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송강호 "고귀한 그분 삶에 티끌 묻히기 싫었다"(인터뷰)

[뉴스엔 글 조연경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변호인' 송강호. 단 한 장면도 흘려 넘기지 않았다.

뚜껑이 열리자마자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주인공 송강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작품보다 '변호인'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앞서 개봉한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관상'(감독 한재림)에 비해 어렵고 힘들었던 작품. '변호인'은 송강호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했다.

송강호는 사실 정치적 배우가 아니다. 일부 정치색을 확고하게 드러내는 배우들과는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굳이 속내를 언급하지 않았고 굳이 밝히지 않았다. "매번 투표는 당연한 국민의 권리로 했지만 내 스스로 날 봤을 때 난 열광적으로 정치에 민감해 한 사람은 아니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송강호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배우'로서 제 몫을 다 해왔다.

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삶의 일부를 그린 '변호인' 출연 결심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 송강호는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따뜻함에 매료 돼 최종적으로 합류를 결정했다. 내용에 굳이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의 판단은 생각보다 꽤 순수했고 그 마음을 그대로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다. 결과는? 송강호의 생각이 곧 답이자 영화다.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을 놓고 본다면 가장 어려었던 작품은 당연히 '변호인'이었다"고 단언한 송강호는 "정말 화기애애한 환경 속에서 작업했지만 어떤 화목함 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다"며 "잘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 분위기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양우석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이 모두 느꼈다. 우린 정말 한 마음 한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나는 생전 처음으로 현장에서 연기 연습을 혼자 했다. 촬영 5일전에 양수리 세트장에 들어가서 연습했던 기억이 아직도 내 뇌리에 박혀있다"며 "어떻게 보면 매 작품을 할 때마다 그래야 하는게 맞지만 내 연기 스타일은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간 다른 작품 가볍게 봤다는 뜻이 아니라 '변호인'이 조금 더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또 "쉽게 말해 다른 작품들 같은 경우 내가 연기를 못하면 그냥 나만 욕을 먹고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인'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했다. 연기를 못해서 욕먹는건 차라리 낫지, 혹시나 치열했던 그 분의 삶에, 고귀한 80년대 삶에 누를 끼치면 어쩌나 싶었다. 티끌이라도 묻히면 안 됐다"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단 한 프레임도 허투루 찍지 않았다. 그게 최소한 그 분에 대한 예의고 그 분을 연기하는 배우의 마음이라 생각했다"고 강조, 존경심을 자아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월 18일 전야 개봉 후 3일만에 66만 명을 돌파,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연경 j_rose1123@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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