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주범이 캔사스주 소떼? 틀린 말은 아니다

이훈성기자 2013. 11. 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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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탄 배출량의 25%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미국 캔사스주의 소 떼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는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25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메탄 가스의 4분의 1이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사스주에서 발생한다. 메탄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이행안인 교토의정서가 지정한 온실가스 6종 중 하나로, 미국의 메탄 배출량은 온실가스 의무감축대상 38개국 가운데 1위다. 유엔이 집계한 2011년 미국 메탄 배출량은 1,417만톤으로 캐나다(1,145만톤), 러시아(1,066만톤)를 앞서고 4위 유럽연합(449만톤)보다는 3배 이상 많다. 이처럼 막대한 미국 메탄 배출량의 25%가 3개 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미국 정유산업의 메카이자 오클라호마와 더불어 대규모 원유ㆍ가스 시추가 이뤄지는 곳이다. 캔사스는 미국의 대표적 목우(牧牛) 지대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의 주안점이 대기 중 메탄량 측정이라 메탄 발생 요인을 면밀히 분석한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이들 지역의 주력산업을 들어 "메탄의 대부분은 가축의 노폐물, 석유ㆍ가스의 정제 및 시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결론 냈다. 연구진은 특히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과학자들의 이전 평가보다 2배 가량 많다고 밝혔다. 아이라 라이퍼 UC산타바버라대 교수는 "소 떼의 트림, 방귀, 배설물에서 메탄이 나오는데 특히 배설물이 주요인"이라며 "인공 못을 파서 분뇨를 처리하는 농가 관행은 냄새는 줄일 수 있어도 메탄 발생에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메탄은 대기 중에 오래 머물지는 않지만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메탄은 가장 흔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에 비해 대기 온도를 높일 가능성이 21배나 크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가 이번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바로 미국의 메탄 배출량이 턱없이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정확한 측정치를 구하려 메탄량 측정구역을 1만3,000곳으로 기존 연구보다 대폭 늘렸다. 측정은 2008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실시됐다. 첫 번째 측정 결과를 분석한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은 2008년 미국의 메탄 배출량을 4,900만톤으로 평가했다. 정부 당국인 미국 환경보호위원회(EPA)가 산출한 3,200만톤이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평가한 2,900만톤보다 훨씬 큰 수치다. 연구진은 이 정도 양이면 미국의 모든 차량과 항공기가 반년 동안 내뿜은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안나 미칼렉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과학계는 실측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존했던 메탄 배출량 조사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이번 논문을 높이 평가했다. 로버트 호워스 코넬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 중 가장 포괄적 내용을 담은 것이라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EPA도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논문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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