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낮12시에 짐챙겨 집으로.. "워싱턴은 유령도시"

2013. 10.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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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연방정부 폐쇄 첫날 표정

[동아일보]

연방정부 폐쇄 첫날인 1일 미국 수도 워싱턴은 평소의 부산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 부처와 기관 청사는 오전에는 공무원들이 출근해 정부 폐쇄에 따른 지침을 통보받느라 바삐 움직였지만 이들마저 귀가하자 오후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일시 해고된 비핵심 인력은 언제 업무가 정상화될지 몰라 불안한 기색이었고 업무가 유지되는 핵심직 공무원들은 늘어난 업무량을 걱정했다. 연방항공국(FAA)의 관리 분석가 필립 대븐포트 씨는 17년 전인 1995∼96년 정부 폐쇄 때와 비교하며 "당시에는 급여를 받건 말건 일단 모두 출근해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해고 인력은 엄격하게 구분돼 출근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짐을 챙겨 가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오면서 워싱턴 시내에는 이날 오전 평소보다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낮 12시가 되자 사무실 자료와 소형 화분 등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았다. 랑팡 플라자, 페더럴 트라이앵글 등 연방정부 건물이 몰려 있는 지하철역은 인파가 한 차례 빠져나가자 마치 주말처럼 한산해졌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박물관, 링컨기념관, 워싱턴 국립미술관 등 관광명소 앞에는 '정부 폐쇄로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노란색 출입금지 테이프를 쳐 놓았다. 아예 불이 꺼진 곳도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19개 건물 안내소인 스미스소니언 캐슬 앞에서 만난 대니 아이엘로 씨는 발길을 돌리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에서 아내와 딸 사위와 함께 휴가를 내 처음 워싱턴에 왔다는 그는 "셧다운 소식을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왔다"며 "워싱턴이 인적이 끊긴 '고스트 타운(유령 도시)' 같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경 내셔널몰 제2차 세계대전 참전기념비 앞. 2차 대전에 참전했던 80, 90대 노병 수십 명이 기념비를 방문하려다 입구에서 막혔으나 의원들까지 나서 공원 경찰을 설득해 예외적으로 입장시켰다. 이들은 테네시 주 미시시피에서 먼 길을 왔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앞에서도 푸에르토리코 출신 참전 용사들이 헌화하기 위해 찾아왔다가 발길을 돌릴 뻔했지만, 특별 배려로 출입이 허용됐다.

시민들은 "연방정부는 폐쇄됐지만 미국까지 폐쇄되면 안 된다"며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관 박물관 국립기록보관처 등은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 당국은 정부 폐쇄로 인해 관광 수입이 하루 평균 2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 폐쇄를 초래한 의회도 폐쇄의 직격탄을 맞았다. 의사당 관광 코스가 중단됐다. 상하원 의원 집무실이 몰려 있는 의사당 주변 6개 건물에는 평소 로비스트들이 북적거렸으나 이날은 한산했다. 의원 보좌관의 3분의 2가 일시 해고됐으며 이들은 의회가 지급한 휴대전화도 반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의회 경찰 인력은 크게 줄었고 지하 식당까지 일찍 문을 닫아 의원들은 샌드위치를 사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일부 정부 기관의 인터넷 업무도 중단됐다. 백악관 웹사이트 첫 화면에는 '정부의 예산안 처리 합의 실패로 사이트의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없다'는 공지사항이 게재됐다. 트위터 계정에도 '정부 폐쇄로 당분간 트위터 글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편 6일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아시아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먼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방문을 취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4개국 중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만 방문할 예정이지만 정부 폐쇄가 장기화하면 이 일정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이설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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