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월화사극 '기황후' 역사왜곡 논란

김진원 인턴기자 2013. 8. 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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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월화사극 <기황후>를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모국인 고려를 농단한 기황후와 새어머니를 겁탈한 고려 충혜왕을 영웅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촬영을 시작한 <기황후>는 MBC가 10월부터 방송할 하지원, 주진모 주연의 50부작 드라마다. MBC는 "하지원씨가 맡은 기황후는 낯선 이국의 황실에서 고려의 자긍심을 지키며 운명적인 사랑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한 여인"이라며 "특별한 감성과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진모 주연의 충혜왕은 원나라에 맞서는 기개 넘치고 영민한 고려왕으로,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공으로 바쳐진 공녀 출신 기황후는 원나라 혜종의 황비가 된 이후 일가인 '행주 기씨'를 통해 고려를 주물렀다. <고려사절요>는 "기황후와 기철 4형제가 갖은 횡포를 일삼고 경쟁적으로 악행을 일삼았다"고 적었다. 기씨 일가가 숙청을 당하자 기황후는 공민왕 폐위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 혜종을 부추겨 고려 정벌을 명하게 했다.

충혜왕은 새엄마를 겁탈하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은 폭군이다. 충혜왕은 1339년 부왕 충숙왕 후비인 수비 권씨를 겁탈했고, 부왕의 후비인 원나라 경화 공주를 성폭행했다. 역사서는 "충혜왕이 신하를 해외로 보낸 후 신하의 부인을 겁탈했으며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철퇴로 때려죽였다"고도 기록했다.

고려사를 전공한 이상국 아주대 교수는 이 드라마 설정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황후가 당대에 여자로서 출세한 일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아무리 좋게 해도 긍정적으로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 말기는 한국사에서 처음으로 외세에 의해 간접통치를 받은 시기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하다"라며 "드라마라고 해도 이를 왜곡하면 시청자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왜 하필이면 충혜왕이냐"며 "단순히 기황후와 시기를 겹치는 인물로 충혜왕을 설정했다면 PD와 작가는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충혜에 대한 평가는 정쟁에 의한 역사 왜곡도 아니다. 그가 했던 악행은 역사적 사실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제작진은 "기획 및 대본은 작가가 담당한다"며 "연출을 맡은 우리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본을 맡은 외주제작사 이김 프로덕션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기황후가 퍼스트 레이디가 됐다는 것이 대단해 3년 전 기획했다"며 "드라마가 정확하게 역사에 기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사서 속 한 줄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사극"이라며 "우리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해외에 수출하려는데 이상하게 하면(악행 등을 그대로 작품에 담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처럼 터무니 없는 설정이라면 가공의 인물을 만들지 왜 대중의 역사관을 혼란시키느냐"며 "작품을 수출하면 한국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제작진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황후> 극본을 쓴 장영철 작가는 2006년 KBS 사극 <대조영>을 쓰면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이덕화가 연기한 '설인귀'를 '측천무후', '대조영'과 동시대 인물로 그렸다. 그러나 사실 설인귀는 측천무후가 황제에 오르기 7년 전에 사망한 인물로 당시 한반도와는 관계가 없다. 장 작가는 <대조영>으로 2006년 KBS 연기대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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