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위한다는 대책들, 가계부채 악화시킬 우려 크다

2013. 8. 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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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전월세 대책' 효과는?

모기지 공급 확대 등 금융완화가처분소득 떨어뜨려 소비 위축취득세 인하 등 집값 떠받치기집주인 대출부담 납세자에 전가월세 소득공제한도 확대도장기적으론 집주인에 유리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8년 금융위기까지 10년 동안 부동산 등 국내 자산 가격은 빠르게 올랐다. 이는 경제 규모의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 측면도 있지만, 은행권 대출 등 가계와 기업의 차입 확대가 야기한 거품 경제의 면모도 동시에 갖고 있다.

정부가 28일 내놓은 '전·월세 대책'은 2008년 이후 집값 거품이 가라앉는 과정(디레버리징)에서 나타나는 손실 비용 처리 및 분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빚을 내 주택을 구매한 집주인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 비용을 납세자와 세입자 등이 동시에 나눠진다는 게 이번 대책에 숨겨진 성격이다.

■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을 위한 대책?

정부가 매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신규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율 인하나 금융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의 주택 모기지 공급 확대 등은 결과적으로 집주인의 손실 비용을 정부 나아가 납세자들이 떠안는 것을 의미한다. 예산에 기반을 둔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구입자금 지원 확대도 같은 선상에 있다.

납세자 부담을 전제로 한 이런 정책은 집을 사려는 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택값을 떠받친다는 점에서 집 소유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것이다. 월세 세입자의 공제율을 올리고 소득공제한도를 확대한 것도 겉보기엔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월세 수요 확대에 따른 월세값 상승을 통해 집주인에 유리한 환경을 두텁게 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완화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부가 세입자·납세자에서 집주인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근본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일섭 우리금융연구소 금융경제분석실장은 "주택가격 하락으로 임대주택 공급자 구실을 하던 주택 투기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민간회사의 장기임대주택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완화 정책에서 주택문제의 해법을 찾는 일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 가계부채 폭탄 뇌관 자극

금융완화 정책은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금융완화 정책은 주택 구매비용이나 전세 보증금, 월세값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가계신용(잠정치)은 6월 말 현재 980조원이다. 3월 말에 견줘 16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러한 큰 폭의 증가는 정부의 4·1부동산 대책에 따라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떨어뜨려 경제 성장의 중심축 중 하나인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 증가 등 전방위적으로 나라 경제의 위험도를 높이는 원인이다.

이런 우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여러 금통위원들은 주택정책과 관련한 금융완화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한 위원은 "과거에는 부동산시장 부양을 통해 경기 진작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가계부채, 자산거품 등의 문제로 실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임계점에 이미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 금융완화 정책이 가계부채 폭탄이라는 뇌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김경락 기자, 박순빈 선임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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