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있는 명소-미국 ①] 보스턴, 고즈넉한 영국풍..'대학이 100개'

2013. 11. 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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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①보스턴 ②뉴욕 ③샌프란시스코)

[헤럴드경제=보스턴] 그 흔한 미국여행을 이번에 처음 가게 됐다. 홈플러스의 미국행사에 초청받아 6박 8일 일정으로 동부의 보스턴과 뉴욕을 거쳐 서부의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게 됐다. '공식행사'와 더불어 '선진유통업체 견학'으로 보내게 됐다.

미국은 이미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나라여서 구태의연한 설명보다 현지 도착에서부터 떠나올 때까지의 일정에 따른,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부분 중심으로 여행기를 쓰려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들은 가급적 생략하고 소프트하면서 관심거리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 개인적인 소회를 담아 편하게 기록해 봤다.

2013년 10월 15일 오전 10시 20분, 인천공항발 뉴욕행, 6박8일 일정을 실은 비행기가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대한항공 A380, 2층 비행기다.

인천을 떠난 비행기는 약 13시간 가까이 걸려 15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각)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공항에 다가갈 때 내려다 본 뉴욕 외곽, '여기가 그 뉴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서양에 접한 긴 비치를 지나 바다 위에서 한 바퀴 돈 비행기가 착륙지점을 향해 낮게 빨려 들어갔다.

대서양 위에 떠 있는 뉴욕 땅, JFK공항이 바로 근처에 있다. 비행기는 지금 착륙 시도 중.

입국심사를 마치고 빠져 나온 시각이 11시 30분, 이제 드디어 미국땅을 밟은 것이다.

13시간을 비행기 속에서 보냈지만 출발 직전 한국에서 머물렀던 그 시각으로 다시 되돌아 와 있었다. 귀국 때 반납해야 할 시간이지만 나는 일단 오늘 하루 13시간을 벌어둔 셈이다. 보스턴으로 가야 하는데 직항이 없어 뉴욕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걸로 준비돼 있었다.

일행 17명이 대형 버스로 이동했다. 12명의 각 언론사 기자와 홈플러스 임원, 그리고 실무 직원 두 명, 여행사 이사, 현지 가이드다.

먼저 점심을 위해 JFK공항에서 약 20분 거리 한인타운의 금강산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미국이라는 선진국•강대국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고 도로는 낡고 패였으며 길 가에는 쓰레기 투성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도로공사 한 번 손 대면 교통정체로 난리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도로 수리 보수도 쉽지 않은 나라다.

어쨌든 공항에서 한인 식당으로 가는 약 20여분 거리는 미국이라고 경이롭게 볼 것은 없었고 오히려 지저분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 네덜란드 사람들이 들어와 1800년대까지 '암스테르담'으로 부르던 것을 그 후 영국인이 와서 '새로운 York'라고 해서 부른 'New York', 내가 받은 이미지는 'Old York'였다.

미국 또는 뉴욕 하면 야구를 빼고 말할 수 없겠다. 근처에 뉴욕메츠 구장을 지났다. 개인적으로 야구에 그다지 흥미는 없지만, 지금 갈 보스턴과 이곳의 뉴욕은 야구에선 앙숙지간이라고 하니 흥미로운 이야기에는 관심이 끌린다. 그래서 이 두 곳의 경기에 관중도 제일 많다고 한다.

두 곳의 선수들은 스타일도 다르다. 뉴욕 양키스는 구단주가 깔끔한 걸 좋아해 선수들 복장도 정돈된 스타일인 반면 보스턴 레드삭스는 힙합 타입이라고 한다. 뉴욕에는 양키스와 메츠 두 팀이 있는데 뉴욕시민의 70%가 양키스 팬이다.

식사 후 오후 1시 출발, 차는 화이트스톤(White Stone) 다리를 건너 이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여기서 보스턴까지 4시간~4시간 반 걸린다고 한다. 지도로 보면 뉴욕과 보스턴은 바로 옆동네인데 서울에서 대구 가는 거리다. 미국땅이 그만큼 넓다는 것인데 한반도의 45배, 남한땅의 98배 면적이라고 하니 지도상에서는 바로 옆에 붙어 있을 법 하겠다.

반만년 역사의 우리는 요만큼 물려받았는데 불과 400년 전 배 타고 건너와 이런 땅을 가졌으니…

뉴욕에서 출발한 버스는 코네티컷주를 거쳐 매사추세츠주의 주도(州都) 보스턴으로 향했다. 대체로 편도 3차선인 고속도로는 일부 구간 약간의 정체도 보였지만 무난히 달렸다. 고속도로 주변 숲은 이미 단풍이 절정에 가까운 수준으로 물들었다. 북미의 가을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고속도로. 10월 중순 북미의 가을은 단풍잎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도중에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갔다. 90번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30~40분 달리니 마침내 보스턴 시내 진입이다.

그 유명하다는 보스턴 레드삭스 구장 옆을 지났다. 지하차도를 드나들던 차가 빠르게 지나 건물 사이로 슬쩍 스쳐봐야 했다. 100년이 넘은 구장으로 시카고 컵스 구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됐다고 한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 위에 세운 고층건물 크라운 프라자가 퍽 인상적이었고 지하도로가 많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대학의 도시' 보스턴, 이 일대에 대학이 무려 100개가 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숫자다. 하버드, MIT, 보스턴대, 보스턴 칼리지, 버클리음대 등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여행에서 대학 탐방(관광)이 많은 것도 나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다.

나도 젊은 날 공부를 기막히게 잘 했다면 이곳을 거쳐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꿈 뿐이었지만 그래도 한 때 그런 '꿈과 상상'은 가져봤으니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본 많은 사람들 또한 그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인구 60여만명이 사는 보스턴 시내로 들어오니 대부분 바둑판형의 도로와는 달리 이곳은 유난히 꼬불꼬불한 길이 많다. 그래서 운전기사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도시라고 한다.

보스턴 하면 특히 마라톤대회가 유명하다. 세계 최고의 마라톤대회다. 우리나라 선수와도 인연이 아주 깊다. 이봉주는 2001년 2시간 9분 43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영조는 1994년 2시간 8분 49초로 골인해 당시 한국 최고기록을 작성한 대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47년 서윤복이 2시간 25분 39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는데 이 대회 최초 아시아 선수의 우승이기도 했다. 그리고 3년 뒤에는 함기룡, 송길윤, 최윤칠 등 우리 선수들이 1,2,3위를 싹쓸이한 대회다.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겐 기회의 장이 돼 줬다.

전세계에서 3만명이 참가하는데 출전자격은 3시간 40분 기록이 있어야 한다. 매년 우리나라 사람도 300명이 참가한다고 했다. 모든 출전자는 신발에 칩을 달고 달린다. 그 칩이 완주 여부와 개인 기록을 저장한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 '결승점(Finish Line)' 인근 도로변에는 수많은 검은색의 추모리본이 내걸려 아픈 현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스턴 시내는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이다. 고전미가 넘치는 집들과 관청, 대학건물과 초현대식 다운타운 빌딩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었고 '여기가 진정한 미국 땅'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18세기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의 시발점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산뜻한 보스턴 시내. 신구 건축물이 조화로운 도시다.

1773년 영국에 대한 조세저항운동의 상징이 됐던 '티 파티(Tea Party)', 지금도 보수정치인들의 모임으로 유명하다. 2009년엔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세금은 낼 만큼 냈다(Taxed Enough Already=TEA)' 라며 반발하는 '티 파티'로 이어가고 있다.

저녁 6시쯤 숙소 보스턴 하얏트 하버사이드 호텔에 도착했다. 담 하나 사이로 로건(Logan)공항이 있었지만 소음은 전혀 없었다. 바로 옆에 공항을 두고도 직항이 없어 20시간이 걸려서야 보스턴에 도착했다. 호텔 앞쪽은 대서양 바다가 깊숙이 내륙으로 들어온 만(湾•bay)이 있었고 그 건너편엔 고층빌딩들이 밀집해 멋진 야경을 선사했다. 사진 찍기에 욕심 많은 나로선 또 놓칠 수 없는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우리 일행은 밖에 나가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첫날 일과가 끝났다.

16일, 새벽 3시에 일어났다. 평소 한국에서 새벽 4시 25분에 일어나는 생활이었는데 여기 와서도 일찍 일어났다. 시차적응이 안된 부분도 있어 도중에 두 번 깨기도 했지만 항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30시간 이상 될 것 같은 풍성한 느낌이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한다. 늦게 일어나면 하루 종일 바빠진다. 아직 일행 대부분이 자고 있을 시각, 일찍 호텔식사를 하고 그 앞에 펼쳐진 보스턴의 풍경을 벗 삼아 잠시 산책도 했다.

보스턴 시내로 깊이 파고 들어온 대서양의 만. 숙소인 보스턴 하얏트 하버사이드 호텔에서 바라본 모습.

오늘 공식행사는 오후에 숙소 근처 보스턴대학교에서 있다. 그래서 오전에 다른 대학들과 시장투어에 가는 일정이다.

오전 9시, 제일 먼저 그 유명한 하버드대학으로 향했다. 1636년 설립된 하버드는 당연히 성적이 좋아야 하지만 초중고 때 사회봉사활동을 아주 중시해 신입생을 뽑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공부만 잘하는 1등 보단 사회 봉사 정신이 강한 2등을 뽑는다는 것.

이는 미국의 대학 운영과 관련이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 재정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기부(donation)로 운용되고 그렇게 모인 돈은 다시 '머리 좋은 교수 팀'에 의해 펀드로 관리해 큰 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빌 게이츠가 중퇴를 했지만 큰 돈을 희사하듯 '돈 잘 낼 만한 싹'을 봐서 선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성적이 허용 범위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미국은 철저한 상업주의 국가인데 대학운영 시스템도 그러하다. 하지만 건설적이고 선순환적 구조를 취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상업 지상주의는 미국민이 좋아하는 4대 구기종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야구, 미식축구, 농구, 하키가 그것인데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즉, 야구 등 4대 종목은 이닝, 쿼터 등이 끝날 때마다 엄청난 광고를 할 수 있는데 반해 축구는 전반전 끝나야 겨우 가능하니 상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참 재밌는 나라다.

이렇게 엄청나게 돈을 밝히는 나라지만 그들에게는 철저한 질서가 있는 자본주의 국가다. 그래서 탈이 없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는 캠브리지 시내 하버드대학에 도착했다. 하버드대학이 캠브리지 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니 그 규모 알 만하다.

현지 가이드는 하버드대를 설명하면서 홍정욱 전 국회의원을 빼놓지 않고 설명한다. 조기 유학 1세대의 주역으로 일컬어지는 홍 전 의원은 지금 내가 근무하는 신문사 회장이시기도 하다. 케네디 대통령을 우상으로 삼아, 중학생 때 무작정 미국으로 가서 백인들의 멸시를 이겨내고 하버드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저서 '7막 7장'에 그 성공기가 잘 설명돼 있다.

이곳 교민들은 그러한 한인의 성공스토리를 자랑스러워 했다. 숱한 이방인들과 더불어 사는 한인들에게는 이곳에서 자랑스런 모습을 남긴 동포들이 자신들의 삶에 힘이 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정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뜰에서 졸업식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케네디 등 5명의 대통령과 3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청교도 목사를 육성하기 위해 초기 이민자가 세운 학교가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미국의 대학은 우리나라 대학 처럼 커다란 간판으로 학교 정문임을 표시하지 않는다. 드나드는 곳이 다 출입문일 뿐이다. 커다란 정문 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하버드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다. 내용과 실력이 중요하지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학교 건물은 시내 일반 건물들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이 있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단풍 든 나무 아래로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학생들 모습이 인상 깊었다.

교정 안에는 여러 국적의 관광객이 단체여행을 왔다. 동유럽 어느나라와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다. 사람들이 제일 붐비는 곳이 동상이다. 흔히 창설자라고 하는 존 하버드의 동상이다.

동상의 왼쪽 발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자신이나 자손이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왼쪽발은 때가 벗겨져 반들반들 빛이 나 있었다. 어느 나라나 소원을 비는 심정은 다 같은 모양이다.

우리도 모두 한 사람씩 인증샷.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감히 안 할 사람 아무도 없었다. 소원 앞에선 모두가 '나약'해진다. 이게 인간의 순수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인간은 순수한 모습을 가질 때가 아름다운 것 같다.

하버드대학 교정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 존 하버드 동상이다. 일행 중 한 명이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는 멋진 연기를 연출했다.

이 하버드 동상에는 3가지 '오류'가 있다고 한다.

먼저, 동상에 새겨진 학교 설립연도다. 1638년으로 돼 있다. 하버드는 1636년 설립이다. 두번째 오류는 창설자(founder)가 존 하버드로 돼 있다. 존 하버드는 적어도 유일한 창설자는 아니며 잘 해야 여러 창설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목사로 봉직한 존 하버드는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그의 장서 320권과 780파운드의 재산을 기부한 사람이다. 그래서 후에 학교명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인데 그것은 창설자와 개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상의 얼굴은 존 하버드가 아니라는 것. 그는 초상화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동상의 얼굴은 훗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본 뜬 것이라는 게 이곳에서 회자되는 3가지 오류다.

오류 투성이라 쳐도 하버드 방문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누군가가 이 동상에 '소원 빌기'라는 스토리텔링을 만듦으로써 많은 사람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 건물 뒤쪽 넓은 정원은 졸입식이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사이에 큰 나무들도 서 있고 사방으로도 도서관 등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학교 건물 벽은 정말 아이비리그 말 그대로 담쟁이 풀이 무성하게 달라붙어 있다.

건물 안은 들어갈 수 없어 다시 밖으로 나와 또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하버드 셔츠가게로 갔다. 동상에 손을 얹고 기도한 후 여기에 와서 셔츠를 사면 하버드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상술일 테다. 그래도 여행객들은 그런 맛에 들른다. 그 참에 하버드 로고가 찍힌 선물도 주변사람들에게 할 수 있으니 다른 상표 선물보다 나쁘진 않겠다.

기념품으로 의류와 연필, 열쇠고리 등을 판매하는데 우리 일행도 모두 들렀다. 그 넓은 캠퍼스의 극히 일부분만 본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버드 교정에 '보이지 않는 나의 흔적'을 남기고 왔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하버드 관광을 마친 후 가이드는 "여러분은 이제 모두 하버드대를 나왔습니다" 라고 멋진 말을 선사했다. 그렇다. 우린 초단기 코스 하버드대 출신이 된 것이다.

이어 간 곳은 MIT. 하버드에서 그리 멀지 않다. 1861년 창립됐고 잘 알려진 대로 공학계통의 최고봉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문과학 분야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웅장한 석조건물이 예술적으로 보였지만 건물에 새겨진 간판에는 'INSITITVTE'의 'V'자가 'U'자의 잘못으로 새겨진 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썼다고 한다.

MIT. 건물이 품위 있어 보인다.

MIT는 수업 중임에도 복도를 다니며 관광하는 게 가능했다. 하버드 보다 더 밀착 관광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공대의 정수'답게 복도와 연구실에는 공작기계 같은 것들도 많이 있었고 수업 중인 강의실 좁은 유리 문틈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눈빛은 똘망똘망 해 보였다.

하버드와 MIT, 예일대 등 명문대생이 선호하는 진로는 주로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월가에 진출해 고액연봉자가 되는 길, 또 하나는 연방공무원이 되는 것.

그런데 요즘 월가에서 돈 많이 번 40~50대의 회계사, 변호사들이 연방공무원으로 전향(재취업)하려고 긴 줄을 섰다고 한다. 실적 스트레스와 해고의 늪에서 보다 안정된 직업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사진에서 많이 보던 그 웅장한 원형의 석조기둥 건물, 그리고 그 앞의 넓은 초록 잔디밭, 그 자체가 발길을 세우고 사진을 찍게 만든다. 단체사진까지 여러 장 찍었다.

일행은 오전에 벌써 하버드와 MIT 두 개의 명문대학을 '속성 졸업' 했다. 우린 입한한 날에 졸업까지 마친 수재들이다.

MIT에서 찰스강을 건너니 또 하나 잘 알려진 버클리음대가 나왔다. 월드스타 싸이가 공부한 학교다. 그냥 건물 하나 정도. 이곳은 그냥 버스로 스쳐 지나갔다.

찰스강은 곱게 물든 단풍과 함께 유유히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풍경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강 중 가장 아름다운 인상을 남겼다. 물론 단풍이 그 효과를 극대화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웅장해도 강변에 단풍이나 건물 같은 게 없어 썰렁하지만 찰스강은 수목이 울창하고 건물도 함께 했다. 강이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경치였다.

보스턴의 아름다운 강 찰스강이다. 단풍과 어울려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찰스강 이름에서 보듯 이 일대는 초기 영국인들이 들어와 지은 영국식 지명이 많다. 캠브리지시도 그렇다. 건물도 영국풍이 많다. 뉴욕사람들을 뉴요커(New Yorker) 라고 하지만 보스턴 사람은 보스토니언(Bostonian)이라고 한다.

버클리음대 앞에서 좌회전해 조금 가니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점이다. 오랜 역사와 마라토너들의 기록을 쌓아온 역사적 현장이다. 이곳을 지나 우리는 퀸시마켓(Quincy Market)으로 갔다. 1826년 하천을 매립해 재래시장으로 출발했는데 180년이 지난 오늘날은 완전히 변신해 대성공을 거둔 시장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퀸시마켓의 관람포인트는 '180년 전 재래시장이 어떻게 현대화해 재탄생 했는가'이다.

재래시장으로 출발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금은 일종의 푸드코트로 바꾸었다. 예전의 시장개념이 아니다. 피자를 비롯한 음식점들이 약 200m 길이의 건물 안에 밀집해 있는데 연간 2000만명을 불러들인다고 하니 놀랍다. 정말 이 날도 다국적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 메인 건물은 이 처럼 음식점 코너로 구성돼 있고 바로 옆에 노스 마켓(North Market)과 사우스 마켓(South Market)이 의류가게로 시장 역할을 대신한다. 대성공한 변신이다. 우리도 여기서 햄버거와 몇 가지 곁들여 점심을 했다.

오후 일정은 보스턴대학교에서 열리는 '홈플러스 데이' 행사 참여다.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 100주년 기념 일환으로 한국에서 우수한 경영이론과 사례를 가진 홈플러스를 초청해 포럼, 학술대회, 기자 간담회 등 행사를 연 것이다.

보스턴대학교 경영대학 건물. 우리의 공식일정이 여기서 있었다. 케네스 프리먼 경영대학장과의 만남은 오래 인상에 남을 듯 하다.

홈플러스 데이 메인 행사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보스턴대학교 케네스 프리먼(Kenneth Freeman) 경영대학장, 짐 포스트(Jim Post) 교수,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그리고 현지 한국인 교수 2명 등이 참석했다. 프리먼 학장은 나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감사했다. 곧이어 메인 행사와 리셉션을 마치니 밤 9시가 넘었다. 그다지 심하진 않았지만 약간의 시차 부적응, 온종일 강행군, 세미나 등으로 지칠 만큼 지쳤지만 기사를 써 보내고 자야 했다.

평소 회사에서 데스크톱을 쓰다 갑작스런 출장으로 회사 노트북을 빌려갖고 왔는데 구식 중의 구식이다. 기사작성기는 아예 열리지 않는다. 인터넷도 어렵게 연결됐지만 타이핑하면 커서가 튕겨 나가 엉뚱한 곳에서 글자가 쓰이고 그것 마저도 안되기가 일쑤다. 인터넷은 다른 일행들도 모두 어렵사리 연결됐다고 한다.

내 노트북은 이상하게 글자 자체가 완성이 안되기도 한다. '을'자를 치면 'ㄹ'받침이 안 들어 간다. 미칠 지경이다. 밤은 깊어가는데 큰일이다.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다. 안 해도 될 일이라면 그냥 접고 자버리겠지만 지금 원고를 마감해야 한다. 겨우 두 건의 기사와 사진을 어렵게 이메일로 회사에 전송하니 새벽 2시다. 눈물겹다. 아내가 내 비자금만 안 날렸어도 근사한 내 노트북 하나 장만했을텐데. 그래도 하루에 보스턴대학까지 합쳐 3개 대학을 '졸업'했으니 참고 자자. 미국에서의 이틀째, 심신이 모두 '롱 데이(a long day)'였다.

사흘 째인 17일, 4시간 자고 일어나 아침을 맞았다. 일찌감치 아침식사 후 또 카메라를 들고 호텔 앞 바닷가로 산책 나갔다. 바다라고는 하지만 큰 강과 같은 분위기다. 바람이 차서 추웠다. 해초가 약한 물결에 흔들리고 그래도 바다라는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듯 바닷내음이 났다. 건너편 마천루 앞쪽에선 유람선이 오간다.

보스턴에서의 2박을 마친 오늘은 뉴욕으로 간다. 떠나기 전 보스턴의 명물 '보스턴 덕 투어(Boston Duck Tours)'를 하기로 했다. 덕 투어는 수륙양용 투어다. 1시간 여 투어 중 3분의 2가 시내 주요 곳을 돌고 마지막 3분의 1은 강으로 기어들어가 보트로 변신한다. 그래서 'Duck(오리)'이다.

덕투어 운전수 아가씨. 관광안내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정말 말이 너무 많았다. 굵직하고 거친 그의 음성이 마이크를 통해 더욱 거칠게 들렸다. 목소리라도 좋았으면 귀가 좀 더 편했을 것을. 어쨌든 난 말괄량이 삐삐라고 부르고 싶다.

시내에 있는 대형 공원 '보스턴 코먼(Boston Common)'을 지났다. 이 공원은 1634년 군대 훈련장과 소 방목지를 위해 조성했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이곳에서 시민집회와 연설이 많아서 '코먼'이라 불렀다고 한다. 근처엔 매사추세츠 주 청사도 있었다.

우리의 덕투어 운전을 맡은 두 갈래 머리 땋은 아가씨는 완전 '말괄량이 삐삐' 같았다. 모습도 그러했지만 말이 얼마나 빠르고 거센지 시작부터 끝까지 운전 중 마이크로 설명하는데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그 마구 쏟아내는 말이 귓속에 꽂히지 않으니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그래도 그게 이 아가씨의 매력이라고 애써 생각해주니 그런 대로 봐 줄만은 하다.

오리 차는 마침내 찰스강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순간 엉덩이가 간질간질, 몸이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도로를 가던 차가 어떤 장비도 안갖추고 그대로 강물에 뜰까?"...잘만 떴다.

강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유람선 처럼 운항하니 신기하다. 도로에선 오히려 승차감이 안좋았지만 물 위에선 훨씬 유연했다. 넓은 찰스강에서 바라본 주변 건물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은 ②뉴욕 편)

글ㆍ사진=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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