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홍콩의 야경, 과연 좋기만 할까?

2013. 9. 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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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신한범 기자]

홍콩 빅토리아 피크에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 버스를 탔습니다. 이층 버스는 가파른 산길을 롤러코스터 타듯 내려갑니다.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나뭇가지와 시원하게 펼쳐진 홍콩 야경은 여행의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더구나 버스 종점이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연결하는 스타페리 선착장 근처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홍콩의 야경은 '스타페리'부터...

버스에서 내려 보니 종점이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찾아도 스타페리 선착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길을 묻자 선착장이 보이는 지점까지 동행해 주셨습니다. 이해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시는 아주머니 모습에서 홍콩이 정겨워졌습니다.

▲ 이층버스

빅토리아피크를 운행하는 이층버스

ⓒ 신한범

여행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말을 걸었을 때 친절한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비해 저에게 먼저 다가와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 판단됩니다.

▲ 야경

스타페리에서 본 홍콩섬의 야경

ⓒ 신한범

스타페리는 홍콩섬 센트럴과 구룡반도의 침사추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스타페리는 저렴한 요금과 짧은 소요 시간 때문에 여행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은 199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타봐야 할 '페리여행 50곳'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홍콩 야경은 스타페리 선착장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15년에 건축된 시계탑은 홍콩 기차역이었습니다. 여기서 출발한 기차는 중국 대륙을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까지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시계탑만이 역사를 지키며 홍콩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 시계탑

침사추이 해변 산책로의 랜드마크 '시계탑'

ⓒ 신한범

시계탑을 기점으로 스타의 거리까지 침사추이 해변 산책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은 홍콩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입니다. 현지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여행자들은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거쳐 가는 필수 코스입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유명 영화배우의 핸드 프린팅과 영화 관련 조각상들을 관람하고 산책하며 야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밤 8시가 되자 음악과 함께 빛의 향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건너편 홍콩섬의 완차이의 건물에서 레이저 빔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홍콩의 탄생과 성장, 에너지, 문화유산, 전통 그리고 협동과 일치를 의미하는 다섯 개의 주제를 가진 심포니 오브 라이트(Symphony of Lights) 공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 심포니 오브 라이트

밤 8시에 공연되는 홍콩 야경 퍼포먼스

ⓒ 신한범

홍콩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하였습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마천루가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으로 변모하였습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건물이 아름답게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형형색색 조명을 한 건물들은 홍콩의 또 다른 볼거리입니다. 아름다운 건물 조명과 레이저 빔 그리고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 식구들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가족이 숙박하기는 비좁고 허술한 민박집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여행은 "어렵고 힘든 것을 참는 것이야"라며 허세를 부려보았습니다. 식구들도 대안이 없음을 알기에 포기하는 눈치였습니다.

아이들이 내일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한 것은 항공권 발급과 숙소 예약이었습니다. 나머지 계획은 아이들에게 맡겼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혼자 설 수 있는 준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행과 인생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등을 하고 나니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숙소가 도로 옆에 있어 불을 끄니 창밖 네온사인 불빛과 소음이 여과 없이 방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잠자리가 아니라 나이트클럽 분위기입니다. 네온사인의 화려한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방 구석구석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식구들의 눈초리가 저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돈을 좀 아껴 보겠다고 가족 여행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7년 만의 가족 여행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불빛과 소음은 새벽까지 계속되었고 저는 불편함과 미안함으로 잠들지 못한 밤이 되었습니다.

동양의 나폴리 '리펄스 베이와 스탠리'

오늘 여행지는 홍콩섬에 있는 리펄스 베이와 스탠리입니다. 센트럴역에서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였습니다. 리펄스 베이는 인공 해변으로 주위 고급 맨션과 아름다운 해안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과 쪽빛 바다 색깔이 어우러진 이곳을 사람들은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릅니다. 이곳은 번잡한 홍콩 시내와는 달리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 리펄스 베이

고즈넉한 해변 모습

ⓒ 신한범

해변 끝자락에는 1800년대 후반 건립된 도교 사원인 틴하우사원이 있습니다. 1000년을 무병장수한다는 천세문(千歲門)을 지나니 황금관을 쓴 '틴하우'와 흰옷을 입은 '관음보살'이 인자한 미소로 참배객을 맞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장수(長壽), 재물(財物), 다산(多産), 인연(因緣)을 맺게 해 준다는 조각들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 틴하우사원

황금관을 쓴 '틴하우'와 흰옷을 입은 관음보살 모습

ⓒ 신한범

버스를 이용해 홍콩섬의 끝자락에 있는 스탠리로 이동하였습니다. 리펄스 베이가 높고 화려한 반면 스탠리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모습이었습니다. 한적한 마을 모습과 아름다운 작은 카페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가 어우러진 그곳에는 모든 것이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 카페

한적한 스탠리 카페 모습

ⓒ 신한범

스탠리의 작은 거리 뒤편에는 홍콩 여행의 기념품이 될 수 있는 전통 의상, 도장, 도자기, 그림 등을 파는 스탠리 마켓이 있으며 골목 사이사이에는 동서양의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홍콩에서의 혼잡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스탠리

머레이에서 본 스탠리 모습

ⓒ 신한범

이곳에서는 분주히 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분위기 있는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하늘, 바다 그리고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독립할 나이가 되면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네요.

▲ 스탠리 마켓

건너편 언덕에서 본 스탠리 마켓 입구

ⓒ 신한범

돌아오는 길에 침사추이의 하버시티 옆에 있는 차이나 페리 터미널에 들러 마카오행 표를 예매하였습니다. 아이들도 어제와는 달리 즐거운 모습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홍콩 여행은 2012년 1월 말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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