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철책까지 뚫고..북한산 망치는 '샛길 등산'
<앵커>
요즘 정해진 등산로가 아닌 샛길로 다니는 등산객이 늘면서 산림 훼손이 심각합니다. 특히 북한산이 샛길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단속반과의 실랑이도 잦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북한산 중턱.
한 등산객이 등산로 옆 목책을 넘어가고 다른 이도 뒤따릅니다.
지정된 통행로가 아닌 곳으로 오르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샛길로 새는 등산객이 적지 않습니다.
등산로를 벗어나 한참 샛길을 따라가니 바위에 부부가 앉아 있습니다.
[(저는 국립공원 특별사법경찰이고요.) 에이 한 번만 봐 주세요. 그냥 왔어요. (일단 신분증 한번 주십시오.) 산에 다니면서 신분증 갖고 다니나 뭐.]
다른 샛길로 가봤더니 바위 위에 등산객 7명이 몰려 있습니다.
[다음부터 안 올게요. (아 당연히 안 오셔야죠. 다음부터는.)]
매일같이 벌어지는 실랑이.
단속반이 불러도 슬금슬금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선생님! 빨리 오세요.) 한 번만 봐 주세요.]
정규탐방로에서 보지 못할 경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쾌감, 샛길을 찾는 이유입니다.
[적발 등산객 :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 대충 압니다. 사실 출입 금지구역이라는 건 아는데, 저쪽으로 가면 쉴 만한 데가 마땅치 않고 그래서.]
샛길로 가느라 군용 철책까지 뚫어놓기 일쑤입니다.
구멍 뚫린 곳으로 못 나가게 쇠말뚝으로 막아놔도 바로 옆을 또 끊고 구멍을 내놓습니다.
[단속 직원 : 지금 여기도 사람들이 멋대로 잘라내 저 밑으로 다녀 샛길이 형성된 거죠.]
이미 난 샛길로 더는 못 다니도록 대나무들을 얼기설기 엮어 놓기도 했습니다.
정규탐방로에서 뻗어 나가 또다시 가지를 쳐 생긴 북한산 샛길은 현재 120여 곳 정도로 추정됩니다.
북한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샛길입니다.
이렇게 출입금지 안내문까지 붙여놓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너도나도 넘어다니다 보니 풀이 잘 자라지 못 해 이제는 멀쩡한 탐방로로 보일 정도입니다.
풀숲을 헤치고 바위를 타면서 샛길을 만들어내니 수풀이 온전할 리 없습니다.
샛길 곳곳엔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냈습니다.
샛길 주변에 살던 곤충이나 동물들도 내몰립니다.
게다가, 샛길로 가다가 조난이라도 당하게 되면 구조대가 위치를 파악해 접근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샛길로 출입하다가 단속된 등산객은 2011년 290명에서 지난해 420명까지 늘었고, 올해는 9월까지 367명이나 됩니다.
(영상취재 : 임동국, 영상편집 : 김경연)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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