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 치료 미 국립위생연 "환자 못 받아 가슴 찢어져"

김보미 기자 2013. 10. 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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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셧다운 첫날.. 부처 홈페이지 문 닫고 업무 차질오바마, 말레이시아·필리핀 방문 취소.. 정치 여전히 교착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첫날인 1일 행정기능 일부 마비에 따른 불편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는 6일부터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반면 17년 만에 연방정부 폐쇄 사태를 부른 정치권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날 필수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이 근무를 중단하면서 주요 부처의 홈페이지가 모두 닫혔고, 트위터 계정도 운영을 멈췄다. 육·해·공군의 미식축구단도 경기를 중단하기로 해 이날 열릴 예정이던 보스턴대와 육군, 공군과 해군 간 경기가 취소됐다. 세계 최대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을 비롯해 미술관, 동물원이 문을 닫고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국립공원들도 출입이 통제됐다. 링컨기념관도 오전 8시부터 바리케이드를 치고 개장하지 않았다.

국립위생연구소의 임상치료 등록도 중단돼 환자 200명이 발길을 돌렸다. 일반 병원에서 손을 놓은, 심각한 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마지막 대안으로 찾는 곳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첨단 의료 조치들을 실험하는 것이다.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그냥 돌아간 환자 중 30명은 어린이였다"며 "다른 곳에서 희망이 없어 오는 환자들이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연구소는 이미 등록된 환자에 대한 치료는 계속하지만 감기백신 개발과 자폐증 원인을 위한 연구는 중단했다. 국세청이 지역사무소의 문을 닫으면서 세금 환급을 받으러 왔다가 허탕을 치는 이들도 나왔다.

정부 업무에도 차질이 시작됐다. 의회예산처·인구조사국이 문을 닫으면서 재무자료 접근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통계청이 4일 계획하고 있는 실업률 통계 발표도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리콜을 중단했고, 식품의약국은 수입 식품·의약품 검사를 연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6일부터 7일간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말레이시아, 필리핀 방문을 취소했다. 백악관은 2일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와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방문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정부 기능이 멈춘 상황에서도 정치권의 협상은 진전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폐쇄로 몰고 간 공화당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수를 두고 있다. 2014회계연도 예산안 미합의로 연방정부 폐쇄를 불러온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논쟁이 공화당의 잘못이라는 여론이 높은 데다 재선 이후 정치적으로 밀리던 상황을 바꿔볼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오바마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바마케어를 막기 위해 정부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공화당의 강경그룹 티파티 진영을 비난했다.

공화당은 쏟아지는 비난을 완화하기 위해 국립공원·재향군인회 등에 선택적 자금 지원을 하는 4가지 타협안을 내놨지만 민주당과 오바마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오바마가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지난달 30일 밤 10분간 통화한 이후 양측 간 물밑 접촉도 중단됐다. 대신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에서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보게 될 보험 미가입자 10여명과 만났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가 이제 이 셧다운을 자처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오바마케어와 정부 예산, 부채 한도 등 초당적인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USA투데이 기고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도 티파티가 불러온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232명의 공화당 의원 중 100명 이상은 조건 없이 오바마의 예산안 요구를 수용하자는 쪽"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까지는 양측 모두 정부 폐쇄를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셧다운을 가져온 책임으로 셧다운 동안 세비 반납과 기부를 약속한 상·하원의원 수가 57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2일 공화당 측이 추가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이나 민주당은 이를 또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착상태는 사태 장기화와 미 의회의 협상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17일 시한인 부채 상한선 조정 역시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채무불이행 상태로 들어가면 세계 경제는 파국을 맞는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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