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 위한 촛불 계속 될 것" 서울역 광장 2만명 모여

곽희양·조형국 기자 2013. 9. 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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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을 규탄하는 집회가 31일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와 별개로 국정원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정원 수사가 '국면전환용 물타기'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국정원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시민사회가 함께 통합진보당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은 갈렸다.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이날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4만명·경찰추산 4000명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국정원의 통합진보당 수사와 대선 불법 개입 의혹은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요섭씨(47)는 "국정원과 경찰 등 국가 권력기관이 공모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며, 3·15 부정선거와 같은 범죄"라며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혐의와 부정선거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모씨(38)는 "뉴스를 보면, 온통 내란음모 의혹에 대한 이야기 뿐,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는다"며 "각각 다른 문제인 만큼,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영씨(31)는 "백번 양보해 국정원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유죄를 내릴지는 모르겠다"며 "내란음모로 국민의 이목을 돌린 뒤 대선 불법 개입 문제를 잠재우려는 것일 뿐"이라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대선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는 제 10차 범국민촛불집회가 열린 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통합진보당이 보다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이윤로씨(54)는 무대발언에서 "국정원 내란 음모 사건으로 많은 시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때로는 두려워한다"며 "무조건 음모라고만 하지 말고 공당답게 조사를 받고, 만일 헌법이나 법률 위반행위가 있다면 진솔하게 사과하고 두번 다시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홍기씨(48)도 "국정원 수사는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만약 통합진보당이 내란 의도가 있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그 책임은 국정원이 모두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과 거리를 두려는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군포에서 온 주용현씨(73)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혐의가 있다고는 하나,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며 "종북 몰이를 통해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계획에 민주당이 그대로 말려들어간 것 아니냐"고 일침했다. 민임기씨(47)는 "통진당의 혐의가 명확하게 밝혀지고 나서 민주당이 대응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모씨(45)도 "민주당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공안탑압을 지적하고 (통합진보당과)함께 맞서지 않으면 야권 분열을 의도에 끌려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도연씨(56)는 "국정원 수사가 날조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사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까닭에 민주당의 신중한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수사가 촛불을 더 키울 것이라는 관망도 있다. 홍석주씨(29)는 "내란 음모를 운운하는 뉴스를 보고 '또 국가보안법으로 비판세력을 억누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화가 나 집회에 참석했다"며 "내란 음모 수사로 국정원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춘천에서 온 김모씨(47)는 "나와 내 친구들은 80년대 억눌려진 사회분위기로 돌아갈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다"며 "하지만 이런 답답함이 특정 계기를 통해 터져 나온다면, 촛불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대선개입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는 제 10차 범국민촛불집회가 열린 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시국회의 집회에 앞서 민주당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내란음모 의혹과 국정원의 불법대선 개입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주최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명·경찰추산 2700명이 참석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내란음모 사건이 있다고 해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이 덮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내란 음모 의혹에 대해 "종북 세력의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 사건"이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통합진보당과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서울역 건너편에서 보수 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가 연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에는 추산 4500명·경찰추산 20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이 내란 음모와 폭동 혁명을 모의해 자유민주주의를 파탄하는 종북세력"이라며 "관련자들을 즉각 구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곽희양·조형국 기자 huiya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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