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 온 기분이야".. 뭘 했길래

2013. 11. 10. 15: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심명남 기자]

여수 소호항 가막만을 지나면서 바라본 양식장과 하늘 풍경

ⓒ 심명남

청명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분명하다.

가을 낚시를 즐기는 조사들은 이를 빗대어 '천고어비(天高漁肥)'의 철이라 부른다. 가을은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라 생선들도 추운 겨울을 지내려고 기름기 가득 살을 찌우는 철이란다. 한 마디로 고기 맛은 지금이 최고라는 의미다.

지난 8일 낚시를 떠났다. 물때가 13물이다. '조금'이 낼 모레니 물살이 약해지는 시기다. 쉽게 말해 물때가 좋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곧 오전 6시인데 날이 컴컴하다. 새벽 아내가 챙겨준 밥과 된장 그리고 찬거리를 챙겨 들고 소호항으로 갔다. 벌써 일행들이 나와 있다. 바다 날씨는 바람 한 점이 없다. 물살을 가르는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린다. 바다가 장판이다. 날 하나는 끝내주게 잡았다. 일단 하늘이 점지해주니 50점은 먹고 들어감 셈이다.

농어 잡으려다 아침부터 개고생만...

밤새 백도권에서 낚시를 마친 낚시어선이 여수항으로 귀항하고 있다.

ⓒ 심명남

안도대교 장지마을 앞바다에서 농어잡이를 하고 있는 어선의 모습

ⓒ 심명남

여수항을 빠져 나와 함구미가 보이는 비렁길쪽 서바다를 달린다. 가끔 백도권에서 낚시를 마친 어선들이 속속 귀항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어느덧 목적지인 안도대교에 도착했다. 그곳엔 벌써 농어잡이 소형어선들이 낚시가 한창이다. 고기를 낚아 올리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이곳 장지마을 앞바다는 물살이 세기로 유명하다. 다리 밑에서 배를 정지시키니 물살에 밀려 둥둥둥 배가 떠내려간다. 선단을 이룬 어선들이 빠른 물살에도 둥둥 떠밀리면서 농어를 낚아 올렸다.

우린 닻을 놓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배는 고정되었지만 문제가 생겼다. 물살이 너무 세다 보니 봉돌을 두 개씩이나 달았지만 빠른 물살 때문에 봉돌이 가라앉지 못하고 급속히 떠내려갔다. 그제야 왜 어선들이 닻을 안 놓고 낚시를 하는지 이유를 알았다. 하는 수 없이 닻을 다시 끌어 올렸다. 보조 닻은 올리지 못하고 닻줄을 끊어야 했다. 물살이 너무 세서 닻을 빼는데 아침부터 개고생만 했다. 힘 빠진 일행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낚시에 물려온 닥대가 나비처럼 날개를 펼치고 있다.

ⓒ 심명남

낚시에 물려온 솜뱅이가 튼실하다.

ⓒ 심명남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래서 농어낚시는 포기했다. 포인트를 옮겨 우리가 찾아간 곳은 양식장이다. 양식장에는 성어가 된 참돔과 농어가 상품이 좋다. 주인이 밥을 주러 온 줄 알고 양식 고기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손을 댔다간 주인에게 통째로 물어줘야 한다. 낚시를 시작한 지 한참 후 소식이 왔다. 주로 참돔, 농어 등 자잘한 잡어가 잡혔다. 상품가치는 떨어지지만 손맛을 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감성돔은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그 느낌 아는데… 아쉽다.

연도 앞바다에 펼쳐진 무인도의 모습

ⓒ 심명남

두 시간 정도 낚시를 한 후 포인트를 또다시 옮겼다. 세 번째 찾은 곳은 연도다. 배가 빨라 기동성이 좋다보니 낚시하기는 최고다. 연도는 먼 바다다. 물 색깔부터 다르다. 목적지에 도착해 양쪽에 닻을 놓고 배를 고정시켰다. 한참 낚시를 하는데 우리 앞에서 재미난 광경이 목적되었다. 꽁치잡이 '양조망' 어선의 고기잡이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알고 보니 마을사람의 배여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양조망 근접 촬영... "꽁치, 피부미용에 최고"

꽁치가 제철인 지금 양조망 어선이 꽁치잡이 조업을 하고 있다.

ⓒ 심명남

눈앞에 펼쳐진 양조망 어선이 연도 무인도 앞바다에서 꽁치잡이를 하고 있다.

ⓒ 심명남

꽁치를 잡는 양조망 어선의 선원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 심명남

꽁치를 잡는 양조망 어선의 선원들이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다.

ⓒ 심명남

운 좋게 꽁치를 잡아 올리는 풍경을 근접에서 촬영했다. 스릴 만점이다. 어장을 놓고 빼는데 걸린 시간은 30여분. 선수에 고기가 있다고 수신호가 떨어지자 두 척의 배가 신속히 어장을 둘러쌌다. 양쪽으로 나뉜 배는 타원형의 모양을 그리며 고기를 포위했다. 선원들은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돌을 던져 고기를 그물 안으로 유인했다.

요즘은 주로 꽁치가 제철이다. 지금부터 구정까지 양조망 어선들은 일손이 바쁘다. 양조망은 두릿그물의 하나다. 물고기 떼를 둘러싸기만 하고 아래 깃을 조이지 않는 형태의 선망이다. 본선과 부속선이 한 조를 이뤄 바다에 떠다니는 고기를 찾아다니면서 고기떼를 발견하면 삥 둘러싸서 고기를 잡는 어장이다.

그래서 11~12명의 많은 선원들이 필요하다. 양조망 어망의 길이만 150m 그물높이가 40m다. 놀란 고기가 15m 깊이로 빠져나가지 않으면 고기가 다 잡힌다. 요즘은 하루 50상자까지 잡는다. 가격은 3만5천 원부터 4만 원 선에 거래된다. 조일호 선장 심채성씨의 말이다.

양조망 어선이 30여분만에 잡아올린 꽁치의 모습

ⓒ 심명남

어부들이 잡은 꽁치를 퍼올리고 있다.

ⓒ 심명남

어칸에 가득 찬 꽁치와 삼치가 팔닥이고 있다.

ⓒ 심명남

"올해는 수온이 높아 현상유지가 잘 안 돼요. 20년 전에는 우리 동네만 10척도 넘었는데 지금은 두 척밖에 없어요. 꽁치는 피부미용과 정력에 최곱니다. 사타구니에 땀이 차면 한 번 꽁치를 드셔보세요. 죽여줍니다. 하하하."

너털웃음과 함께 방금 잡은 꽁치를 일행들에게 듬뿍 퍼준다. 덕분에 점심에 먹을 횟감 걱정은 바로 해결되었다. 우린 꽁치와 삼치 그리고 잡아놓은 고기를 바로 썰었다. 사시미 빛이 살아 있다. 맛있는 점심시간. 일행들이 환호한다. 마치 베트남 하롱베이에 온 기분이란다. 가을날 오후 잔잔한 물살과 따뜻한 햇살이 참 포근하다. 천고어비의 계절에 기름기가 꽉 찬 회 맛. 이 맛이 가을이다.

얻은 꽁치와 삼치를 바로 썰었는데 사시미 빛이 살아 있다.

ⓒ 심명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전라도뉴스 > < 여수넷통 >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