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東이런 곳이 또 있을까

2013. 9. 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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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시내·외곽 곳곳에고택·향교·서원·문화재…유교문화가 살아숨쉬는 곳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기암절벽의 부용대·백사장·솔숲하회마을은 그대로 한폭의 수묵화

밤이 되면 물에 비친 환상적 조명387m 월영교 연인·가족과 걸어보길…

[안동=서병기 선임기자] 경북 안동을 처음 찾는 사람은 우선 그 넓이에 놀라게 된다. 내륙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넓은 시내와 외곽 곳곳에는 고택, 종택과 향교, 서원, 그리고 다양한 문화재가 퍼져 있다. 하지만 이를 그냥 둘러보면 별로 재미를 느낄 수 없고 여행도 싱겁게 끝날 수 있다. 전통적 유교문화가 살아 숨쉬는 점을 보고 느끼면서 여행을 즐겨야 한다는 말이다.

여행이란 너무 촘촘하게 일정을 짤 필요는 없다. 필요한 곳을 몇 곳 잡아 여유롭게 관찰하면서 알아가는 과정, 이것이 스토리텔링 여행법으로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안동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중시하고 대쪽같이 꼿꼿한 절개로 학문과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의 생활과 정신이 그대로 배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으로 향했다.

경북 안동은 교통망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는 내륙도시다. 안동 시내의 안동댐 부근에 있는 나무다리 월영교는 야경이 일품이다. 주변이 깜깜한 어둠이지만 다리 주변만 밝다. 물 위의 다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낙동강의 흐름이 마을을 감싸며 'S'자형으로 흐르고 있어 이름 붙여진 하회(河回)마을은 주변이 화산 등 3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앞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기암절벽의 부용대,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조선 전기 건축물과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민속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하회마을이 201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이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 생활공간이며,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살아 있는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인의 삶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회마을의 두 고택, 양진당과 충효당=하회마을에는 다양한 고택이 있지만 양진당과 충효당, 이 두 집만은 조금 자세히 봐야 한다. 양진당은 화회마을 풍산 류씨 대종가로 고려말 처음으로 하회마을로 들어온 류종혜 공이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다. 하회마을에서 풍산 류씨 씨족마을로 기반을 굳힌 것은 그의 5대손인 류중영과 그 아들 겸암 류운룡, 서애 류성룡(1542~1607)을 배출하면서부터다. 현재의 양진당 건물은 이 시기에 지어져 고택 냄새가 물씬 난다. 지을 당시에는 모래와 진흙의 지반이 약해 여러 번 무너졌다고 한다. 당호를 '養眞堂'이라 칭한 것은 겸암의 6대손으로 풍산 류씨 족보를 최초로 완성한 류영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立巖古宅'이라는 현판은 겸암과 서애의 부친인 입암 류중영의 호에서 따왔다. 양진당은 사랑채, 안채, 행랑채, 사당으로 구성돼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반듯한 마당을 갖추었고, 정면에 사랑채가 남향으로 배치돼 있다. 입구 오른쪽에는 말 세 마리를 묶어둘 수 있는 공간과 마필 관리인의 방이 있었다. 오늘날로 치면 자가용 3대를 두는 주차장과 기사실인 셈이다. 두 번째로 간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다. 양진당 바로 서쪽에 있다. 평생을 청백하게 지낸 선생이 삼간초옥에서 별세한 후 문하생과 지역사람들이 선생의 유적을 추모하여 건립했다. 당호는 서애가 평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는 말을 강조한 데서 유래했다.

양진당과 충효당을 살펴봤으면 하동고택, 작전고택 등 나머지 집들은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게 좋다. 그리고는 삼신당 신목에서 쉬어간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수령이 600년 된 이 느티나무는 출산과 성장을 돕는 신목이다. 여기서 조금 이동해 만송정 솔숲으로 가면 풍류가 절로 나올 듯하다. 겸암 류운룡 선생이 조성한 숲이라 한다. 하회마을은 쉬엄쉬엄 보는 곳이다.

▶부용대의 옥연정사와 겸암정사=바로 앞에 있는 강을 줄선을 타고 건너 부용대로 가면 옥연정사와 겸암정사가 있다.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나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한 징비록을 쓴 장소라서 의미를 더한다.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강물이 이곳에 이르러 깊어져, 깨끗하고 맑은 물빛이 옥과 같아 '옥연(玉淵)'이라고 했다. 옥연정사와 좀 떨어진 부용대 저편에는 서애의 친형인 겸암 류운룡이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을 위해 지은 정사다. 이 두 곳을 이어주는 부용대 낭떠러지 길이 있다. 고소공포증이 없다면 한 번 가보길 권한다. 형제는 이 길을 자주 왕래했다고 한다. 부용대는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런 곳이 남한에 또 있을까 싶다.

하회마을을 나와 병산서원으로 향했다. 비포장길이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면 차를 두고 걸어가는 게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진정한 학문은 현실세계와 멀수록 좋은 것인가. 서원은 글만 익혀 지식만 배양하는 곳이 아니다. 정신을 가다듬는 수양의 공간이다. 자연의 질서를 인간세상의 원리로 접목시킨 유학(주자학)을 공부하며 올바른 선비정신을 익혔을 것이다.

병산서원은 류성룡 선생이 1572년 병산읍에 있던 풍악서당을 옮겨온 것이다. 서원과 서당의 차이는 모시는 사람의 유무다. 서원은 모시는 사람이 있다. 병산서원은 류성룡의 업적과 학덕을 추모해 사묘를 지어 위패를 모시고 향사한다. 화산을 넘어 낙동강이 감도는 바위 벼랑을 마주 보며 서 있어 병풍을 두른 것 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건축물들의 배치가 예사롭지 않다. 강의실이라 할 수 있는 입교당에 앉아 바라본 만대루는 천하절경이다. 그래서인지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헐리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았다.

하회마을을 보고 안동시내로 나왔다면 밤에는 반드시 월영교를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물 위에 조명이 비춰져 환상의 밤을 연출한다. 밤하늘에 뜬 달을 마음속에 파고들게 한다. 387m 길이의 이 다리를 연인과 함께 걸어도 좋고, 가족과 함께 걸어도 좋다. 안개가 많이 낀 날에는 구름 위에 강 건너 고원에 자리 잡은 서원이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곳이 무릉도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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