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패 GO] "천안함, 어뢰가 아닌 소통의 영화" (GV보고서)

2013. 9. 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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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서보현·김미겸기자] 내 이름은 김미겸. 27세 여자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성신여대를 졸업했다.

직업은 '디스패치' 연예부 기자다.

연예 분야를 택한 건 그나마 스타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정치, 사회, 경제 등은 직업으로 삼을 만큼 빠져 있지 않다.

흥미가 없다는 건, 색깔도 없다는 뜻이다.

직접적으로 말해,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호기심 천국이다.

궁금하면, 발로 뛰어서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신상을 터는 이유는, 내 색깔을 알리기 위해서다. 또 하나, 이렇게 조심하는 이유는, '종북주의자'로 몰릴까봐. 소위 말하는 '쉴드'다. 왜 그러냐고? 지난 11일, '천안함 프로젝트'(이하 '천안함')을 봤기 때문이다.

(한물 간 유행, 쓰고 싶지 않았지만) 단언컨대, 난 정치적 색깔없이 '천안함'을 보러 갔다. 그저 궁금해서다.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날 자극했다. 지금 이 사회는 '천안함'을 보는 것 조차 반국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으니까.

▶ 여기서 잠깐,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 이야기를 옮긴다. 그가 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다.

"TV프로를 보는데, 한 토론자가 '아직 천안함 사건을 북침이 아닐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종북좌빨이 있다'고 말하더라. 기분이 나빴다. 나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까진 그렇다 치자. 사회자와 상대 패널이 웃고 넘기더라. 이건 지적할 일 아닌가. 적어도 사회자라면 '천안함 사건을 의심하면 종북입니까?'라는 말 정도는 해야하는 것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닫아야 하는 상황, 그게 마음에 걸렸다."

도대체 이 영화가 뭐길래, 간판을 걸었다 내렸다 할까. 도대체 이 영화가 뭐길래, 보는 순간 종북주의자로 몰리는걸까. 단순한 의문이 한 연예부 기자를 천안함으로 이끈 계기다. 11일 저녁, 이화여대 안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로 향했다. 선배 서보현 기자가 동행했다.

▶ 상영전 : < 메가박스는 '천안함' 상영 중단 이유 규명하라 >

9일 정오 쏟아진 기사. 상영 하루 만에 간판을 내린 '메가박스'에 대한 질타였다. 영화계는 "일제 강점기 때도 없던 초유의 사태"라고 힐난했고, '메가박스'는 "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위한 조치"라고 답변했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천안함 사태. 문득, 온 국민은 모를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무엇을 감추고 싶은 걸까. 도대체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수없이 쏟아진 기사를 읽어봤지만, 6하 원칙이 성립되지 않았다.

'보지마라'와 '보면안돼'는 분명 다르다.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한 건, 정확히 이 때 부터다. 다시 말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의문에서 출발했다. "왜 보면 안되지?"라는 궁금증. 그렇게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예매했다.

▶ 상영일 : < 근데, 메가박스 아니면 어디서 보지? >

영화 상영이 중단됐다. 근데 영화를 볼 수 있는걸까. 그러고보니 난, 멀티플렉스만 가던 1인이었다. 독립영화관을 왜 간과했을까. 서울 시내에서 '천안함'을 품은 곳은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 이수역 아트나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등이었다.

평일에 누가 영화를 볼까. 방심했다. 매진임박. 현장에서는 표를 구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후 2시, 광속의 클릭질로 인터넷 예매 3장 성공. 저녁 7시, 지옥철을 타고 이화여대역으로 향했다.

헷갈렸다. 여기가 신촌 메가박스인지, 독립영화관인지. 티켓을 출력하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그들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설국열차'의 봉준호 디테일을,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 원맨쇼를 궁금해하던, 그 사람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8시 20분.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됐다.

▶ 상영 : < 조개비? 국방부 백서에 질문을 던진다 >

이 영화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짚어주는 다큐멘터리다. 지난 2010년 5월 20일 발표된 < 한미합동조사단보고서 > (이하 '국방부 백서')에 대한 의문점이다. 신상철 전 천안함 조사위원, 해난구조 전문가 이종인 씨 등의 인터뷰가 줄기였다.

영화는 의혹별로 조목조목 설명한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나눴다. ① 좌초 ② 어뢰 ③ 제 3의 이유 등이다. 각 부문 별로 실험 결과, 증언, 전문가 의견 등을 덧붙였다. 의혹을 제기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는 구성은 여느 다큐와 다르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관객의 배꼽을 건든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가리비' 사건이다. 국방부가 공개한 어뢰를 살펴보면, 참가리비가 붙어 있다. 하지만 참가리비는 물이 깨끗한 동해안에 서식한다. 알다시피 어뢰가 발견된 백령도는 서해안이다. 웃음 포인트 1점.

이를 반박하는 국방부 입장도 허술하다. 국방부는 임의로 조개를 제거한 뒤, 비단가리비라고 주장했다. 가로세로 2.5cmx2.5cm 정도의 크기였다. 문제는 어뢰의 구멍. 문제의 조개가 발견된 구멍의 크기는 가로세로 모두 2cm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또 웃음이 터진다.

법정신도 인상적이었다. 신상철 위원의 재판 과정을 재연한 장면이었다. 신 위원은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다 해군 관계자에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그런데 법정에서 입장은 상식 밖이었다.

원고 측은 피고 측 변호인의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고소를 한 경위, 배경, 근거 등을 설명하지 못한 것. 오히려 심문을 당하는 쪽에 가까웠다. 원고와 피고의 입장이 뒤바뀐 듯 했다. 여기서 웃음 포인트 3점을 다시 가져갔다.

▶ 영화 후 : < 단언컨대, 천안함 프로젝트는 코미디다 >

러닝타임 75분이 끝났다. '그것이 알고싶다'만큼 흥미로운 다큐였다. 국방부의 입장, 그리고 이에 대한 보편적 궁금증이었다. '종북'이 아닌 '상식'의 영화였다. 이를 '감정'이 아닌 '팩트'로 풀어냈다.

백승우 감독의 연출은 담백했다. 그 역시 이 사회의 시선이 두려웠을까. 영화 안에 자신의 생각을 담지 않았다. 철저하게 3자의 입장이었다. 피사체와 상당한 거리를 뒀다. 누구의 편도 들지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쫓았다.

그럼에도 불구, 이 영화가 코미디처럼 웃긴 건….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 때문이다. 적어도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면, 국방부의 공식입장은 '웃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관객은 웃고, 또 한편으로 슬퍼한다.

▶ 관객과의 대화 : < 천안함, 왜 우리시대의 금기어인가 >

"조심해! 극장 안에 뱀 풀지 몰라"

영화를 보러 가기 전, 한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분명 농담이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극장 안은 화기애애했다.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분노를 표하는 사람도 없었다. 정체모를 그들이 두려워한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불이 켜지고,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과 연출을 맡은 백승우 감독이 등장했다.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되고, 객석에는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졌다. 수많은 시사회를 다녔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기는 또 처음이었다.

'천안함'의 메시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국방부를 탓하고 싶은걸까. 천안함의 진상을 다시 규명하고 싶은걸까. 어뢰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걸까. 보여지는 건 천안함의 좌초다. 하지만 백 감독이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시민들에게 천안함을 물었습니다. 일부는 화를 내더군요. 왜 묻느냐고요. 그저 천안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뿐인데. 어느 대학생은 인터뷰를 한 뒤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데 부담스럽다고요. 지금 우리의 사회가 이렇습니다." (백승우 감독)

▶ 대화 2 : < 천안함 프로젝트, 종북 아닌 소통의 영화 >

"엄마 아빠, 나 어떻게 태어났어? 다리 밑에서 주운거야?"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빌리자. 아이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때 부모의 대답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것은 아이와 부모가 나누는 첫 번째 소통이다.

"어디 쓸데없는 질문이야. 아직 니가 알 필요없어" (아빠)

"엉, 너는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났어. 엄마 뱃속에서 9개월을 있었고…." (엄마)

영화 '천안함' 역시 소통의 이야기다. 그 소통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질문과 답이다. 위의 아빠처럼 아이의 질문을 차단하면 대화는 끝난다. 반면 엄마처럼 설명을 해준다면,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게 바로 소통이다.

누군가 천안함의 상영을 막았다면…, 그는 영화를 보지 않아서다. 이 영화는 결코 위험하지 않다. 주입하지도, 호소하지도 않는다. 그저 관객이 판단하면 된다.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더 논리적인지.

"제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기본적인 이야기는 하고 살자는 겁니다. 이성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또 토론할 수 있어야합니다." (백승우 감독)

< 사진=이호준기자/아우라픽쳐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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