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뉴욕서 '국정원' 규탄 시위 vs 방해 시위 잇따라

노창현 2013. 9. 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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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미주 동포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들이 시위 현장에 나와 방해하는 등 도를 넘은 맞불 시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는 지난달 29일 로스앤젤레스와 30일 뉴욕에서 한인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시위를 펼치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인사들이 나와 야유와 욕설을 하는 등 방해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당초 한인회 강당에서 민주당의 신경민 의원의 강연을 듣고 옥외 행사를 갖기로 계획했으나 장소 예약이 돌연 취소돼 거리 행사로 긴급 변경됐다. 주최측은 "배후에서 방해하는 세력이 있지만 거리에서라도 강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신경민 의원의 강연과 규탄 집회,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 인사들이 나타나 색깔론과 관계된 구호를 외치고 육두문자를 써가며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신경민 의원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강연 도중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30일 집회도 해병 복장 등 군복을 입고 출동한 보수단체 한인들이 당초 예정된 32가 브로드웨이 앞 인도를 점거하는 바람에 거리 행진 후 시위 장소를 옮기는 등 차질을 빚었다.

뉴욕에서는 지난 7월부터 미주희망연대(의장 장호준 목사) 뉴욕지부 등 진보단체들이 3차례에 걸쳐 국정원 관련 규탄 시위를 열면서 '범뉴욕동포 시국회의'를 결성한 바 있다.

뉴욕시국회의의 김동균 목사(작은자공동체교회)를 비롯한 5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30여명의 보수단체 인사들이 먼저 자리잡은 것을 발견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5번가와 34가 브로드웨이를 한바퀴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이들이 32가 우리아메리카은행 앞에서 국정원 규탄 시위를 시작하자 보수단체 인사들은 바로 뒤에 따라붙어 군가를 부르고 더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것을 방해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종북 척결 및 자유민주 수호'라고 쓰인 현수막을 갖고 나온 이들은 "사이비목사 000을 때려잡자"라는 소리치는가 하면 "돈 받았냐?"며 시비를 거는 등 물리적인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다.

일체 대응을 삼가며 시비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애쓴 진보단체 인사들은 "방해 시위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 때문에 각자 준비한 자유발언 시간이 짧아져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벌어진 '규탄 시위-방해 시위'의 장면에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거나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우스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엘카디라는 이름의 이집트 출신 뉴요커는 "한국의 시위를 보니까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시위를 지켜보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장왔다는 로베르토와 마리오씨는 두 그룹의 시위와 성격을 자세히 묻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군복 차림의 그룹이 군가를 부르며 거친 시위를 하는 모습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탠튼 아일랜드에서 온 한인 김 모씨는 "맨해튼에서 국정원 규탄 시위를 한다는 걸 미처 몰랐는데 작정하고 훼방하는 사람들의 시위까지 보게 되어 놀랍기만 하다.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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