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이어진 옛 고갯길, 충북 월악산 하늘재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손윤민 기자 2013. 10. 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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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소박한 길, 바로 하늘재이다. 여느 관광명소처럼 인파가 붐비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런 소박함이 이곳의 매력이 아닐까.

'하늘재'는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은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525m에 불과해 그다지 높지도 않은 이곳이 하늘과 닿을 듯한 높은 고개라니. 상상이 잘 안 된다. 가을로 서서히 물드는 계절 파란 하늘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메밀전, 닭볶음탕... 국내 관광명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 가게들이 입구부터 즐비해 있다. 다른 때 들었으면 촌스러웠을 옛 음악도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약 500m를 아스팔트 위로 걷자 본격적인 하늘재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이 길의 시작은 고려 초기 석굴사 원 터인 미륵리사지에서 시작된다.

미륵리사지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전나무와 굴참나무로 우거진 숲길이 나온다. 나무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나뭇잎을 때린다. 어디선가 쉴 틈 없이 울어대는 새 울음소리 만이 숲을 채운다. 가을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하늘재로 가는 길에는 밤나무 껍질이 융단을 깔았다.오르는 길에 앞서 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쌓아놓은 돌탑에 슬쩍하고 돌 한번 올려본다. 그러다 어디선가 나타난 등산객에게 허물없이 인사를 건넨다. 어느새 혼자 오르는 그 길에 누군가와의 인연이 생긴 느낌이다.

약 40여 분쯤 오르자 '김연아 나무'라고 새겨진 팻말이 눈에 띈다. 뭔가 하고 자세히 숲을 들여다보니 재밌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김연아가 되고 싶어서였을까? 마치 나무가 다리를 허리 뒤로 머리까지 올려 피겨스케이팅을 타는 모습을 하고 있다.긴 숲 터널이 끝나고 어느새 하늘재에 도착했다. 이곳은 문경과 충북의 경계점이다. 문경 쪽으로는 아스팔트 도로가, 충북 쪽으로는 산길이다. 다른 의미로 충주에 속한 미륵리는 '내세'를, 문경에 속한 관음리는 '현세'를 의미한다. 차로 하늘재까지 올 수 있지만 문경 쪽에서 올라와야 해 50km는 더 가야 한단다.

산으로 고개를 돌리자 약 4m 크기의 하늘재 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오르자 가을의 파랗고 깊은 하늘이 산 능선과 맞닿아 있다. 그곳을 유유자적 실구름이 바람에 이끌려 어디론가 흐르고 있다. 왜 이곳에 '하늘재'라는 고개 이름이 붙었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하늘재에서 내려다보이는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져 있는 건물 하나가 궁금했다. 이곳은 하늘재 산장. 그 내부가 궁금해 들어가자 사방팔방 곳곳에는 방문자들이 펜으로 적어놓은 사연이 가득했다.머쩍은 듯 둘러보고 있으니 산장을 지키고 계신 분이 마당으로 불러낸다. 나뭇가지로 흙 위에 글자를 적으며 이곳의 유래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돈 주고도 못들을 명품 해설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해설을 듣다보니 떨어지는 해에 그림자가 길어진다.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필자에게 "다음에 오면 더 자세히 이야기 해주겠노라"며 인사를 대신한다.

하늘재 탐방은 왕복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소박한 옛 고갯길에 어쩌면 매력이 없다 말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늘재에 올라 하늘 한번 올려다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느끼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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