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직 사이버사 간부 증언 "심리전단은 점조직 형태로 움직여"

구교형 기자 2013. 11.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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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단 직원, 별도로 활동.. 사복 입고 회사 호칭 사용""국정원 간섭에 반대한 간부 몇몇은 한직으로 발령나"

전직 국군 사이버사령부 고위 간부 ㄱ씨는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국가정보원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정치 댓글작업 전반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촛불집회를 계기로 여론관리 필요성을 느낀 청와대와 국정원이 사이버사를 통해 인터넷 동향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그와 면담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사단 하나를 없애더라도 사이버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바로 이런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국정원과 수시 교류

ㄱ씨는 김 의원 측과의 면담에서 근무 당시 "청와대에서 3개월에 한 번씩 회의를 했다. 사이버사령관도 수시로 불려갔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표창을 받은 사이버사 운영대장 박모씨의 공적조서를 보면 '일일동향을 종합하고, 장관님 등 상부 보고를 전담함으로써 국방정책 홍보에 기여함'이라고 적혀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댓글작업을 벌인 사이버사 요원들의 행적에 비춰볼 때 주요 여론 동향을 청와대와 국정원에 일일보고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ㄱ씨는 사이버사 내부의 국정원 협조 채널로 심리전단(530단) 단장 이모씨와 운영대장 박씨를 지목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대선을 전후해 모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과 사이버사가 같은 글을 트위터에서 리트윗(퍼나르기)하는 등 서로 공조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나왔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과 사이버사가 공동으로 각종 회의를 열었고 20여건의 공문서를 주고받으며 심리전 활동에서 적극 연대했다"고 주장했다.

■ 사복에 호칭은 "과장님" "부장님"

ㄱ씨는 2011년 사이버사에서 530단 단장 요청으로 만화가와 동영상 제작자를 3~4명가량 별정직 군무원으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각종 정책 홍보에 필요한 시나리오 작가도 섭외했다. 그는 530단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고 밝혔다. ㄱ씨는 "한 팀에 4~5명씩 10여개 팀으로 운영됐다. 팀 운영은 국정원과 비슷하고, 530단장과 운영대장이 중심인 점조직 형태였다"고 증언했다.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면서 매일 아침 상부에 상황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530단 요원들은 사이버사 내 다른 팀과 어울리지도 않고 별도로 움직일 정도로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ㄱ씨는 "사이버사 창설 초기 530단이 국방부 10층을 사용했다. 다른 직원들은 530단이 입주한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이버사 요원들은 사복을 입고, 특히 530단 직원들은 호칭을 일반 회사 직급처럼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 정보사나 기무사의 활동 행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 국정원 뜻 거스르면 불이익

ㄱ씨는 "초대 사이버사 간부들이 취임 당시 국정원과 기무사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초대 간부들은 국정원과 기무사 요원들을 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사이버사 운영 간섭에 거부감을 보였다. 그런데 이 같은 거부 반응을 보인 몇몇 간부들이 한직으로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후 2011년 11월 사이버사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연제욱 국방부 정책실 국방협력TF장이 2대 사령관으로 부임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연 사령관은 부임 후 국정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연제욱 국방비서관은 사이버사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이다. 문제가 된 정치 댓글들이 집중적으로 달리던 시기에 연 비서관이 사이버사령관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경력 때문에 장성 진급에서 홀대받다가 '임기제 진급'을 통해 별을 달았다. 연 비서관은 사이버사령관 임기를 마친 뒤에도 옷을 벗지 않았다. 오히려 이례적으로 지난해 11월 장성 진급인사에서 또다시 '임기제 진급'으로 소장으로 승진했고, 국방부 핵심 보직인 정책기획관까지 맡았다. 이어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파견 나갔다가 지난 3월 청와대 국방비서관에 임명됐다.

ㄱ씨는 "사이버사 내부에선 철저한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적인 댓글작업이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530단은 합참 소속이었다. 합참 밑에 있어야 외부 간섭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또 "사이버심리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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