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Lost]길치들이여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013. 10. 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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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이나 가는 장소이지만 매번 생소한 느낌이 든다거나, 건물에서 나올 때 길의 좌우가 구분이 안 되고, 3분이면 가는 장소를 30분을 헤매기 일수라면. 이러한 경험이 빈번하다면 당신은 소위 길치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지인들 사이에서 '길치의 완전체'라 불리는 기자가 '길치 완전 정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길치는 불치병이 아니다

많은 회사에서 실행하고 있는 인적성 검사에는 '공간지각-도형' 테스트(지각능력, 도형의 재배치, 도형 찾기 등)를 통한 입체적 공간 이해력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길치들 중에는 공간 이해력, 즉 공간 지각능력(혹은 공간 인지능력)을 보면 방향감각이나 지형, 공간 파악 수치에서 낮은 결과를 보인다. 이렇게 선천적으로 지각 능력이 낮은 경우와 함께 최근 대두되는 것이 바로 디지털 의존도의 증가와 함께 생긴 후천적 길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디지털 치매'라고 말한다. 후천적 길치는 디지털 치매의 일종으로 내비게이션을 보는 경우 처음 가는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는다면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길이어도 헤매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길치의 경우 장소, 건물, 지형의 순서, 방향 감각이 낮아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곤 하지만, 이를 향상시키는 방법 또한 있다. 보통 길 감각에는 방향감각과 공간 지각능력, 기억력이 필요하다. 이 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소에 지도를 보는 습관을 가지거나, 목적지로 향할 때는 건물 이름이나 교통수단처럼 단편적인 기억보다는 방향과 거리감, 다른 지형과의 관계를 통해 기억하는 습관을 가지는 편이 좋다. 또한 자신이 왔던 길을 중간중간 되짚어 보면서 온 길을 메모 혹은 나만의 지도를 작성해보는 것도 길 찾기 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치, 박치, 기계치보다 위험한 길치

기자는 주위에서 알아주는 길치다. 필자의 최근 경험담을 이야기해보자면, 취재차 찾아간 곳이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로 3분 거리밖에 안 되는 곳이었지만 30분 가까이 헤매거나(버스 정류장 반대방향에서 헤매고 있었다), 자주 가던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건너편 다른 브랜드 가게 앞으로 가기는 일수, 심지어 회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을 못 찾아 중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았다는 사실은 지인들 사이에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저마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기자생활을 하겠니' 하지만, 길치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과 같아서는 <꽃보다 할배>의 국민짐꾼 이서진처럼 목적지를 척척 찾아주는 나만의 내비게이션을 항상 옆에 붙여두고 싶은 심정이다. 심지어 길눈이 심하게 어두운 사람들은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해 매번 시간에 늦고, 새로운 장소를 찾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인관계에서 소심해지거나 낯선 장소를 피하며 문 밖으로, 세상 밖으로 발걸음을 떼기 힘들어하고 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저자 한비야는 지구 곳곳을 돌며 국제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바람의 딸'로 불리는 인물이다.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돌며 세계 곳곳을 눈으로 보고 경험한 그녀가 한 방송에 출연해 '길치여서 고민이다'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겁 없이 세상에 뛰어들어 온갖 경험을 해온 그녀가 길치라는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그녀는 여행을 하며 자신이 길치라는 사실보다 발이 닿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중요시하게 바라봤다. 그녀처럼 조금만 관점을 바꿔본다면 색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길을 헤매다가도 멋진 카페나 문화공간을 발견해보거나, 색다른 곳에서 추억을 쌓아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길을 잃어버린 곳에서 만난 길냥이가 나를 측은하게 바라본다"와 같이 사소한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본다면 길치라는 사실보다는 '더욱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먼저 다가올 것이다.

길치인 당신을 위한 추천도서

길치모녀 도쿄헤매기(권남희 저/ 사월의책 펴냄)

책 시작에 앞서 저자는 "도쿄에 가시는 분들에게 어떤 길 안내도 해드리지 못한다(감히 길치 주제에 무슨)"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해도 다른 길로 들어서고 마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나 생각될 정도. 하지만 도쿄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도 곧바로 상황에 순응하며 그 곳만의 재미를 찾아낸다. 저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나처럼 헤매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니 겁먹지 말고 나서기를." 서명숙의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서명숙 저/ 북하우스 펴냄)

기자 출신인 저자 서명숙 또한 알아주는 길치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바디랭귀지로 나홀로 세계여행을 다녀온 능력자다. 저자는 제주의 걷기 좋은 곳 소개와 함께 그녀의 여행 경험을 보여주며 어디에 가던지 서툴러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녀가 떠난 산티아고 길에서 <연금술사> 저자인 파울로 코옐로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만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김영록, 박미경 외 저/ 터치아트 펴냄)

어디든 떠나는 곳을 좋아하는 당신이지만, 치명적인 길치라면 이 책을 참고해보는 건 어떨까. 지난 2006년에 출간돼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세 번째 개정판을 맞이한 이 책은 최근 걷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장거리 걷기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서울의 좋은 도보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상세한 정보부터, 가는데 걸리는 시간, 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독자들에게 무엇보다도 쉬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인터넷 스크린 샷, 포토파크, 각 브랜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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