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논란] 중요한 잘못만 298군데.. 일제강점기 오류가 40% 넘게 차지

김범수기자 변태섭기자 2013. 9. 10. 2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역사단체들 설명회이승만 사진은 5장 등장.. 김구 사진은 딱 1장 게재포츠담선언 날짜도 틀려● 국회서도 간담회식민지근대화론 넘어 식민통치 미화론 수준

부실 검정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역사학자들이 집중 분석한 결과 사실 오류나 왜곡, 과장, 축소, 누락, 편파 해석, 용어 혼동 등 중요한 잘못만 298군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별로 전체 6개 단원 가운데 특히 일제강점기를 다룬 근대사 부분의 오류가 4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과서는 앞서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과정에서 이미 다른 검정 통과 교과서의 두 배 수준인 479건의 수정ㆍ보완 권고를 받았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는 10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교학사 교과서 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 설명회를 가졌다. 지난달 30일 검정 결과 발표 이후 역사학자들이 이 교과서 전체 내용을 분석해 정리한 자료로 내놓기는 처음이다. 설명회를 진행한 하일식(연세대 사학과) 한국역사연구회장은 "사흘 동안 분석한 결과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실 오류와 편파 해석, 부적절한 표현, 글ㆍ사진 등 자료의 무단 전재를 확인했다"며 "실제 확인한 오류는 500~600건 정도에 이르지만 중요한 것만 간추려 60% 정도만 자료집에 담았다"고 말했다.

식민사관으로 일관, 이승만 영웅화

125건으로 가장 오류가 많았던 일제강점기 역사는 근대사 전공자인 이준식 연세대 연구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교과서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선 사실 관계가 잘못된 대목이 수두룩하다. 조선청년연합회의 결성을 소개하는 사료 탐구(262쪽)에서 인용한 지문의 작성자를 '장덕수'라고 했지만 '조우' 의 잘못이다. 단체 이름 역시 '조선청년회연합회'가 맞다. 68쪽 분량에 이르는 단원 전체의 절반 정도에서 독립운동사를 다루는데 11쪽에 걸쳐 이승만의 이름이 모두 42회, 사진이 5장 등장한다. 이에 반해 임시정부의 마지막 주석 김구 사진은 딱 1장, 윤봉길 의사 사진은 아예 없다. 이승만과 사이가 나빴던 안창호의 이름도 이 단원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자들이 교과서라기보다 균형 감각을 상실한 "이승만 띄우기" 책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다.

김성수 등 친일인사들을 민족주의 인사로 둔갑시키거나 아니면 당시에는 모두가 친일의 공범이었다는 식으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대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단원 전체에 깔려 있는 역사 인식이 "식민 통치가 우리를 발전시켰다고 미화"하는 식민지 근대화론 나아가 식민사관에 가깝다. 이 교수는 "식민 도시를 설명하는 19줄의 글에 '성장' '발달'이라는 용어가 6번이나 나온다"며 "식민지 시기를 통해 도시가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임정 수립에도 왜곡된 서술 많은데 그중 두드러진 것이 사실을 왜곡까지 해가며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츠담선언은 1945년 2월?

현대사 서술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오류들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이 교과서 354쪽에는'카이로선언에서 발표된 사항들은 1945년 2월 미국, 영국, 중국, 소련에 의해 발표된 포츠담선언을 통하여 재확인'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신철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포츠담선언은 그 해 7월이며 2월에는 얄타회담이 열렸다"며 "카이로선언부터 이런 회담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라는 것은 흔히 나오는 문제인데 이래서 시험이나 볼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야스쿠니 신사에 전범 명부가 아니라 '위패'(353쪽)가 있다고 한다든지, 박정희정권이 1981년까지 국민소득 1,000달러 성장 목표 세운 것을 '1만달러'(332쪽)라고 썼다.

이미 알려진 대로 5ㆍ16 쿠데타를 장면 정부의 무능과 북한의 위협 때문에 불가피했던 일이라는 뉘앙스를 준다든지, 4ㆍ3사건이나 5ㆍ18민주화운동에서 민간인의 폭력성만 부각시킨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이 교과서의 현대사는 "박정희 띄우기"이며 "미국의 원조와 북한의 위협"으로 대한민국이 발전됐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4단원까지의 고ㆍ중세사에서도 모두 97건의 오류가 지적됐다. 고대사 전공자인 하 교수는 '당이 신라와 발해의 대립을 조장하여 (발해가) 신라와는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였다'(40쪽), 이규보가 향리 출신(71쪽), '몽골의 영향으로 일부다처제가 나타났다'는 서술 등은 전혀 근거가 없는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민족의 원형이 형성되는 시기를 서술하며 '황허문명권의 확장에 따른 문화가 형성'(15쪽)되었다고 표현한 것은 "우리 문화의 원형이 황허 문명 확대의 파생물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교과서는 주관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논문의 공통분모를 이야기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이번 교학사 교과서 문제는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 역사정의와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긴급 간담회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도 '교학사 역사교과서 긴급 비교 분석 간담회'가 열려 이 교과서의 일제식민통치 미화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번 간담회는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독재미화ㆍ왜곡 대책위원회와 역사정의실천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일제강점기 서술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뛰어넘는 식민 통치 미화론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서술의 관점 역시 '의병들을 토벌하기 시작했다'(207쪽) '원자폭탄 피격'(364쪽) 등 일제 중심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일제 지배와 독재를 미화한 한국판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의 검정 취소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본 사실도 틀린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받았는지도 밝혀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