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 초근접사진 3D로 생생히".. '남극의 눈물' 제작팀 이번엔 '곤충'
장수말벌 척후병 한 마리가 썩은 나무 둥치에서 꿀벌집을 발견한다. 페로몬을 뿌려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어 장수말벌 척후병은 두꺼운 턱으로 꿀벌을 산산조각 내며 입구로 향한다. 거대한 장수말벌과 수천마리 꿀벌의 싸움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화면 가득 담긴다. 바닥에는 다리가 잘리고 날개가 뜯긴 꿀벌의 사체가 무더기로 쌓인다. 이어 도착한 장수말벌 지원군 10여마리의 공습이 시작된다.
MBC < 아마존의 눈물 > (2009년), < 남극의 눈물 > (2011년) 제작진이 창사 52주년을 맞아 2년 만에 < 곤충, 위대한 본능 > 을 들고 왔다. 제작기간 700일, 제작비 10억원이 들어갔다. 26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진만 PD는 "4억년의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은 곤충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며 "우리 일상에서 항상 마주치는 개미, 벌, 사마귀, 매미 등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곤충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하나하나 담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만 PD, 김정민 PD, 곤충 전문가 성기수씨, 곤충 사진 전문가 표도연씨 등이 참석했다.
< 곤충, 위대한 본능 > 은 한반도에 서식하는 40여종의 개성 넘치는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만 서식하는 '장수말벌', 1990년 강원 철원에서 확인된 이후 20년간 자취를 감췄던 '긴다리 쇠똥구리', 벌에 기생하는 독특한 생존전략을 지닌 '남가뢰' 등의 세계를 보여준다.
곤충의 일상을 3D로 담기 위해 첨단기술도 개발했다. 손인식 촬영감독은 "기존의 3D 시스템은 화면 각도를 바꿀 때마다 좌우 카메라를 새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수십분씩 걸린다"며 "미묘한 굴절률 차이를 활용하면 곤충들 접사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해 '손 3D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촬영팀은 초고속, 초접사, 항공, 수중, 자일(밧줄) 촬영도 했다. 김정민 PD는 < 아마존의 눈물 > 에 이어 또 병원에 실려갔다. 그는 "당시 벌초 시즌으로 하루 걸러 말벌에게 쏘여 사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겁도 나고 해서 꼭 장수말벌을 해야겠느냐고 김진만 PD한테 물었더니 꼭 장수말벌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일단 했는데 결국 쏘였다. 며칠 누워 있고 나니까 괜찮아졌다"며 "다행히 죽진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 이승기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첫 방송은 29일 밤 10시.
<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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