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의 쟁점은 무엇인가?

2013. 9. 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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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검정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판단을 신뢰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모두 재검토하겠다고 선회한 배경은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은 지난 5월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현대사학회는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중·고등 한국사 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회의를 열고 기존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된 역사 연구를 지양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한다는 취지 아래 2011년 5월 설립된 학술모임이다.

문제는 한국현대사학회가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를 쟁점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 교과서의 집필자로 전면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한국현대사학회 전·현직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집필자로 참가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같은 달 10일 국편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필자들이 기존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고 비판해왔던 학자들인 만큼 역으로 이 교과서에 이승만·박정희 정권 시절을 미화하는 식으로 우편향적인 시각을 많이 담았을 것으로 우려했다.

여기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교과서가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활동을 한 사람으로 표현하고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여기서 되짚어봐야 할 점은 국정 교과서 대신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채택한 배경이다. 검인정 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역사관의 차이는 검인정 제도의 관점에서 충분히 포용할 수 있는 문제였다. 아울러 지나친 역사 왜곡 시도는 국편의 검정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것이라는 믿음까지 더해지면서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진보와 보수의 흔한 이념 대립으로 치부됐다.

실제로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는 인터넷상에서 유언비어로 떠돌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교과서는 4·19를 혁명으로, 5·16을 군사정변으로, 5·18을 민주화운동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 교과서가 지난달 30일 검정심의를 최종 통과한 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위키 백과'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자료 사진들이 구글과 네이버 등 인터넷의 사진을 대거 인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덕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역사단체들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 관계 오류나 편파적으로 해석한 대목이 중요한 것만 지적해도 298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중 기본적인 사실 관계 오류에 해당하는 것만도 124건에 이른다고 이들 역사단체는 주장했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우편향 논란을 넘어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서로써 기본적인 품격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것도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워야 하고 대학입시와 연결되는 한국사 교과서에서 심각한 사실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주장은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이 교과서가 식민사관에 근거해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에 깔고 이승만·박정희 영웅 만들기를 시도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교육부가 더는 역사관의 차이로 이 문제를 내버려두기 어려워졌다.

결국 교육부는 백기를 들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1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와 다른 교과서를 포함해 교과서 8종 모두 내용을 재검토해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검정심의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소지가 있는 만큼 교육부에서 나름대로 마련한 수습책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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