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회담 氣싸움.. 北 내일 고집, 南은 추석후에

황대진 기자 2013. 8. 2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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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 돌변 北, 대남비방 재개.. 금강산 안풀리자 불편함 표출

남북은 20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 회담을 둘러싸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핑퐁식' 공방전을 벌였다. 북한은 18일에 이어 이날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을 22일 금강산에서 열자고 재차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먼저"라며 오는 9월 25일 열자고 역제안했다. 남북이 한목소리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갖자고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 '先 이산가족 後 금강산' 고수

정부가 이날 북측이 제의한 날짜(23일)보다 한 달 후로 날을 잡아 역제안한 것은 추석(9월 19일)을 전후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선(先) 이산가족 상봉, 후(後) 금강산 관광 논의'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하려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북한은 이날 오전 조평통 담화를 통해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후 잠잠했던 대남 비방전을 재개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의 일환으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연 것에 대해 "이것은 모처럼 마련된 북남 사이의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평화를 지향하는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대화 상대방을 모독하는 용납 못 할 도발"이라고 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분리한 데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날 협박이 '일회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등 남북이 이미 대화 국면으로 들어섰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시작된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가기에는 북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연간 2000만달러에 이르는 안정된 현금 수입과 김정은의 역점 사업인 원산·마식령 관광특구 개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더 아쉬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회담 성사돼도 재개까지는 먼 길

남북이 금강산 관광을 위한 회담을 시작하더라도 실제 관광이 재개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의 직접 계기가 된 2008년 7월 북한군의 관광객 박왕자씨 사살(射殺)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이미 재발 방지 조치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도 변수다. 일부 보수층은 금강산 관광 자체가 올 초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의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 거래 금지' 조항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지급되는 돈이 당과 군 지도부에 흘러들어 핵 등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금강산 관광 협의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와 상충하는지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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