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임박?..눈 뜬 '장님'이라 "못 봐"

강상규 미래연구소 2013. 12. 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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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44>주식투자자의 눈을 멀게 하는 5가지 행동오류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동재무학]<44>주식투자자의 눈을 멀게 하는 5가지 행동오류]

"증시 버블과 폭락을 미리 알 수 있을까?"

주식시장이 효율적(efficient)이라면 증시에 버블이나 폭락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주식시장이 개설된 1602년 이후 증시 역사에서 버블과 폭락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재무학에선 일반적으로 주가가 (평균)추세로부터 표준편차 2%를 넘어서면 버블이라고 정의한다. 만약 주가 변동이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대략 44년에 한 번꼴로 소위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1925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만 이미 버블이 30번이 넘게 빈번히 발생했고, 그때마다 예외없이 버블이 터지면서 표준편차 2%가 넘는 폭락이 뒤따랐다. 이는 지난 90년간 매 3년에 한번씩 버블과 폭락이 이어진 것과 같다. 이처럼 빈번하게 버블과 폭락이 반복될 확률은 정규분포하에선 2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사건에 해당된다.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의 저자 나심 탈렙(Nassim Taleb)은 주가 버블과 폭락을 '블랙 스완'이라 부르며 '예측 불가능한 사건(unpredictable events)'으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증시에서 (버블과 폭락을 부르는) 투자자들의 행동은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가 버블과 폭락은 절대 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랜 그린스펀(Alan Greenspan)과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현직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도 버블과 폭락은 사전에 감지하기 불가능하다는 '블랙 스완'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의 맥스 베이저만(Max Bazerman)과 마이클 왓킨스(Michael Watkins) 교수는 주가 버블과 폭락이 결코 '블랙 스완'이 아니라 " 예측 가능한 놀라움(predictable surprises)"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히 말하자면, 주가 버블과 폭락전에 반드시 '경고 신호(warning signals)'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사실 '예측 가능한 놀라움'이란 말은 모순적(oxymoron) 표현이다. 예측 가능하다면 놀라움이 아닐테니까!)

증시에서 버블과 폭락이 너무 빈번이 발생하는 것을 놓고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추종하는 학자들은 변변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반면, 행동재무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활발하게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The Little Book of Behavioral Investing』의 저자 제임스 몬티어(James Montier)는 사람들이 주가 버블과 폭락 같은 '예측 가능한 놀라움'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로 5가지 심리적 행동 오류를 들고 있다.

첫째, 투자자들의 고질적인 병인 '지나친 낙관(over-optimism)'이다. 이는 자신에겐 교통사고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든지, "난 암에 걸리지 않을 거야"라고 믿는 오류를 말한다. 이처럼 지나친 낙관적인 생각은 주가 버블이나 폭락이 미치는 위험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하거나 아니면 아예 보지 못하게 만든다.

두 번째로,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다. 쉽게 말하면, 실제로 통제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난 통제할 수 있어"라고 믿는 오류이다. 한 예로, 주식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주식투자의 위험을 사전에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하는 지표는 단지 마음의 위로를 주는 '안전의 환상(illusion of safety)'일 뿐, 미래의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해 시기적절하게 통제할 수도 없다.

셋째는, ' 이기적인 편향(self-serving bias)'이다. 현 세대 최고의 주식투자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은 "이발사에게 이발할 때가 됐는지 묻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물어봐야 당연히 이발할 때라고 답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증권사의 투자전략가에 주가 버블이나 폭락이 오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당연히 오지 않는다고 답한다.

넷째, '근시안(myopia)'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당장 오늘의 주가 움직임에만 관심을 쏟을 뿐 조그만 먼 미래의 일에 대해선 눈을 감아 버리는 경향이 높다.

마지막은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현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현상을 실제로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 현상을 찾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식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의 세세한 주가 움직임과 노이즈(noise)는 너무나 잘 파악하면서도, 정작 증시의 큰 그림(big picture)는 놓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솔직히, 주식시장에선 열심히 찾으려고 해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가 버블이 예측 불가능한 '블랙 스완'이든 아니면 '예측 가능한 놀라움'이든 버블 뒤에 큰 폭락이 뒤따른다는 점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지만, 과연 언제 증시 폭락이 오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다만 사전에 충분한 경고 신호가 선행되는 건 분명하다. 슬픈 것은 많은 투자자들이 그 경고 신호를 그저 눈 뜬 장님처럼 바라만 보고 있다는 데 있다.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mtsqkan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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