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 | 축령산 잣나무숲길 ② 걷기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김태우 기자 2013. 10.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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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숲길 트레킹
백련사 원점회귀 코스..왕복 10km

백련사 옆 임도를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축령산 잣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장소는 정했는데 막상 동행할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주변에는 젊음을 저당 잡히고 한창 직장생활에 청춘을 불태우는 이들뿐이고, 사실 누군가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인맥이 넓은 것도 아니다. 해서 언제나 의리 하나만으로 함께 하는 대학원생 박병준이 이번 백패킹에 동참했다. 대학원 1년 과정을 마치고 휴학한 상태라 일정도 자유로웠고, 문학을 전공해 애인도 없었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때론 말없이 잣나무 숲길을 걸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다음번엔 애인과 함께 숲길을 거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 같은 숲을 배경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줬다.

이번 백패킹은 학창시절 룸메이트 생활을 했던 병준이와 함께 했다.

백련사에서 시작하는 잣나무 숲길 코스에서 '잣향기 푸른 교실' 공원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백련사는 창건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줘서 찾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사방 4킬로미터에 펼쳐진 아름드리 잣나무 숲

가평 축령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잣나무 숲길을 걷는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코스는 백련사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백련사 뒤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걷기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20분 정도 오르막이 이어진다. 길가에 피어난 들꽃과 코스모스가 눈길을 끌지만, 그늘 한 점 찾아볼 수 없어 가을 햇살에도 제법 땀이 나기 시작했다. 차량 차단기가 설치돼 있는 곳까지 오르고 나면 본격적인 축령산 잣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포장도로에 밋밋한 임도를 차량으로 오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분 정도 이어지는 포장도로는 차량으로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염두에 둬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여름의 무더위도 한참 전에 지났지만 따사로운 가을 햇살도 만만치 않다. 차단기를 지나쳐 푹신한 흙길을 밟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하늘을 가리는 빽빽한 잣나무 숲이 만들어낸 그늘이 땀을 식혀준다.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졌고, 사방에선 송진 냄새가 풍겨왔다. 숲이 내뿜는 청량하고 상쾌한 기운에 마음껏 천연산림욕을 즐겼다. 숲길을 걷는 동안 우리를 맞이하는 건, 땅에 떨어진 잣나무 열매들과 다람쥐들뿐이었다.

이곳 백련사를 따라 오르는 잣나무 숲길 코스는 축령산 휴양림이나 아침고요수목원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코스라 아직까지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편이다. 2010년 6월 '치유의 숲'으로 조성된 축령산 잣나무 숲에서는 2013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잣향기푸른교실' 공원 조성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물장구 받아라.

"프로필 사진 잘 좀 찍어주라"

길가에 떨어진 코스모스를 주어 한 장 찍어봤다.

"야 나 따라가면 뭐 줄 거냐."

백패킹에 동행하기 전 병준이 한 말이다. 물론, 그의 의리를 한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기에 이게 다 농담인 줄은 알고 있었다. "뭐라도 있지 않겠냐." 잣나무 숲에서 마음껏 천연산림욕을 하고 난 뒤 마음을 놓았지만, 새벽 한기에 잠을 못 이루는 그를 바라보며 내심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의리의 사내는 입이 무거웠다.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줄기가 숲길을 관통하며 개울을 이뤘다. 걸음을 멈추고 개울물에 세수를 하던 병준이 한동안 물가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요즘에 앱을 하나 깔았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서로 번호를 교환하려면 프로필 사진이 좋아야 할 것 같아." 말없이 얘기를 듣고 난 후 나는 울울창창한 잣나무 숲을 배경으로 병준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여전히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그냥 여기서 캠핑하면 안 돼?" / "한번 해봐라"

백련사에 들러서 마시는 시원한 약수.

애초에 목적지를 정해놓고 떠난 백패킹이 아니었기에 마음 편히 서리산 방향으로 꺾어지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 데크 사이로 뻗은 잣나무들이 내뿜는 향기에 취해 한동안 내려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차량이 주차돼 있는 백련사에 들러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사찰 구경을 했다. 뒤로는 축령산과 서리산 등 산중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흰 연꽃 속에 파묻힌 형국이라 백련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 사찰은 창건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줘서 찾는 이들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한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기 때문일까. 잣나무 숲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해가 이미 산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텐트를 치기 위해 서둘러 아침고요 오토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캠핑은 밤부터, 아니겠는가.

"저기까지만 가면 되니까 걱정하지마"

야생의 독버섯을 만났다.

빽빽한 잣나무 숲이 만들어낸 그늘이 땀을 식혀준다.

TIP 축령산 잣나무 숲길

잣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각종 감염 질환이나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60년 이상 된 국내 최대의 잣나무 숲

축령산은 경기도 남양주와 가평군을 경계로 솟은 산이다. 가평 축령산 일대에는 잣나무 수십만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해방 전후 산기슭에 심은 잣나무 묘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뤄 지금은 축령산 남쪽의 '축령백림'과 '축령산 자연휴양림',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숲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2010년에는 치유의 숲으로 조성됐다. 잣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다른 나무에 비해서도 효과가 우월해 면역력을 강화시켜 각종 감염 질환이나 아토피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양한 등산로가 있지만, 축령산 휴양림에서 시작하는 일주 코스는 30km가 넘기 때문에 당일 트레킹으로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잣나무 숲길만 걷고 싶다면 아침고요수목원이나 백련사에서 시작하는 10km 남짓의 트레킹 코스를 찾는 것이 좋다. 잣나무는 중국과 시베리아, 일본에서도 서식하고 있지만, 원산지는 한반도다. 영어로도 Korean Pine(한국 소나무)이라고 불린다.

교통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서 접근이 수월한 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청량리에서 아침 7시부터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1330-44번 버스를 타고 항사리에서 내려 백련사를 찾아오면 된다.

먹을 것

백련사부터는 음료나 간식을 살 수 있는 가게를 찾을 수 없다. 가벼운 행동식은 사전에 미리 구비하고 오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춘천과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닭갈비와 막국수를 파는 식당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엔 직접 장을 봐서 저녁을 준비했다.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김태우 기자 / genests@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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