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중증 환자에게 따뜻한 마음 전하다
[OSEN=손찬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3연패 기념 팬 페스티벌이 열린 11일. 기자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보낸 이는 곽정훈 씨. 2011년부터 삼성 선수단의 열 특수 치료를 담당하는 곽 씨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많은 야구팬들에게 따뜻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3년 전부터 열 특수 치료 등 삼성 선수들의 컨디셔닝을 도와 주는 곽 씨의 어머니 추춘자 여사는 FA 장원삼(삼성)의 팬. "눈이 참 맑게 빛나네. 인상이 참 좋다". 칠순을 넘긴 추 여사는 TV 중계를 통해 장원삼의 얼굴을 보고선 이렇게 말했단다. 그리고 추 여사는 장원삼이 등판할때마다 TV 중계를 지켜보며 그의 호투를 기원했다. 마치 큰 손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처럼.
그러던 추 여사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지난달부터 경북대학교병원 심혈관전문응급의료센터에 입원 중이다. 곽 씨에 따르면 추 여사는 현재 의식없이 생과 사의 기로에서 10% 미만의 회생가능성이란 진단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뒤늦게 추 여사의 투병 소식을 접하게 된 장원삼은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다.
장원삼은 의식을 잃은 추 여사의 피멍든 손에 '어머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자신의 사인볼을 쥐어 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의식없이 기계를 통해 호흡을 하던 추 여사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곽 씨는 "저를 포함해 세 사람은 한동안 그냥 훌쩍임없는 눈물을 흘렸다"며 "그 순간 저는 잃어버린 친동생이 와 있는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제가 병문안을 온 것 같기도 한 착각에 잠시 빠져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원삼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입었던 자신의 유니폼을 추 여사의 병상에 올려 놓고 곽 씨에게 "반드시 쾌유하실 것"이라고 기적이 일어나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장원삼은 곽 씨에게 사진 한 장 찍어 달라고 부탁했단다. "어머니께서 일어나시면 제가 왔다 가신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곽 씨는 "저는 지금 제가 처해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뜨거운 마음을 가진 이 청년을 보며 어머님께서 지금이라도 금방 절 부르시며 일어나실 것 같은 새 희망을 갖게 됐고 앞으로 어떻게 이 빚을 갚아 나가야 하는가 하는 행복한 고민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저 한 야구팬의 생사를 염려하는 위대한 가슴을 가진 평범한 이웃 청년이 서 있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원삼의 따뜻한 마음이 하늘에 전해져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what@osen.co.kr
< 사진 > 곽정훈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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