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 남겨두고 주인은 어디갔소.. '조선시대 3대 정원' 영양 서석지

2013. 11.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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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연못 자연석들에 일일이 심오한 사상을 담아 이름을 붙이고 시 한 수씩 선물할 정도로 학문이 높고 감수성이 풍부한 정원 주인이 있다. 퇴계 이황의 후학으로 조선 광해군 때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1577∼1650)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석문이 조성한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의 서석지(瑞石池)는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민가 정원으로 손꼽힌다.

서석지는 한해 중에서도 가을이 가장 운치 있다. 아담한 토담에 둘러싸인 서석지에는 연꽃을 감상하는 정자인 경정(敬亭)을 비롯해 주일재(主一齋)와 네모난 연못이 있다. 주일재 앞에는 숭죽매국(松竹梅菊)을 심어놓은 사우단(四友壇)이 있고, 담 모퉁이에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서석지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은행나무는 노란 은행잎이 무성하지만 첫 서리에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변 일대가 노란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황홀하다. 토담을 수놓은 붉은 담쟁이덩굴과 연못을 가득 메운 바싹 마른 연잎은 사색의 깊이를 더한다.

'상스러운 돌이 가득한 지당'이라는 뜻의 서석지는 소쇄원처럼 넓지는 않지만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정원으로 품격이 높다. 특히 연못 바닥에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30여개의 자연석과 수면 밖으로 드러난 60여개의 자연석 등 90여개의 자연석이 수면 안팎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석은 모양에 따라 기평석(바둑판 바위), 난가암(도끼 자루 썩는 바위), 탁영반(갓끈 씻는 바위), 화예석(꽃과 향초의 바위), 희접암(나비가 노니는 바위), 봉운석(구름을 머금은 바위), 수륜석(낚싯줄 드리우는 돌)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기평석을 제외하고는 이름과 모양이 전혀 닮지 않았다. 서석 선생의 관념에서 비롯된 이름이기 때문이다.

서석지가 내원(內苑)이라면 남이포와 반변천, 그리고 서석지 앞의 갓등산과 부용봉, 장기천 등은 외원(外苑)이다. 선생은 외원에도 각각 이름을 붙여 사색하며 자신을 다스리는 지혜로 활용했다. 선생에게 서석지 주변은 물론 경치가 수려한 영양 일대가 모두 외원이었던 셈이다.

서석지에서 반변천의 흐르는 물길을 따라 자동차로 몇 분을 달리면 선바위와 남이포가 생경한 모습으로 거울 같은 수면에 반영을 드리우고 있다. 반변천 옆 도로변에 우뚝 솟은 바위는 입암(立岩)으로 불리는 선바위로 남이포와 함께 남이 장군의 전설이 전해온다. 남이 장군은 역적을 진압한 후 다시는 역모가 일어나지 않도록 큰 칼로 산맥을 잘라 물길을 돌렸다. 지금의 선바위가 남이 장군의 마지막 칼질 흔적이라고 하는데 반변천 건너편에서 보면 칼로 자른 듯 틈이 선명하다.

큰 칼로 바위산의 양쪽을 잘라낸 듯한 형상의 남이포는 매가 날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펼친 형상으로 매의 부리 부분에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전망대와 등산로가 설치된 남이포는 이른 아침에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더욱 환상적이다. 거울 같은 반변천에 반영을 드리운 남이포가 옅은 물안개 속에서 금방이라도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를 기세다.

영양은 시인 조지훈의 고향 주실마을과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 두들마을로 유명한 문향.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내린 다음 안동시내를 거쳐 청송군 진보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입암면 소재지를 지나면 서석지로 가는 다리가 나온다. 지난 주말에 노란 은행잎을 선보였던 서석지 은행나무는 이번 주말엔 낙엽으로 운치를 더할 전망이다.

영양의 가을은 안개와 운해가 일품이다. 이른 아침에 풍력발전기 41기가 돌아가는 영양풍력발전단지 정상에 오르면 중중첩첩 이어지는 산봉우리 사이로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경북에서 가장 높은 산인 일월산(1219m) 정상에서 조우하는 동해 해돋이와 운해도 환상적이다(영양군 문화관광과 054-680-6411).

영양=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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