기를 뛴 이유였다. "쉴 땐 푹 쉬어야한다. 다만 나쁜 짓만 안하면 된다"는 그는 "전반기 리그에서 7골을 넣었다. 후반기엔 8골만 더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아직 골소식이 없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흥민이가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빨리 챔스리그 골이 터졌으면 좋겠다"고 목표와 각오를 전했다.

<이진영 기자 asa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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