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야 일자리".. 유럽의 獨逸語 르네상스

석남준 특파원 2013. 10. 2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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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배우기 열풍 석남준 특파원 르포

불가리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아부트(Abut·24)씨는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 짐을 풀었다. 그가 베를린에 온 이유는 단 한 가지.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아부트씨는 "베를린에서 독일어를 배우려고 불가리아에서 온갖 일을 다 하며 1년 동안 돈을 모았다"며 "독일어에 내 미래를 걸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일어 배우기 열풍

아부트씨처럼 독일어를 배우려는 이들로 독일 내 어학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명 어학원의 경우 한 달 전에 접수하지 않으면 등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독일어 열풍'이 거세다. 아부트씨가 다니는 어학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강사 크리스천(Christian·38)씨는 "최근 독일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밀려드는 것을 보고 '독일어가 이렇게 대단했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에선 이런 독일어 열풍에 대해 '유럽이 다시 독일어를 말한다' '벤츠, 보쉬(Bosch)에 버금가는 독일어의 가치'라고 보도하고 있다.

독일어 열풍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독일 연방정부 산하 문화기관인 괴테 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에서 독일어를 배운 외국인은 2010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에는 20만7000명으로 2만명이 넘게 증가했다. 괴테 인스티튜트는 한국을 포함해 93개국 158개의 센터에서 독일어 강좌를 열고 있다. 독일 내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독일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숫자도 지난 2010년 3만2000명에서 지난해 3만9000명으로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어 강사 크리스천씨는 "괴테 인스티튜트 외에 사설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운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5배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크리스천씨가 근무하는 어학원 한 곳에서만 지난해 60개국에서 온 외국인 5000여명이 독일어를 배웠다.

"생존을 위해 독일어 배운다"

지난 22일 오전 베를린 한 어학원에서 알바니아·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 온 외국인 10명이 독일어 초급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독일어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묻자 대부분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마리온(Marion·24)씨는 "바르셀로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동안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했다"면서 "살아남기 위해 독일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독일어 열풍이 부는 까닭은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 유럽 지역의 경제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이 50%에 이르는 등 유럽 지역의 실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독일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8월 현재)까지 실업률 5.2~5.4%를 유지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도 7.7%에 불과하다. 지난 8월 독일의 25세 이하 청년 실업 인구는 190만명으로 199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4일 보도했다.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청년 실업자는 1390만명에 이른다. 이는 유로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독일 정부는 "독일 경제가 성장하면서 올해 일자리 23만5000개를 창출했으며, 내년에도 일자리 18만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23일 발표했다.

독일어를 배우는 이들은 대부분 유럽 출신이다. 독일 내 최대 규모의 어학원으로 꼽히는 GLS 관계자는 "유럽 국가에서 온 수강생의 비율이 66%에 달한다"며 "국가별로는 경제 위기를 겪는 스페인, 이탈리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페인 괴테 인스티튜트의 수강생 수는 2010년보다 57%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포르투갈도 2년 사이 독일어 수강생이 41% 증가했고, 이탈리아와 그리스도 각각 34%, 24%의 수강생 증가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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