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데 낭만적이야.. '비밀 해변'을 소개합니다

2013. 8.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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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썰물의 바닷가에 생겨난 갯골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서해바다만의 묘미다. 뒤로 보이는 것은 독살(돌살)이다.

ⓒ 김종성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北島面)은 섬으로 이뤄진 면소재지로 장봉도와 함께 신도?시도?모도로 불리는 '삼형제 섬'이 유명하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세 섬은 1992년 섬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서 하나로 이어졌다. 작고 아담한 섬들이 연륙교로 이어지자 차량보다 도보나 자전거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 연륙교 주변 낚시터에서 숭어·망둥이·우럭 등의 '손맛'을 보려는 강태공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갈매기들의 마중을 받으며 삼형제 섬을 찾은 사람들은 '나만의 아늑하고 비밀스러운 해수욕장'으로 삼고 싶은 곳을 만날 수 있다. 여러 개의 나무 정자 그늘막·샤워실·개수대 등 야영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해수욕장이 요즘 같은 때에도 인파에 파묻히지 않고 있다니…. 삼형제 섬의 보석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한적하고 조용한 섬 바닷가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이곳의 이름은 수기 해수욕장. 신도 다음의 섬 시도의 북쪽 끝에 있다. 지난 17일 삼형제 섬을 만나러 길을 나섰다.

자전거 여행과 잘 어울리는 '삼형제 섬'

여행객이 주는 새우깡을 먹기 위해 섬으로 가는 배를 졸졸 따라 다니는 영종도 삼목항 갈매기들.

ⓒ 김종성

작은 섬이다보니 삼형제 섬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갯벌과 논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 김종성

수도권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 내렸다. 공항철도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맨 앞뒤 칸에 한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운서역에서 자전거로 10여 분 달리면 나타나는 영종도 삼목항. 북도면의 섬 신도를 향해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매시 10분에 배가 출항한다. 재미있게도 삼목항에서 뱃삯을 받지 않고, 신도 섬에서 삼목항으로 돌아올 때 왕복 뱃삯을 낸다. 섬에 오래오래 머무르라는 뜻일까. 출항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차량들과 자전거 그리고 사람을 태운 철부선은 10분도 채 안 돼 섬에 도착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동차·마을버스·자전거를 이용해 두루두루 섬 관광을 할 수 있지만, 작고 아담한 삼형제 섬을 둘러보는 데에는 도보나 자전거가 제일인 듯하다. 신도-시도-모도 트레킹 코스는 5시간, 자전거로는 세 섬을 두어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같은 형제라도 개성이 다르듯, 이 세 섬들도 제각기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특히 세 섬 모두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을 만큼 아름답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삼형제 섬의 맏형격인 신도에 도착, 도로와 바닷가 제방길·논길·마을 앞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달린다. 갓길도 없는 좁은 차도지만 지나가는 차들이 별로 없고 차량들이 고속으로 달리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 경사진 언덕길도 거의 없어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발길이 가볍고 주변 풍경이 한결 여유롭게 다가온다.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얻으면서 도시인들을 위한 펜션과 편의점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길가에는 여기저기 부동산 간판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휴가철에도 인파가 몰려들지 않는다. 관광지가 아닌 한적하고 아늑한 섬마을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논과 소금밭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배운다

시도의 북쪽 언덕 끝 전망 좋은 드라마 세트장에서 보이는 예술작품 같은 갯벌.

ⓒ 김종성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너른 바다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갯벌과 바닷물이 가느다랗게 흐르는 갯골, 그 위로 작은 어선들이 철퍼덕 주저앉아있는 서해의 풍경은 언제 봐도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 강화도와 그 주변 섬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북도면 섬들에도 해안가에 초록의 벼가 심어져 있는 논밭이 많아 어촌 풍경과 농촌 풍경이 어우러져 있다.

강화도처럼 이곳의 해안가 논들도 예전에는 바닷가요 갯벌이었다. 섬 주민들은 갯벌 바닷가에 제방을 쌓은 다음, 그 안을 흙으로 메워 논과 염전을 만들었다. 이런 간척사업은 국가사업으로 혹은 섬 주민들이 쌀과 소금을 얻기 위해 했던 일로 고려 말 몽고의 침입으로 병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런 방식이 현대의 간척사업과 다른 점은 자연환경과 바다에 사는 동식물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간척을 했다는 것이다. 자연에게 상처를 회복할 충분한 시간을 줬던 것. 지금으로 치면 매우 비효율적인 작업이라고 평가받았을 법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 덕분에 오랜 세월 간척사업이 벌어졌는데도 너른 갯벌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섬의 3분의 1가량이 간척에 의해 불어났다는 강화도. 이곳에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갯벌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화합을 본능적으로 추구해온 조상들의 좋은 본보기 앞에서, 속도와 규모를 앞세워 군사작전 하듯 간척 작업을 해치우는 후손은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옛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곱씹게 된다.

바닷물, 바람, 햇볕 그리고 사람의 땀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소금, 천일염.

ⓒ 김종성

간척으로 생긴 섬 속 농촌 풍경만큼이나 이채로운 게 또 있다. 그건 바로 시도의 수기해변 가는 길에 만난 천일염 소금밭. 바닷물을 소금밭으로 끌어들여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만든 소금 천일염(天日鹽).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적은 날에 좋은 소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한낮의 더위에도 긴소매를 입은 염부 아저씨에게 허락을 받고 염전 옆 소금 창고에 들어가봤다. 염전에서는 천일염을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각설탕의 축소판처럼 생긴 희고 네모난 알갱이들이 소금 창고에 가득 쌓여있다. 페달을 돌리느라 땀을 많이 흘리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소금 알갱이 맛은 짭짤하면서도 달게 느껴진다. 자연과 뜨거운 햇볕아래 사람의 노력이 어우러져 나온 소금은 인간의 땀이 뭉쳐진 결정체다.

천일염은 몸에 좋은 무기질이 많이 함유돼 있는 반면, 독성 물질도 다소 함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고 섭취해야 하는데, 천일염으로 김치를 담그거나 간장·된장을 만들면 발효되면서 유해 성분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를 또 한 번 배운다.

시도의 북쪽 언덕길을 오르면 너른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이곳에는 과거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됐던 세트장이 있다. 전에는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았던 곳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진 채 빈 터로 남아있다. 이제 이곳은 잠자리와 나비·들꽃들의 세상이 됐다.

이곳에 서면 삼형제 섬 주변의 바다가 발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썰물의 바다 위로 그어진 갯골들의 선과 갯벌을 보면 멋진 추상화 작품 한 점이 떠오른다. 잠자리와 나비들이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한참동안 이 풍경을 감상했다.

한적하고 아늑한 비밀의 해변, 수기 해수욕장

시도가 숨겨놓은 보석같은 수기해수욕장.

ⓒ 김종성

단출한 자전거 캠핑이지만 있을건 다 있다, 사진 왼편에 해먹도 보인다.

ⓒ 김종성

전망 좋은 시도 언덕 끝 드라마 세트장 옆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내려오면 시도가 숨겨놓은 보석 '수기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푹신한 모래사장을 따라 꽤 길게 나 있는 해변을 맨발로 걸었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들이 발가락·발바닥을 주무르고 간지럽혀 걷는 내내 웃음이 새어 나온다. 바닷가와 소나무 해송림이 가까워 아늑한 기분이 든다. 또한 전체적으로 한적한 분위기라 한눈에 봐도 야영하기 참 좋은 바닷가다. 게다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안심하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면 돌담 사이에 미쳐 빠지지 못한 물고기를 잡는 풍경이 연출된다. 전통고기잡이 방식 독살(돌살)어업이다. 또한 해수욕장 뒤로 가면 숲 속 산책길도 있어 해변의 낭만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천혜의 해변은 삼형제 중 막내격인 모도에도(배미꾸미 해변) 있는데 이곳은 아쉽게도 입장료를 받는 사유지 조각공원이 됐다.

수기 해수욕장에는 여러 개의 정자, 깨끗한 화장실, 탈의실을 겸한 샤워장과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개수대 등 잘 관리된 시설들이 있다. 또한, 이곳에는 섬 주민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도 있어 음료수·식료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섬에서 마주친 안개는 육지와 달리 무척 몽환적이다.

ⓒ 김종성

이곳은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올해는 긴 장마로 인해 줄어든 손님 유치 차원에서 그나마 받던 주차료 3000원도 받지 않는다고. 옹진군청에서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주민들에게 단기 일자리와 노무비를 제공해 가능한 일이었다.

삼형제 섬 곳곳에도 예쁜 펜션이 들어서 있지만, 바닷가 소나무 그늘 밑에서 캠핑하는 맛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갈매기 소리에 잠에서 깨는 경험은 아무 데서나 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아침, 자전거를 타고 섬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페달을 밟고 나선 길, 물기를 듬뿍 안고 있는 물안개와 마주쳤다. 물안개 너머로 보일 듯 말 듯한 섬 풍경과 그 속을 달리는 기분은 무척 몽환적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렇게 수기 해수욕장은 한척하고 고요하지만, 적막하지 않은 매력을 가진 곳이다.

안갯속에 반쯤 파묻힌 작은 교회의 종탑이며 서너 채의 소금 창고, 갯벌 위에 비스듬히 주저앉은 어선들, 섬과 섬을 잇는 연륙교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역시 섬은 하루 이상 머물러야 진국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 섬으로 가는 배편 : 영종도 삼목항 - 신도행 매시 10분 출발, 신도 - 삼목항 매시 30분 출발 * 기타 문의 : 북도면사무소 (032-899-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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