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수지, '위안부 사죄' 고노담화 수정유도 설문
"위안부 강제성 뒷받침하는 공적 문서 발견 안됐다" 단정적 정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보수지인 산케이(産經)신문과 후지 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 16∼17일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관해 특정한 답변을 유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질문은 "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河野)담화에는 일본의 관헌이 여성을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記述)이 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공적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돼 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공적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표현은 사실상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응답자에게 위안부 동원이 강제적이라는 공적인 근거가 없다는 식의 정보를 제시하고 판단을 요구한 셈이다.
특정한 정보를 제시한 것도 잘못이지만 이 정보가 왜곡됐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일본군이 1944년 2월부터 약 2개월간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위안부로 삼은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전후 인도네시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열린 BC급 전범 군사재판의 공소장과 판결문에서 확인된다.
예를 들면 12년형을 받은 전 육군 중장의 판결문에는 1944년 일본군 장교의 명령으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주(州)에 수용돼 있던 네덜란드인 여성을 주내 4개 위안소로 연행한 뒤 위협해서 위안부로 삼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판결문은 사실 관계 다툼의 종지부를 찍는 문서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공적 문서가 없다고 억지 부연을 한 덕인지 55.0%가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답을 택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27.5%, 기타 17.5%였다.
자의적인 설문은 그간 보수 성향의 산케이가 그간 고노담화에 관해 보여준 태도와 통한다.
산케이는 고노담화 발표 전에 이뤄진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 청취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신빙성을 문제 삼아 왔다.
한국인 피해자들의 성명과 생년월일 등이 정확하지 않고 증언 내용이 모호해 조사 내용을 사료로 간주하기 어렵다며 공세를 펼쳤다.
이번 설문에서 엿보이는 의도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보여주는 태도와도 유사하다.
아베 내각은 아카미네 세이켄(赤嶺政賢) 중의원 의원(공산당)의 질의에 대해 바타비아 기록조차 강제 연행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라는 답변을 지난달 제출했다.
여론조사는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관한 질문에서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를 부연했다.
'소송으로 해결할 권리는 없어졌지만,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단은 제공되지 않았다.
이 문항에서는 한국 법원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는 답변이 82.7%에 달했다. 또 한국을 외교·경제활동의 상대국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69.3%가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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