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마음 '디톡스'가 필요한 당신..'순례자'가 되세요

2013. 8. 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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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ㆍ김제=글ㆍ사진 박동미 기자]유럽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도 순례길이 있다. '걷기'와 '길' 열풍에 억지로 짜 맞춘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오롯이 살아 숨쉬는 길이다. 2009년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순례길'. 종교 간 경계를 넘어 소통과 상생을 추구한다. 한국인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머물렀던 익산 나바위성지, 백제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륵사지, 1866년 병인박해 때 10여명의 순교자가 묻힌 천호성지, 1893년 건립된 서문교회, 신라 말기 창건된 송광사 등을 아우른다.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단일종교를 따라 가는 게 아니다. 이처럼 모든 종교를 연결한 길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문화재청의 '2010년 이야기가 있는 문화유산길'로 선정되기도 했다. 걷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기도 하고, 너른 평야 곡창지대를 지나기도 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도 있고, 금강을 따라 걷는 강변길도 있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맛보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옥마을, 송광사, 천호, 나바위, 미륵사지, 초남이, 금산사, 수류, 모악산 9개 코스(총 240㎞) 중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다. 여름의 끝, 마음 '디톡스'가 필요한 이는 이 '길' 위에 서 볼 일이다. 나바위 코스(4코스), 미륵사지 코스(5코스)가 지나는 익산과 금산사 코스(7코스), 수류 코스(8코스)가 지나는 김제를 다녀왔다.

# 나바위 성지, 왕궁리 유적을 거쳐 익산토성에 올라 숨을 고르다=나바위 성당으로 더 많이 알려진 화산 천주교회. 화산 끝자락에 위치한 너른 바위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1897년 건립 당시 '화산본당'으로 불렸지만 1989년부터 나바위 성당이라 불린다.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온 것을 기념해 지어졌다. 1906년 순수 한옥 목조건물로 지어진 후 1916년까지 증축을 거듭하면서 한옥과 양옥이 절충된 것도 특색 있다. 화산 정상까지 '십자가의 길'이 조성돼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비와 망금정을 만날 수 있다.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1158)

김제의 금산교회와 함께 유일한 'ㄱ'자형 교회인 두동교회는 당시 유교정신을 반영하듯 남녀의 공간이 유별하며 출입문도 따로 설치돼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예배 사진도 볼 수 있는데 일본군이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 만든 비밀 장소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이곳에서 예배가 진행된다. (익산시 성당면 두동리 385-1)

익산에 오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백제 유적지가 두 곳 있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금마면 기양리에 위치한 미륵사지는 백제 최대의 사찰로 30대 무왕(600~641년)에 의해 창건되었고, 17세기쯤 폐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출토된 유물은 2만여 점에 이르며 기와와 토기, 자기가 대부분. 백제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창건 이래 전 기간에 걸친 유물이 출토되었다.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92-4)

왕궁리 왕금마을 뒷산 구릉지대를 지역 주민들은 '모질메'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예로부터 마한 혹은 백제의 궁궐자리로 알려진 곳이다. 금마산에서 남으로 약 3㎞쯤 떨어져 전주행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 성은 축조기법이 백제양식이었으며, 백제시대의 기와와 와당을 비롯하여 토기, 생활용구 등이 출토되고 있다. (왕궁면 왕궁리 산 80-1)

'순례자'는 익산토성에서 잠시 휴식 할 수 있다. 흙과 돌을 사용해 지은 둘레 약 714m의 익산토성은 오금산성이라고도 불리는데, 백제 무왕이 어렸을 때 이곳에서 마를 캐다가 금을 얻은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잔디밭과 야트막한 산길은 가벼운 산책과 시원한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산 52-2)

# 일제 강점기 역사를 훑고 낙조로 눈 호강=익산 춘포역사는 1914년에 지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다. 슬레이트를 얹은 박공지붕의 목조 건물이 오랜 세월을 가늠케 한다. 처음에는 대장역(大場驛)이라는 이름으로 익산(당시 이리)과 전주를 연결하는 전라선의 보통역이었다. 근처에 일본인 농장이 설립되면서 일본인들이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당시 들이 넓다고 큰 대(大), 마당 장(場)자를 써서 일본인들이 대장촌이라고 이름 붙였다. 1996년에 춘포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제강점기 이 역을 통해 익산의 쌀이 군산으로 이동했고, 농사를 짓기 위한 물자가 들어왔다. (익산시 춘포면 덕실리 508)

익산 구룡마을은 익산 둘레길 코스인 무왕길 3코스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대나무 숲이 하이라이트. 예부터 구룡마을 죽제품은 충청도, 경기도까지 팔렸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2005년 냉해로 대나무들이 고사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푸르고 고즈넉한 대숲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드라마 '추노' 촬영지로도 유명. (익산시 금마면 신용리)

성당포구 마을의 낙조는 익산 순례길 여정 첫날의 마무리다. 조선시대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이 있었기 때문에 성당포라고 불렸다. 지금은 물안개와 낙조가 여유를 안겨주는 강변 마을이다. 10㎞가량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습지와 금강, 다리, 돛배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일품이다. (익산시 성당면 성당리 425)

# 금산사ㆍ금산교회…김제 모악산 마실길 따라 여정 마무리=여행의 끝은 김제에서 한다. 금산사, 금산교회, 수류성당을 둘러보고 어머니 품과 같은 모악산 마실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의 '디톡스'가 충분했는지 돌아보자. 모악산 도립공원에 자리한 금산사는 71개 말사를 통괄하는 조계종 제17교구 본사로 많은 문화재가 산재한 곳이다. 통일신라 진표율사 때부터 미륵신앙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미륵전은 동양 최대 실내입불(국보 제62호)을 모신 곳으로 유명하고, 이 외 보물 10점이 금산사 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수려한 경치 속에서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은 찾는다.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39 모악산)

금산교회는 1908년 건립된 한옥교회로 6ㆍ25전쟁에도 불타지 않고 보존된 문화재다. 구조는 'ㄱ'자 한옥. 한국 교회의 초창기 모습으로 당시 유교 사회에서 남녀를 구분해서 앉히기 위한 것이다. 남자석에는 한문, 여자석에는 한글로 성경 구절이 쓰여 있는 점도 흥미롭다. 100년이 지났지만 풍금을 비롯한 옛 시설들이 여전히 사용 중이고, 매주 일요일 찬송가가 울려퍼진다.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290-1)

수류성당은 1890년대 호남에 위치하고 있던 3개 성당(완주 되재, 익산 나바위, 김제 수류)중 하나다. 건축 당시 48칸 규모에 익산 나바위 성당과 비슷한 모습이었고, 1950년 9월 전소됐으나 1959년 현재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동양권에서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김제시 금산면 화율리 223)

길을 떠난 자의 마무리는 다시 '길'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의 바위가 있다는 모악산은 정상에 서면 전주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에는 내장산, 서쪽에는 멀리 변산반도를 볼 수 있다. 불교 사찰뿐 아니라 증산교를 비롯해 1930~40년대 각종 신흥종교 집단의 본거지가 자리하기도 했다. 모악산을 따라 주변을 한 바퀴 걷는다. 전북의 멋을 담은 시골길이다. 순례의 끝, 따뜻한 어머니의 품에 안긴다.

pdm@heraldcorp.com

■어떻게 갈까

용산역에서 KTX를 타면 익산역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이후 렌터카를 이용해 김제 등을 둘러보면 편하다. 자가운전자는 경부고속도로-천안ㆍ논산 간 고속도로(또는 호남고속도로)-익산IC로 빠지거나, 서해안고속도로-동군산IC에서 익산방면 27번국도를 타면 된다.

■어디서 묵고

▷익산비즈니스관광호텔: 기본적인 비품이 잘 갖춰져 있으며, 간단한 조식도 제공한다. 익산시 인화동 1가 183-1. (063)853-7171

▷이리온유스호스텔: 2012년 2월 문을 열었다. 청소년용 유스룸, 도미토리룸과 함께 대강당, 회의실, 세미나실, 야외공연장, 식당, 자가취사장 등을 갖췄다. 3층 객실은 호텔룸으로 마련되어 더욱 편리하다. 익산시 신동 137-5. (063)850-2001

▷금산사 템플스테이: 김제엔 더욱 특별한 숙소가 있다. 태조 왕건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금산사는 템플스테이를 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종교에 구애 받지 않고 산사에 머무르며 '진짜 자유'를 체험해 보자. (063)542-0048

■무얼 먹지

▷본향 한정식: 익산 대표 특산물인 마를 활용한 각종 요리를 선보인다. 찰진밥에 마와 견과류 등 33가지 약재로 만들어진 마약밥이 인기다. 마는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 당뇨병, 기침, 폐질환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 마약밥 정식 1만원, 선화공주 정식 1만5000원, 무왕황제 정식 2만3000원, 백제 불로장생 정식 3만5000원 등. 익산시 신동 139-6. (063)858-1588

▷귀빈정: 오리주물럭 전문점. 꽃게장백반(8000원)을 주문하면 간장게장과 찌개가 나온다. 양념게장백반도 있다. 오리주물럭은 한 마리 3만3000원. 오리검은콩백숙(4만원)도 인기 메뉴. 익산시 황등면 황등리 240-6. (063)856-1698

▷한일식당: 뜨거운 함지박 안에 잘 비벼진 밥. 그 위에 얹혀진 육회가 먹음직스럽다. 선지국이 곁들여진 육회비빔밥은 7000~1만원. 익산시 황등면 황등리 1015. (063)856-4471

▷별미집: 북어, 무, 콩나물, 멸치, 다시마가 어우러진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인 콩나물국밥. 주문할 때 매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국밥 6000원, 데친 오징어 6000원. 익산시 영등동 547-65. (063)843-2131

▷지평선청보리한우촌: 총체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건초와 양질의 사료를 배합하여 만든 먹이를 먹고 자란 한우로 육질이 다르다. 육회비빔밥 8000~1만1000원. 김제시 금산면 원평리 1-1. (063)543-0076-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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