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타오르고 물은 끓는다. 가을빛 품은 '4色 제천'

2013. 10. 23. 10: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山·湖·路·休..쪽빛 호수 핏빛 하늘, 오색길 청풍호반이 타오른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울긋 불긋 산 그림자를 가득 담은 호반에 고요가 흐릅니다. 긴 여운을 그리며 고깃배 한 척이 정막을 깨웁니다. 일순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숨고 월악산 능선이 붉게 타오릅니다. 하늘은 쪽빛에서 주황빛으로 또다시 활활 핏빛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청풍호도 그 빛을 이어 받아 물들어갑니다. 산세와 호반이 빚어내는 풍경에 가는 걸음은 절로 느려 집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그림같은 호반도로는 단풍길로 변했고 파란하늘을 차고 오른 페러글라이더는 풍경화를 그립니다. 자드락길은 빼어난 이름답게 맑은 바람결에 단풍 익어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겹습니다.이곳은 청풍명월(淸風明月) 제천입니다. 월악산, 금수산, 비봉산 등 산세가 좋고 청풍호(충주호)의 물색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죠. 마치 단풍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하니, 산행을 하거나 호숫길을 걷거나 드라이브에 나서도 눈부신 가을여행이 될게 뻔합니다. 이 가을 제천으로의 여정은 그래서 더 신이납니다.

◇山-비봉에 서면 장쾌한 풍광에 훨훨 날개짓을 더한다가슴이 벅차도록 장쾌하다. 비봉산에 서면 이런 비유가 딱 맞아 떨어진다. 531m의 낮은 산이지만 높아야만 빼어난 전망을 품는다는 생각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든다. 금수산과 옥순봉 등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그 사이로 청풍호와 남한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호수 쪽으로 고개를 내민 밭들은 조각보를 이어 놓은 것처럼 알록달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는 풍경이다.

비봉산은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1시간쯤이면 넉넉하다. 등산로는 청풍면 연곡리의 자그마한 절집 봉정사 쪽이나 광의리, 대류리(1.8km)쪽으로 나 있다.

광의리에서 차고 오르는 길이 1.4㎞로 가장 짧지만, 연곡리(1.8km) 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편이 조금 더 낫다. 편히 오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광의리에 있는 청풍호 관광모노레일을 타면된다. 편도 20여분이 걸리는 모노레일은 50~60도가 넘는 등판 각도에 스릴이 넘친다.

정상에 서면 그 빼어난 경관에 탄성부터 지르게 된다. 풍경의 스케일이 커서 단지 '아름답다'고 하기보다는 '장쾌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패러글라이더가 이륙하는 서쪽의 발아래에는 봉긋하게 호수 쪽으로 내민 도곡리의 밭들이 조각보를 이어 놓은 것처럼 장관이다.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훨훨 뛰어내리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하다.

◇湖-청풍호를 따라 도는 굽이길, 단풍이 손짓한다제천여행에서 청풍호 드라이브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는 드넓다. 둘레를 도는 82번 국도는 쉬지 않고 달려도 1시간이 걸릴 정도다. 드라이브 명소답게 가는 곳곳이 그림이다.

가을날 청풍호는 쪽빛이다. 물이 푸르러 하늘인지 호수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림같은 호반도로가 있고 총천연색 단풍길이 이어진다.

남제천 IC를 나와 금성면에 들면 멀리 월악산이 지켜섰고 금월봉, 청풍문화재 단지, 옥순봉, 상천리 마을 솟대 등 명소들이 굽이 굽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장관길이다.

청풍문화재단지는 꼭 들러보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을 수몰되기전 옮겨와 옛 고을을 재현한 곳. 보물인 한벽루와 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해 남한강 상류의 화려했던 옛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유물들은 영화촬영장의 세트처럼 전시용이 아니라 사람의 손때가 수 백년간 묻어 있어 정감이 흐른다.

다시 호반도로를 달리면 옥순대교다. 차를 대놓고 다리를 여유롭게 거닐어 보자. 청풍호의 속살이면서 단양팔경에도 속하는 옥순봉, 구담봉을 가까이서 감상하는 즐거움에 마음이 넉넉하다. 비록 유람선을 타지 않더라도 다리위를 거닐다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속 주인공이 된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청풍나루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옥순대교를 지나 유유히 옥순봉쪽으로 흘러간다.

이른 새벽 데칼코마니(전사화)처럼 정확하게 찍힌 물 위로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 몽환적인 수묵화를 그려내는 풍경도 청풍호 드라이브의 즐거움이다.

◇路-사그락 사그락 이름도 이쁜 자드락길자드락길은 청풍호를 중심으로 100리를 훌쩍 넘겨 오르락 내리락 산책하듯 내달린다. 자드락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이르는 우리말이다. 현재 7개 코스 총 58km다. 산길에서 내려다보면 청풍호반은 정겨운 산촌 풍경과 어우러져운치가 그만이다.

'작은 동산길'로 불리는 제1코스는 청풍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해 정방사 입구 능강교까지 약 19.7㎞ 이어진다. 흙길과 숲길이 적당하게 섞인 길은 자드락길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천년고찰 정방사로 가는 2코스 '정방사길(1.6km)'은 짧지만 솔숲과 길옆으로 맑은 물소리에 이끌려 올라가는 길이다. 절벽아래 제비집처럼 자리한 사찰에서 바라보는 일망무제의 월악산 영봉과 호수는 장관이다.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9.9km)'은 '산삼을 캔 심마니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길에서 만나는 다볼리 마을은 충북의 하늘아래 첫 동네다. 호수와 옥순봉 등을 조망하면서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구불구불한 길은 자드락길의 백미다.

◇休- ES리조트 스위스풍의 자연진화적 힐링휴양지청풍교에서 옥순봉쪽으로 가다보면 이국적인 풍경에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수산면 능강리 산자락에 자리한 ES리조트다.

청풍호의 아름다운 풍광과 월악산의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살아 숨 쉬는 ES리조트는 '힐링휴양지'로 불린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고 그 나무를 따라 지붕을 잘라낸 건물이 곳곳에 있다. 나무 한그루까지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려 조성한 것. 그래서 리조트 분위기는 요즘말로 하면 치유의 숲처럼 느껴진다. 담쟁이 넝쿨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 유럽 알프스의 롯지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건물을 분산 배치해 객실에서 바라보는 청풍호와 월악산은 마치 액자 속 그림처럼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ES는 무엇보다 운영이 독특하다. '힐링휴양지'에 걸맞게 리조트를 관리한다. 그래서 객실에는 시계가 없고 무선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자연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삶을 재충전 하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는 이종용 사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또 있다. 밤늦게 까지 고성방가를 한다면 방에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유흥이 아니라 휴식이 리조트의 철칙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ES는 또다른 매력에 빠진다. 야외수영장 전망대에 서면 월악산 능선을 불태우고 청풍호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이어 자연속 보금자리에 호롱볼이 켜지고 가족들의 웃음꽃이 연이어 피어난다.

이외에도 단풍숲 산책길과 사슴목장, 오리가 노니는 작은 연못과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잔디밭, 야외탁구장 등도 잘 정비되어 있다.

제천=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를 나서면 금성면사무소를 지나 청풍호 드라이브길이 시작된다. 이 길을 따라 자드락길과 비봉산 관광모노레일, ES리조트( www.esresort.co.k 02-508-0118)로 갈 수있다. 제천시 관광과 043-641-6690.

△먹거리=청풍랜드 인근 교리가든(043-648-0077)은 쏘가리와 메기 등 잡고기를 이용한 민물매운탕으로 유명하다. 칼칼한 양념에 부드러운 생선살이 어우러져 비리지 않고 깊은 맛을 낸다. 약초와 산채를 활용한 건강 음식점들도 곳곳에 있다. 바우본가(043-652-9931), 예촌(사진·043-647-3707)등이 맛깔스럽게 음식을 낸다고 소문났다. 또 청풍면에는 한우집들이 많다. 임가네한우(043-645-0090)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 능강솟대공원 지나 꽃피는 산골(043-651-4351)은 된장찌개와 함께 내는 보리밥이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