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장에선 일본산 안 팔아요" 대목 장사 망칠라 발동동

2013. 9. 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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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 10여곳 판매 금지 선언

인천선 주부 명예감시단 운영

단체장이 나서 방사능 측정도

대형마트 일본 제품 판매 급감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이후 '일본산 수산물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재래시장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후쿠시마 등 일본 8개 현에서 어획한 수산물의 수입을 9일부터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는 탓이다.

수산물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경기도 안양시 호계시장 상인회는 아예 일본산 수산물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호계시장 상인회는 오는 11일 시장 들머리에서 '일본산 수산물 없는 시장'을 선언한다. 상인들은 "방사능에 안전기준치가 있을 수 없다"며 식품 방사능 오염도 표시제 시행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의 재래시장 10곳은 '일본산 수산물 없는 청정구역'을 선포하고 일본산 수산물의 시장 반입과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인천 중구 인천종합어시장은 지난달 주부들로 원산지 표시 명예감시단을 꾸렸다.

한가위 대목을 앞둔 8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전남상회 김양현(51)씨는 "원래 농어·광어·전어가 잘 나가는 시기인데, 사람들이 수산물 자체를 사지 않는다.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복수산의 최주영씨도 "평소 같으면 도미를 15마리쯤 가져다 놓는데 안 팔려서 오늘은 4마리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 사정도 비슷했다. 상인 김아무개(62)씨는 "손님이 작년 이맘때에 견주면 10분의 1도 안 된다. 일본산이 아니라고 해도 손님들이 우리 설명을 안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상인 엄아무개(61)씨는 "꽁치만 일본산일 뿐, 대구는 러시아산이고 조기는 중국산인데 예전의 절반도 안 팔린다"고 말했다.

8일 대전 동구 중앙시장 수산물 골목도 썰렁했다. ㄷ상회 임아무개(49)씨는 "고등어는 아예 사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옆 가게 김아무개(57)씨는 "수입 수산물에 '세네갈 갈치'라고 원산지를 써붙여도 값을 물어보는 손님도 없다"고 했다.

전국 최대 수산물 집산지인 부산공동어시장은 경매 시작 전에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하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소비자들의 불안을 고려해 9일 자갈치시장을 찾아 방사능 측정기로 재어보고 생선을 사 먹으며 소비를 촉진할 참이다. 박승호 경북 포항시장은 지난 5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휴대용 측정기를 들고서 문어·갈치·참조기 등 10여종 수산물의 방사능을 측정했다.

대형마트에도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불안이 짙게 드리웠다. 국내에서 잡혔거나 일본이 아닌 나라에서 수입한 것인데도, 과거 일본에서 수입됐던 어종들은 판매가 부진했다. 롯데마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러시아산 명태를 팔고 있지만 명태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6.3% 감소했다. 고등어도 같은 기간 매출이 31.5% 감소했다. 이마트에서도 지난달부터 지난 5일까지 동해·남해산 고등어와 갈치 판매가 각각 31.2%, 11.2% 줄었다.

유아용품과 소스 등 일본산이 인기를 끌었던 다른 품목들도 방사능 불안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마트가 최근 3주 동안 주요 일본 제품 동향을 분석했더니 이유식·기저귀 등 어린이 용품이 각각 -38.2%, -22.6% 역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지난달 일본산 소스류 매출이 37.8% 빠진 것을 비롯해 기저귀(-28.1%), 과자(-2.4%) 모두 매출이 줄었다.

반면 원산지가 먼 수산물들은 반사이익을 봤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롯데마트에서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9% 늘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56.5%, 에콰도르·페루산 새우는 48.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증가했다. 미국·캐나다산 랍스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배가량 많이 팔렸다. 이마트에선 세네갈산 갈치와 노르웨이산 연어 매출이 각각 131%, 14.9% 늘었다.

부산/김광수 기자, 권오성 박유리 박승헌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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