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보령 ③ 바닷길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태우 기자 2013. 11. 11. 15: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활짝 열린 갯벌에서 갯것 잡는 재미 쏠쏠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매월 음력 2, 3, 17, 18일에 가장 오래 열려

사람이 걸어 다닌 것도 아니요, 자전거나 차가 이동하지도 않는 데 길이 있다면? 아무런 목적이 없는데도 매달 일정한 날에 꼬박꼬박 길이 열린다면? 길이되 길이 아닌 곳이 있다면? 수수께끼도 아니고, 스무고개 질문도 아니다. 보령 무창포에는 정말로 그런 길이 존재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대자연이 바다를 갈라 만든 길이다. 달의 인력이 강한 날 유난히 썰물이 많이 빠져 생긴다. 그러니 때로는 바다고 때로는 길이다.

무창포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 같은 바다 갈라짐 현상이 목격되는 곳은 무려 12곳에 달한다. 그런데 왜 무창포가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을까. 어떤 곳은 바닷길이 열리는 날짜와 시간이 너무 많아 희소성이 떨어지고 또 어떤 곳은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날만 길이 열려 찾아가기 어려운 곳도 있다. 이에 반해 무창포는 날짜를 맞춰 찾아야 하지만 한 달에 열흘 정도의 기회가 있다. 적절히 방문객을 밀고 끌어당기는 '밀땅'기술을 갖췄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무창포 바닷길 전경. 무창포 해변에서 석대도까지 이어지는 1.5km길은 자연이 만든 길이다.

바닷길 초입의 풍경. 알록달록한 사탕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서 2시간만 가면 신비의 바닷길

서해안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무창포를 찾아가는 길이 번거로웠다. 장항선을 타고 웅천역에 내린 다음 버스를 갈아타고 무창포로 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무창포 IC로 나가면 끝이다.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접근성이 좋아지니 사람들도 그만큼 많이 몰린다. 연간 700만 명이 바닷길을 보기 위해 무창포를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무창포를 단순히 바닷길이 열리는 해안 정도로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꽤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인근에 있는 대천보다 2년 앞선 1928년에 해수욕장을 개장해 서해안 최초의 해수욕장으로 기록돼있다.

아이들에게 신기한 것은 바닷길이 아니라 갯벌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다.

한시간 남짓 호미로 갯벌을 일궈 잡아들인 결실. 망 안에는 주꾸미, 조개, 게 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무창포 바닷길은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 사리 때를 전후해 생긴다. 바닷길이 열리면 평소에는 배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석대도를 걸어서 갈 수 있다. 길은 약 1.5km에 달하고 S자 모양의 우아한 곡선으로 펼쳐진다. 길 양옆으로는 파도가 넘실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날짜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까지 길이 열린다. 그렇다면 언제 무창포를 찾아가야 신기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까? 임흥빈 무창포해수욕장관광협회장은 "바닷길을 즐기기 가장 좋은 날은 음력 2, 3, 17, 18일"이라며 "여름에는 밤에 길이 열리고 봄, 가을, 겨울에는 낮에 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길 양옆으로는 발목정도 높이의 바닷물이다. 장화를 준비해가면 이곳에서 갯것을 잡을 수 있다.

무창포 갯벌에서 호미를 들고 조개를 캐고 있는 가족들.

무료로 갯벌 체험 즐길 수 있어

11월 무창포 바다 갈라짐 시간표

바닷길이 열리는 날은 무창포 홈페이지( www.muchangpo.or

.kr)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www.khoa.go.kr)를 참고하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바닷물이 좌우로 빠지면서 길이 드러나는 장관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은 잠시다. 아무리 신기한 풍경이라 해도 익숙해지면 일상의 풍경과 다를 바 없어진다. 따라서 무창포 바닷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몇 가지 준비물을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갯벌체험을 위해 장화와 호미 등을 준비하는 것. 준비물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인근 가게에서 빌리거나 구입할 수 있다. 무창포는 다른 지역의 갯벌과 달리 입장료나 체험료를 받지 않아 부담도 적다.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갯벌에서 나는 수산물을 채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갯벌을 뒤지면 바지락, 해삼, 주꾸미 등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양파망에 가득 갯것들을 채울 정도다.

임 협회장은 갯벌 무료 개방에 대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유료냐 무료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며 "방문객들이 빈손으로 가시면 섭섭해할 것 같아 매년 각종 해산물 종패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아직 채 여물지 않은 어린 종자를 마구잡이로 잡아갈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임 협회장은 "제대로 다 크면 방문객들이 잡아가시는 해산물"이라며 "상태를 보고 너무 작다 싶으면 방생해 달라"고 당부했다.

온 가족이 갯바위를 긁으며 갯것을 찾고 있다.

1.5km의 길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다. 길을 걷는 동안 좌우로 펼쳐진 바다를 구경하기도 하고 일행과 함께 갯것을 잡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기 때문. 이제 좀 자리 잡고 조개를 캐나 싶은데 사이렌이 울리고 복귀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바닷길 위에 섰던 사람들이 다시 해변으로 들오기 시작한다. 두 시간 남짓, 바다 위로 뻗었던 길 위로 다시 물이 차오른다. 발길을 떼기 어려운, 딱 아쉬울 만한 시간이다. 자연의 이 절묘한 밀땅에 누가 넘어가지 않겠는가. 결국, 아쉬운 사람이 다시 찾을 수 밖에.

무창포 유일의 놀이기구 회전그네.

철수 사이렌이 울리자 길 위에 섰던 사람들이 바닷가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갯벌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게들. 꽃게 보다야 훨씬 작지만 이런 게를 잡는 것도 갯벌체험의 묘미다.

임흥빈 무창포해수욕장관광협회장은 잡은 갯것의 크기가 너무 작다 싶으면 방생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광객들이 바닷길에서 잡은 주꾸미. 꽤나 씨알이 굵다.

보령 즐겨찾기-숙이네 맛집

각종 해산물을 주로 식탁에 올리는 식당이다. 제철음식인 주꾸미 요리와 간재미 회무침도 잘하고 각종 활어회와 매운탕도 잘한다. 특히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재료인 붕장어로 탕을 끓여 내는데 계속 숟가락이 갈 정도로 맛있다. 고추장, 된장, 깻가루를 풀고 무를 아끼지 않고 넣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국물을 시원하게 잡았다. 붕장어는 섭섭지 않을 정도로 넉넉히 들었고 뼈도 꼼꼼히 발라 넣어 먹기도 편하다. 붕장어탕 중 4만5000원, 대 5만원. 충남 보령시 남곡동 856-25, 041-932-0181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태우 기자 / eastrain@outdoornews.co.kr

Copyright © 월간 아웃도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